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화 ‘공짜의식’ 바꿀 때 됐다

경기도 ‘문화 유료화’가 추진된다. 현재 무료로 운영되는 5개의 뮤지엄을 유료화하는 논의다. 전문가 좌담회도 열어 의견도 들었다. 강헌 경기문화재단 대표가 주도하고 있다. ‘공짜’에서 ‘유료’로 바꾸는 변화다.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다. 그럼에도, 강 대표는 나름의 확신을 얘기한다. “문화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를 위해 추진 중이다…시간이 걸리겠지만, 마땅히 가야 하는 방향이다.” 그가 설정해 놓은 방향에 동의한다.

우리가 유료화를 지지하는 데는 명백한 통계가 있다. ‘무료화 실험’이 낳은 비효율이다. 경기도뮤지엄의 경우 2017년 조례 개정으로 무료화했다. 그 이전에는 경기도박물관 등 5곳에서 일반 4천원, 도민 2천원을 받았었다. 관람 인원 제한이 있는 경기도어린이박물관(북부 포함)만은 계속 유료로 운영 중이다. 다만, 이곳도 매월 첫째ㆍ셋째 주말(토, 일)은 무료다. 무료화 도입의 목표는 분명했다. 더 많은 ‘문화 향유 기회 확대’다.

이 목표가 이뤄지지 않았음이 증명됐다. 경기문화재단의 경기도뮤지엄 관람객 현황을 보면, 지난 2015년 158만716명이던 관람객 수가 2016년 149만4천608명, 무료화가 시행된 2017년 166만7천547명, 2018년 168만1천838명, 2019년 156만6천339명으로 집계됐다. 유ㆍ무료 입장과 관람객에 어떤 상관성도 발견하기 어렵다. 기타 제반 여건에 따라 10% 이내서 증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기대 효과가 이뤄지지 않았음이다.

문화 창달 여건만 피폐해졌다. 문화 주체 수입이 크게 줄었다. 경기문화재단이 관리하는 도내 뮤지엄의 지출 예산은 도비(출연금)과 수입(관람료 등)으로 구성된다. 무료화로 수입이 줄었다고 해서 출연금이 더 늘어난 것도 아니다. 당연히 전시 횟수 감소 등 창작 환경 위기로 이어졌다. 도뮤지엄의 총 전시 건수를 보자. 2015년 43건, 2016년 39건에서 무료화가 시행된 2017년 37건에서 2018년 29건, 2019년 27건으로 감소했다.

애초 천박한 정책이었다. 2017년 ‘공짜 조례’는 역사에 남을 논쟁 없는 실패 행정이다. ‘공짜 문화’가 판치는 사회에 ‘고품격 문화’는 없다. 문화 창달도 가치를 만들어 내는 생산 활동이다. 인적 물적 투자 없이는 지속 가능한 발전이 있을 수 없다. 과감히 유료화 화두를 꺼낸 문화재단 행보에 격려를 보냈다. 때마침 서울시립 박물관과 미술관도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가 먼저 유료 문화 행정을 선 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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