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해본다] 잘못된 점자블록에 차도로 발걸음…시각장애인 울리는 경기 지역 인도들
[우리가 해본다] 잘못된 점자블록에 차도로 발걸음…시각장애인 울리는 경기 지역 인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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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지팡이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본보 이대현(왼쪽)ㆍ김정규 기자가 각각 화성시 동탄3행정복지센터 앞과 안양시 안일초 앞 도로에서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을 하며 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김시범ㆍ윤원규기자
‘흰지팡이의 날’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본보 이대현(왼쪽)ㆍ김정규 기자가 각각 화성시 동탄3행정복지센터 앞과 안양시 안일초 앞 도로에서 시각장애인 보행 체험을 하며 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록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다. 김시범ㆍ윤원규기자

“의지할 건 점자블록 하나 뿐인데…인도한 곳은 차가 쌩쌩 달리는 차도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흰지팡이의 날’(10월15일)을 맞이한 가운데 경기지역 신규 인도에서조차 장애인들의 유일한 이동안내 수단인 점자블록이 방치된 채 교통 약자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 이대현ㆍ김정규 기자가 14일 오전 10시 경기도이동편의시설기술지원센터(센터)의 자문을 토대로 화성시 동탄3행정복지센터와 안양시 안일초 인근 인도에서 시각장애인 1일 체험을 진행했다.

저시력 안경(시력 0.25 수준)을 쓰고 길이 1.5m 지팡이만을 의지한 채 체험에 나선 이들은 3시간여 동안 사고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먼저 이 기자는 화성시 독재울사거리에서 숲속마을사거리까지 이어진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 발걸음을 멈췄다. 지팡이에 버스정류장이 걸렸기 때문이다. 왼편에 ‘뭔가 있다’는 생각에 이 기자는 두려움에 휩싸인 채 마치 외줄타기를 하듯 점자블록만을 따라 걸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상 점자블록 양측 각각 60㎝ 내에는 어떠한 방해물이 있어선 안 되나 해당 버스정류장은 점자블록과 30c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이와 부딪히기 일쑤였다.

또 지팡이를 뻗은 방향에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 저시력 안경을 벗어보니 눈앞에는 횡단보도가 아닌 차량이 쌩쌩 달리는 사거리가 펼쳐지기도 했다. 발 밑에는 차도 방향의 선형블록이 있었다.

김 기자는 안일초 앞 인도가 끝나는 곳에서 아찔한 경험을 했다. 교통약자법대로라면 일종의 ‘위험‘ 신호인 점형블록이 이곳에서 계단형태로 박혀 있어야 횡단보도를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인도에 따라 점형블록이 나선형으로 설치돼 있어 이곳이 위험한 지역인지 구분을 못했다. 결국 차도로 향하다가 “멈춰”라는 시민의 외침에 비로소 발걸음을 멈출 수 있었다.

지난 2019년 완공된 이들 인도는 센터가 지난 8월부터 두 달 간 점자블록 방향 및 보도 유효폭 등 10개 항목을 기준으로 평가를 받은 결과, 적합설치율이 50%를 기록할 정도로 부적합한 곳이다.

이러한 이유는 지자체가 교통약자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준공 승인을 낸 것에서 비롯됐다. 이 때문에 경기도는 센터를 통해 지자체의 요청을 받을 시 신규 인도에 대한 사전 ㆍ사후 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는 강제 사안이 아니기에 일부 지자체는 검토 요청을 하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ㆍ군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적절한 점자블록 설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전ㆍ사후 점검을 적극적으로 요청하라고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화성시와 안양시는 현장 확인 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도내 시각장애인 수는 5만4천546명이며, 최근 3년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점자블록 민원은 총 2천847건이다.

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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