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부결됐던 유럽연합(EU) 헌법이 조약의 모습으로 부활하게 됐다.
EU 소속 27개국 정상들은 23일 새벽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30시간이 넘는 협상 끝에 2년 전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에서 부결된 EU 헌법을 조약으로 대체키로 합의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EU 순회의장을 맡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회담 직후 "우리가 원하던 바를 달성했다. 유럽이 마침내 단결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약은 정부간 회의를 통해 올 연말까지 최종안이 마련된 다음 2008년 중 회원국 비준을 거쳐 2009년 6월 안에 발효될 전망이다.
조약에는 EU 대통령직 도입과 외교총책임직 신설 등 EU 헌법 핵심조항이 그대로 담겼다. 다만 '헌법'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으며 EU에 초국가적 지위를 부여하는 국가와 국기, 공휴일 등 상징물에 관한 조항도 삭제키로 했다.
당초 영국 폴란드 등이 끝까지 조약 주요 조항에 반대해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폴란드는 인구 대국인 독일을 의식해 의사결정시 인구의 영향력을 증대시키는 이중다수결 제도에 강력히 반대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중다수결제가 자국의 경찰 사법분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예외조항을 요구해 난항을 거듭했다.
하지만 블레어 총리가 예외조항을 얻어낸 다음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설득에 나섰고 메르켈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까지 가담하자 끈질기게 버티던 폴란드는 결국 조약 초안에 동의했다. 또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용어를 빼자는 프랑스 요구는 조약의 핵심 목표에서는 삭제됐으나 부속 문서에 수록키로 합의가 이뤄졌다.
유럽 정상들은 이번 합의에 대해 한목소리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블레어 총리는 "이번 합의는 우리에게 전진을 위한 기회를 줬다"며 "앞으로 경제 에너지 기후 변화 등 이슈에 한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도 "유럽이 하나의 기구 아래 놓이게 됐고 이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6개월 임기의 EU 순회의장을 맡아 조약 탄생의 산파 역할을 했다. 회담 전부터 EU 헌법 대신 조약을 대안으로 주창하며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던 사르코지 대통령도 결렬 위기에서 폴란드를 설득하는 등 맹활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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