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문화적 충돌의 영화 '준벅'

필 모리슨 감독의 미국 영화 '준벅'은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 구성원 사이의 문화적 충돌을 다룬 작품이면서 한편으로는 국내 관객에게 문화적 충격을 주는 영화다.

시카고에서 아트 딜러로 일하는 영국 출신 매들린(엠베스 데이비츠)은 남편 조지(알렉산드로 니볼라)와 함께 미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시골의 한 화가를 찾아 간다. 마침 근처에 조지의 가족이 살고 있어 매들린은 처음으로 시댁을 방문하기로 한다.

그러나 퉁명스럽고 강한 성격의 시어머니 페그(셀리아 웨스턴)와 조용한 시아버지 유진(스콧 윌슨), 신경질적인 시동생 조니(벤 매켄지)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불안하다. 임신한 동서 애슐리(에이미 애덤스)만 매들린을 호들갑스럽게 반겨준다.

화가의 작품을 유치하기 위해 며칠 간 시댁에 머물게 된 매들린은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물에 기름을 탄 듯 시댁 식구들과 좀처럼 섞이지 못한다. 게다가 시댁 가족들도 그리 화목해 보이지는 않는다.

가족들 사이의 애증과 상처를 그린 이 영화는 소소한 해프닝을 통해 유머감각을 보여주면서도 시종일관 차분하고 냉정해 묘한 분위기를 낸다.

이 가족은 엄청난 상처를 안고 있지는 않다. 잘난 형에 대한 동생의 열등감, 도시적인 며느리에 대한 시어머니의 불만, 사랑이 식은 남편에 대한 어린 아내의 안타까움 등 여느 가정에서나 한번쯤 겪을 만한 문제가 있을 뿐이다.

이 가족 관계의 위기는 구성원 개개인의 성격에서 나온다.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아닌 캐릭터에 치중한 영화의 접근방식은 신선하다. 그러나 영화는 갈등을 꺼내놓기만 하고 끝내 원인을 찾거나 봉합하지는 않은 채 엔딩 크레디트를 올린다.

여기에 국가 간 문화적 차이도 추가된다. 결혼 6개월만에 우연한 기회로 시댁 식구들을 처음 만나게 된다거나 시동생이 형수에게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장면은 국내 관객에게는 낯설다.

다만 온 가족이 껴안고 눈물을 흘리며 화해하는 할리우드식 가족영화에 눈살을 찌푸리는 관객이라면 억지로 잡아두지 않고 흘려보내는 듯한 결말에 찬성 한 표를 던질 수 있다.

부엌에서 나누는 대화가 온 집안에 울려퍼질 정도의 좁은 공간과 짜임새 있는 조명 활용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뇌리에 남는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들의 예술을 뜻하는 '아웃사이더 아트' 작품들도 영화 속에 등장해 좋은 볼거리를 준다.

지적인 매들린보다 천진난만한 애슐리 역의 애덤스가 관객들의 시선을 확 잡아끌 것.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약혼녀로 백치미를 뽐냈던 애덤스는 이 영화로 새로운 매력을 선보여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씨네큐브 한 곳에서 28일부터 만날 수 있다.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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