[전시리뷰] “가족의 일상과 돌봄의 의미”… 수원시립미술관 ‘하-하-하 하우스’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진행되는 '하-하-하 하우스' 전시 전경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진행되는 '하-하-하 하우스' 전시 전경

의자 위에 널브러진 옷, 거실 바닥에 가득 찬 아기 장난감.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족과 한집에 살면서 사소한 것으로 싸우기도 하지만 기쁨과 안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가족의 의미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가 개최됐다. 오는 11월28일까지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 진행되는 수원시립미술관의 <하-하-하 하우스>다.

전시 제목 중 ‘하-’는 호쾌한 기쁨의 웃음소리를 연상시키면서 동시에 한숨과 한탄을 표현할 수 있는 감탄사다. 가정을 보살피며 느끼게 되는 다양한 감정 상태를 표현한다. ‘하우스’는 이러한 복합적인 마음과 감정이 공유되는 가족의 공간, 집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조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는 코로나19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지금 공동체 구성원들이 가족을 둘러싼 모습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돌봄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김승희, 김허앵, 김희라, 윤주희, 윤진초&알렉산더 루쓰, 이선민, 정문경, 조영주 등 8팀의 작가가 참여해 회화, 사진, 영상 등 110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김희라 작가의 ‘양복 한 벌, 드레스’로 시작한다. 김희라 작가는 양복을 세탁해 달라고 하는 남편의 요구에 스트레스를 느끼고 옷을 자르기로 했다. 막혀 있는 옷을 가감하게 자르는 것처럼 집안일로 답답한 마음을 뚫어준다. 또 잘린 옷이 주는 자극은 새로운 시각과 고정된 사고를 전복하는 기발함을 던져준다.

이선민 작가의 ‘여자의 집’은 육아와 살림에 지친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선민 작가는 “결혼과 출산으로 오랫동안 작업을 할 수 없었다”면서 “문득 지금 상황과 일상을 카메라로 담고 싶었고 나를 시작으로 친구, 이웃의 거실 모습을 담아냈다”고 작품에 대해 말했다.

윤진초&알렉산더 루쓰의 작품은 설화 속 ‘곰’을 모티프로 삼아 어머니의 모습을 그렸다. 이들은 인내와 어머니를 상징하는 곰을 패브릭을 사용해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고 품에 안은 어머니들의 이야기로 들려준다.

전시는 어머니의 신성함부터 돌봄과 가사노동의 고충, 다양한 형태의 가정까지 폭넓은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 가족의 일상과 돌봄의 의미를 동시대 미술을 통해 조망할 수 있는 전시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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