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2010> 웅비하는 웅산, 재즈 보컬리스트

(연합뉴스) 그에게선 무게가 느껴진다. 불가(佛家)로부터 받은 웅산(雄山)이라는 법명 때문일까. 한국 여성으로서는 비교적 큰 체구(키 168㎝)에서 나오는 중저음의 허스키하고 시종일관 흔들림이 없는 차분한 목소리 때문인가. 그가 자작곡인 '예스터데이(Yesterday)'를 부른다. 읊조리는 듯. 속삭이는 듯.

지난 20일 밤 서울 양재동의 이어맥스스튜디오 연습장. 그가 '예스터데이'에 이어 스탠더드 재즈곡 '사랑 세일(Love for Sale)'을 부를 때는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뀐다. 빠른 템포의 웅산 목소리는 폭풍우가 몰아치듯 강력한 파워를 내뿜는다. 비구니 시절 복식호흡으로 다져진 그의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에는 강한 카리스마가 있다.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만든 '예스터데이' 앨범 덕으로 올해 제5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싱글 및 앨범 상을 수상했다. 2월에 성남아트센터에서 단독콘서트를 가진데 이어 3월에는 LG아트센터에서 객석 만석의 단독콘서트를 가져 재즈팬들을 열광시켰다. 5월에는 LIG아트홀과 재즈전문지 재즈피플이 공동실시한 '2008 리더스폴(READER'S POLL)' 조사에서 최고의 재즈보컬로 선정됐다.

다음달 17일부터는 일본 전국투어를 떠난다. 그 연주여행의 일환으로 다른 일본의 재즈세션 멤버들과 함께 오사카 및 나고야의 일본 블루노트(Blue Note), 도쿄의 재즈클럽 스윗배즐(Sweet Basil 139) 무대에 설 예정. 한국 재즈가수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무대다. 게다가 11월에는 세계 재즈 공연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뉴욕의 몇 개 재즈클럽에서의 공연 교섭을 진행중이다. 웅비(雄飛)하는 웅산이다.

"마치 (불교)수행을 하는 것 처럼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욕심이 생겼어요. 욕심이 생긴 거는 꿈인 생긴 건데... 내가 왜 한국과 일본에서만 활동해야 할까. 이제 나만의 재즈를 갖고 유럽이고 어디고 못 갈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맨해튼 재즈클럽 투어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어맥스스튜디오에서 만난 그가 한 말이다. 그는 오는 27일과 28일 서울 역삼동의 LIG아트홀에서 리더스폴 콘서트가 열리기에 앞서 다른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연습을 하면서도 중간에 일본에 잠시 갔다 온다. 일본내 그의 3집 앨범 'I Sing Standard' 녹음을 하기 위해서다.

"사실 첫 음반은 한국 보다 일본에서 먼저 나왔어요. 'Love Letters'란 앨범인데 그 걸 거꾸로 한국에서 수입을 한 게 국내 제 첫 앨범이 됐어요. 국내 두번째 앨범은 제가 만든 곡들을 절반쯤 섞어서 만든 'The Blues'란 앨범이고, 세번째가 자작곡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Yesterday'인데 굉장히 마음을 다해서 작업했고 (팬들이) 재즈인지 뭔지 몰라도 아주 편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웅산은 '예스터데이'의 작곡배경을 묻자 어느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면서 갑자기 전날 밤 일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그 감정을 침대 바로 옆에 놓인 피아노에 앉아 순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얘기하며 그 곡의 첫 부분을 즉석에서 노래한다. 욕심을 내거나, 의도적으로 잘 하려 하거나, 멋지게 보이려 할 때는 작곡도 제대로 안된다는 것이 그의 말. 그런 곡들은 대부분이 미완성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고 한다.

27일부터 이틀간 하는 LIG아트홀 콘서트는 재즈팬들의 투표를 통해 모두 6개 악기 분야에서 최고의 뮤지션으로 선정된 재즈아티스트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자리다. 재즈팬들이 올해 한국 최고의 재즈 연주자로 선정한 6인은 보컬 부문의 웅산 외에 피아노에 송영주, 베이스에 서영도, 드럼에 오종대, 기타에 정재열, 색소폰에 이정식이다. 평생공로상은 재즈이론가 이판근이 받게 됐다.

"사실 이 분들은 한꺼번에 한 무대에 서기가 아주 어려운 뮤지션들이예요. 한 명, 한 명 씩은 같이 무대에 서 봤지만 모두와 함께 공연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죠. 좋은 뮤지션들을 만났을 때는 함께 연주하고 싶은 생각이 들거든요. 이번에는 큰 바다에서 어떤 항해를 하게 될 지 기분이 들뜬 상태예요."

이번 콘서트에서 웅산은 '예스터데이'와 '사랑 세일'을 부르며 다른 뮤지션들도 각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곡 하나와 스탠더드 재즈곡 하나 씩을 연주하게 된다.

앞으로는 70, 80년대의 아름다운 곡들을 새로운 해석으로 재즈로 편곡해서 편안하게 들려주고 싶다는 것이 재즈보컬리스트로서 웅산의 희망. 라틴 재즈음악에도 요즘 한참 빠져 그 분야에서 새로운 레퍼토리를 개발해 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 웅산은 = 1973년생. 본명은 김은영. 불교를 믿는 환경 속에서 자라 10대 후반에 한 때 충북 단양 구인사에서 비구니 생활을 했다. 록음악이 좋아 환속 후 상지대학교 중국어과에 입학해 대학시절에 교내 록그룹 '돌핀스' 보컬로 활동했다. 미국의 재즈가수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의 'I'm a Fool to Want You'를 우연히 듣고 재즈에 심취, 1998년 당시 우리나라에 비해 재즈가 훨씬 더 많이 대중 사이에 보급된 일본에 건너가 본격적으로 재즈가수로 활동했다. 지금까지 500회가 넘는 일본 공연 기록을 갖고 있다. 수년 전 부터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 3집 앨범 '예스터데이'를 내면서 빠른 속도도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재즈가수로서의 활동 외에 뮤지컬 '하드록카페'에서 주역 엘리자베스 킴 역을 맡았었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실용음악과 보컬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또 케이블방송 tvN의 시사프로그램 '리얼스토리 묘'의 진행자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SBS 드라마 '일지매', KBS 드라마 '경성스캔들', MBC 드라마 '엄마야 누나야', KBS 드라마 '태양인 이제마' 등의 삽입곡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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