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 산단 존폐 기로] 사업체 74% 남부 밀집… 규제 발묶인 북부산단
[경기북부 산단 존폐 기로] 사업체 74% 남부 밀집… 규제 발묶인 북부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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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시설·환경보호 등 각종 규제에, 입주 업체↓ 유지비용 증가 ‘악순환’
열악한 인프라에 신규 채용 어려워... 빈 공장 늘어나고 업체들 발길 줄어
지자체 “산단만이라도 규제 완화해야”
경기북부지역 산업단지가 각종 규제와 인프라 부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5일 공장들이 빠져나가면서 듬성듬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연천군 청산 대전 일반산업단지(왼쪽)와 고층 건물들로 조성된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시범ㆍ조주현기자
경기북부지역 산업단지가 각종 규제와 인프라 부족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5일 공장들이 빠져나가면서 듬성듬성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연천군 청산 대전 일반산업단지(왼쪽)와 고층 건물들로 조성된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가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김시범ㆍ조주현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인 경기도 산업단지. 4차산업혁명의 성장기반으로 제조업이 부각되며 산업단지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경기북부 지역의 산업단지는 인프라 부족과 각종 규제가 겹겹이 쌓인 채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 경기북부 지역 산업단지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지역균형발전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전방향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경기북부 지역의 산업단지는 지원도 부족하고 제약도 많아 상대적 박탈감이 큽니다”

5일 연천군 청산면 일원의 청산대전 일반산업단지. 공장들의 높이가 낮아 여느 산업단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굴뚝을 포함하더라도 지면으로부터의 높이가 15m가 채 넘지 않아 보였다. 이 일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어서 건축물 높이에 제한을 받기 때문인데, 경기도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 면적이 가장 넓은 연천은 전체 면적 676.32㎢ 중 94.6%(639.95㎢)가량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더욱이 사단별로 관리기준도 상이해 토지사용에도 많은 제약이 따른다. 자연스럽게 빈 공장은 늘어나고, 이곳을 찾는 업체들의 발길도 줄어들고 있다.

청산대전 일반산업단지 관계자는 “북부 지역에선 화장실 문짝을 하나 고치더라도 군부대의 허가를 받아야 된다는 말이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라며 “입주하려는 업체도 점점 줄어 산업단지의 3분의 1이 비어 있는 상황인데, 이는 폐수처리비용 등 개별 업체들의 유지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 날 포천시 영중면 양문리 일원에 위치한 포천양문 일반산업단지. 입주한 업체만 50여개에다 근무자가 1천명이 넘지만, 이곳을 지나는 버스는 60-1번 단 한 대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배차간격이 2~3시간에 달해 출ㆍ퇴근시간에 한 대씩 지나는 것이 전부라는 게 산업단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열악한 교통 인프라에 신규 인력 채용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상황에서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등의 환경규제는 입주 업체들에 더욱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북부 산업단지가 각종 규제로 둘러싸인 채 무너져가고 있다. 인프라 부족과 각종 규제로 입주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기업들의 북부 지역 기피 현상도 통계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조사 잠정결과’에 따르면 경기도 전산업 총사업체수는 2019년 기준 93만4천349개로 북부지역에 23만7천781개(25.4%)가 소재한 반면 남부지역에는 74.6%인 69만6천568개가 밀집돼 있다. 아울러 이 중 50인 미만의 중소규모 업체가 23만5천547개로 99.06%에 달한다. 대규모 기업들이 각종 규제로 뒤덮이고 인프라가 부족한 경기북부 지역에 거점을 두는 것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천군 관계자는 “북부지역은 천안 등 도외지역보다도 수도권 접근성이 좋지 않은데, 수도권정비계획법 규제 등으로 개발도 어렵고 지원도 부족해 산업단지의 지속성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경기북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선 산업단지만이라도 규제를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 남·북부 산단 규모 ‘하늘과 땅’ 차이… 낙후 부채질

경기도 산업의 남ㆍ북 간 격차는 각종 통계 수치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 같은 편차를 줄이고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각 지자체의 유연한 대처를 통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벌어지는 남ㆍ북격차…쇠퇴하는 북부 산단

5일 통계청의 지역소득통계(2018년 기준)를 분석한 결과, 경기지역의 지역내총생산액(GRDP)은 479조8천222억원으로, 이 중 남부지역의 총생산액은 396조8천230억원(82.7%)에 달했다. 반면 북부지역의 총생산액은 82조9천999억원으로 17.3%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남부지역에 집중된 산업단지와 사업체 수, 규모 등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의 전산업 총사업체수는 남부지역에 69만6천568개, 북부지역에 23만7천781개로 큰 차이가 난다. 종사자 수에서도 북부지역은 115만3천832명(21.7%)으로 남부지역(414만8천908명ㆍ78.3%)이 절대적으로 많다. 규모별로 봐도 북부지역은 10명 미만의 소규모기업이 21만8천129개로 91.7%에 달한다.

