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탈원전 정책’ 강행과 후퇴를 보며…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의 재개’와 ‘향후 원자력발전의 감축’을 두고 시민참여단의 합숙토론 및 찬반표결을 거치도록 했다. 매몰비용 때문인지 건설공사 재개는 찬성이 6대4로 앞섰으나, 원전 감축에 53.2%가 동의했다.

전기공급 비중, 관련 산업규모, 기업의 가격경쟁력 등에 비춰 탈원전을 필두로 한 에너지정책은 국가의 반(半) 백년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안팎에서 토론이나 공론화 과정도 없고, 국회의 동의 없이 행정부 입법만으로 급히 추진되어도 좋은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471명이 2박3일 고민했다지만 임의 선발된 비전문가들이다. 그분들 의견은 지금도 똑같을까?

정부와 몇몇 언론은 ‘숙의민주주의’라고 찬양하며 결정권을 시민에게 일임한 듯 말했지만 4년여가 지난 지금 대통령이 ‘건설 지연된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를 가능한 빠르게 단계적 정상가동이 가능하도록 점검하라’는 취지로 주문했다 하니 실상 숙의민주주의는 허울이었고, 의견 취합은 ‘탈원전’의 명분을 얻거나 국민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방편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도 든다.

탈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태양광 패널’이 국토 곳곳에 설치됐다. 설치비용이 비싸고 발전 효율이 극히 낮다는 근본적인 결함, 태양광 패널에 먼지나 눈이 쌓일 때의 관리, 우기가 계속될 경우의 발전 중단, 사용 연한에 다다른 썩지 않는 태양광 패널의 처리, 시설 부지의 확보를 위한 과도한 벌목과 그에 따른 산사태 위험, 발전효율을 낮추는 다습한 기후와 유사 시 전력 수입이 어려운 지리적 요건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사항임에도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과연 수지타산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나 기회는 너무도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의 태세전환과 정부의 출구전략을 보노라니 의구심은 더욱 가중된다.

태양광발전사업 보조금은 이미 집행됐고 시설 납품업체들은 거래를 끝냈지만, 정작 업체들은 태양광 사업에서 손 떼기에 바쁘단다. 산림청은 2017년부터 3년간 산지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위해 전국 임야에서 총 232만여 그루의 나무가 베어졌다고 밝혔고,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전력생산비용 누적 손실이 향후 30년간 1천조원을 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과거의 절차진행 못지않게 앞으로 감당해야 할 책임 문제도 진지하게 짚어봐야 하는 이유다.

설대석 법무법인 대화(大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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