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에게 한글 산업안전 교육…현장에선 손짓·발짓 ‘위험천만’

인천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이 알아듣지도 못하는 산업안전보건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을 모두 한국어로 진행하다보니 외국인 근로자들은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익히지 못한 채 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A씨(34)는 분기에 1번씩 듣는 산업안전보건교육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고 했다. 6시간의 교육 내내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앉아만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중국에서 온 동료들 말고도 베트남, 태국 등 다양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교육을 받는데 알아 듣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관리자들의 손짓발짓을 눈치껏 보고 행동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에서온 외국인 근로자 B씨(37)는 최근 서구의 한 제조업체를 그만두고 건설현장으로 일터를 옮겼다. 한국어로 진행한 교육 탓에 기본적인 안전수칙조차 알아듣지 못한 동료들이 연달아 다치는 모습을 보면서다.

B씨 “나중에 들어 보니 교육 때 하면 안되는 행동으로 설명을 해준 건데, 알아듣질 못하다보니 동료들이 잘 몰라 크게 다치곤 했다”며 “거기서 계속 일하다 나도 다칠 것 같아 단순 운반 업무로 옮긴 것”이라고 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모든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산업안전보건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외국인은 취업 전 8시간의 안전보건교육을 받고, 분기별로 6시간 이상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사업장 대부분이 한국어 교육 영상을 상영하고 있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소용이 없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인천지역에서 재해자로 인정 받은 외국인 근로자 수는 지난해 483명, 올해 8월 기준 315명이다. 인천의 전체 재해자 수가 지난해 2천844명에서 올해 1천437명으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전체 재해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만 늘어난 셈이다.

사단법인 이주민센터 친구 관계자는 “큰 사업장은 같은 외국인 근로자 중 국내에 오래 머문 근로자를 통역사로 쓰는 수준이며, 영세 사업장은 훨씬 처참하다”고 했다. 이어 “외국인근로자의 재해를 막기 위해 실효성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통역사를 모든 교육에 섭외하는 건 예산문제로 어렵다”면서도 “교육이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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