도내 제조업체를 업종별로 분류하면 남부지역 제조업체의 주요 업종은 금속, 기계장비, 전자부품, 전기장비가 약 51.6%를 차지해 향후 전개될 4차산업혁명의 하드웨어 관련 산업과 소ㆍ부ㆍ장 관련 산업이 많다. 반면 북부지역의 주요 업종은 금속ㆍ가공 12.7%, 기계ㆍ장비 및 전기ㆍ장비 12.0%를 제외하면 섬유제조, 고무ㆍ플라스틱 제품제조, 가구, 음ㆍ식료제조 등이 51.4%를 차지하는 등 4차산업혁명과 관련 있는 기반산업은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산업단지 규모에서도 남ㆍ북 지역은 현저히 차이가 난다. 지난해 4분기 경기도 산업단지 현황에 따르면 조성 완료됐거나 조성 중인 산업단지는 총 154개로 남부지역 114개, 북부지역 40개다. 산업단지 지정면적을 비교하면 남부지역이 92.9%, 북부지역 7.1%로 남부지역 편중이 심하다. 산업단지 수와 규모가 남부지역에 편중 되다 보니 북부지역에 등록된 공장 1만5천282개 중 1만3천999개(91.6%)의 공장은 산업단지 입점이 쉽지 않아 개별입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겹겹이 쌓인 규제와 인프라 부족…발전 제약

경기 북부지역의 산업단지가 쇠퇴하는 이유로는 북부지역이 각종 규제로 뒤덮인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인프라 미흡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경기 북부지역은 수도권정비계획법, 군사시설보호법, 환경규제 등 다양한 규제가 묶여 발전에 제약이 걸려 있다.

먼저 수도권정비계획법은 1982년 국토평준화와 수도권과 지방의 공동발전, 인구과밀화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 경기도ㆍ인천ㆍ서울을 수도권으로 묶었다. 수도권 집중 발전을 막고 지방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정작 경기 북부지역은 발전도 하지 못한 채 낙후된 채로 남게 됐다.

군사시설보호법은 토지사용과 건축 과정에 있어 사단별로 관리 기준이 상이해 개발행위에 큰 제약이 따르고, 환경규제 역시 북부지역의 산업을 위축시키는 등 지역이 낙후되는 주된 원인으로 분류된다.

인프라 부족도 경기 북부지역의 산업단지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면적과 인구를 고려한 경기북부 지역의 도로보급률은 1.09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인 1.54, 경기 남부지역의 평균 1.30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다. 남부지역에서도 도로율이 높은 부천(2.87), 안산(2.81) 등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한다.

아울러 경기 북부지역에는 기업의 성장과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기업 지원기관도 부족한 실정이다. 북부지역에는 기업의 R&D, 경영 및 마케팅, 법률 등을 지원하는 기관이 산업진흥원, 소상공인지원센터, 국공립연구소 등 손으로 꼽힐 정도로 적다. 또 소재 혁신기관도 고양시시정연구원, 국립암센터, 경기 대진테크노파크 등 8곳에 불과하다. 경기도가 경기도경제과학경제원,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신용보증재단 등을 비롯한 7개 산하기관을 경기 북부지역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북부 산단 살리려면…규제 완화, 인프라 지원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최근 ‘경기 북부 산업 어떻게 살려야 하나’ 보고서를 통해 경기 북부지역 산업단지를 부흥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제시했다.

먼저 규제샌드박스를 만들어 북부지역에 걸친 각종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상황변화 및 경제 현실을 고려, 도와 지자체 차원에서 완화할 수 있는 규제는 가급적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규제가 지속된다면 경기 북부지역의 산업단지와 경제 활성화는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지자체의 행정지원도 강화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북부지역에 물류 차량 지원과 카쉐어링 사업 등을 통해 부족만큼 일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북부지역의 소규모 산단에 물류를 유통할 수 있는 차량 등을 지원하고, 카쉐어링 사업을 통한 인프라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물류단지 조성이 최선책이지만,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되는 해 부족한 인프라를 보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화성시는 올해 경기도 공유경제 지원을 받아 기아자동차와 연계, 동탄 산업단지 내 카쉐어링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입주기업들이 저렴한 요금으로 필요한 때에 사용할 수 있으며 산업단지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뷰  전병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과학이사 “경기북부 산단 살아야 경기도 경제 산다”

“경기 북부지역 산업단지가 살아야 경기도 경제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전병선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과학이사는 지난해 취임 이후 경기 북부지역 산업단지에 대한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되는 제조업을 부흥시키고, 북부지역 산업단지에 지속성장이 가능한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야한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우선 경기 북부지역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관심이 부족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전 이사는 “각 지역의 특색에 맞는 발전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해선 그에 따른 연구가 필요한데 예산이 부족해 연구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면서 “각 지역의 산업단지를 획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 이사는 앞선 사례를 통해 경기 북부지역에 대한 규제완화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3년 파주 LCD 산업단지 유치 당시에도 경기 북부는 각종 규제로 뒤덮여 있었지만, 외국인 투자유치와 북부지역 발전을 위해 ‘국내 대기업이 외국기업과 합작 투자해 수도권 성장관리권역 내에서 공장 설립을 하고자 하는 경우 외국인 투자지분 50% 이상인 25개 업종에 한해 한시적으로 허용’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면서 “이에 파주는 현재 경기도내 제조업 인프라가 잘 구축된 산업도시로 손꼽히며, 남부와 북부를 잇는 교통 물류 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경기 북부 산업단지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켜야 하고, 이에 따른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전 이사는 “경기 북부지역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지역의 산업 자체를 몰락의 위험으로 빠뜨릴 수 있다”면서 “지자체 차원에서 새로운 산업정책을 수립ㆍ추진ㆍ관리하고, 기존 산단을 혁신하는 등 총괄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홍완식ㆍ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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