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일간 가디언의 남아시아 특파원인 아드리안 레비와 캐서린 스콧-클라크는 최근 출간한 '속임수 : 파키스탄, 미국과 글로벌 핵무기 음모'에서 지난 1999년 카르길 분쟁이 최고조에 달했을 당시, 미국을 방문한 나와즈 샤리프 전 파키스탄 총리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대화내용을 토대로 이같은 주장을 폈다.
이 책은 당시 클린턴 대통령이 영빈관인 블레어하우스에서 샤리프 총리를 만나 핵전쟁의 위협이 얼마나 진전됐는 지 아느냐고 질문했다고 전하면서 "당시 샤리프가 군부의 핵무기 사용 계획을 알고 있었을까?"라고 적고 있다.
이런 클린턴의 질문에 샤리프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자신은 카르길 작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클린턴은 또 샤리프에게 '그런 불행'에 연루되지 말라고 경고했으며, 만약 샤리프가 핵무기 발사 계획을 폐기하지 않거나 군대를 철수하지 않을 경우 카르길 분쟁의 책임을 전적으로 파키스탄에 돌리는 내용의 성명도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이 책에 기술된 당시 상황을 종합해보면 당시 총리였던 샤리프는 군부의 핵 무기 사용계획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샤리프 전 총리가 군부의 핵무기 사용 계획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가정한다면, 사실상 문민정부가 군부의 행동을 제재할 능력을 상실했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영국 선데이타임스의 특파원으로 파키스탄 상황에 정통한 크리스티나 램은 "파키스탄은 민간인이 통제할 수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
한편 이 책은 당시 클린턴 대통령은 오사마 빈 라덴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정보기관이 빈 라덴과 탈레반을 돕고 있다고 토로했으며, 역시 이런 불만에 대해 샤리프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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