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경ㆍ김부선 "현행 친권법 문제 있다"

'한부모 가정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 모임' 출범

(서울=연합뉴스) 고(故) 최진실의 유산을 놓고 전 남편 조성민과 최씨의 유족 간에 분쟁이 발생한 가운데 '한부모 가정 자녀를 걱정하는 진실 모임'이 1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친권에 대한 현행법의 불합리성을 규탄했다.

이 자리에는 고은광순 전 호주제폐지시민모임 대표, 여성학자 오한숙희, 배우 손숙과 김부선, 방송인 허수경, 변호사 원민경, '살림하는 남자'의 저자 오성근 등이 참석했다.

오한숙희는 "16년 전에 나 자신이 한 부모 가정으로 출발했다"고 밝힌 뒤 "최진실 씨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던진 몇가지 화두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최진실 씨가 자식들에 대한 양육과 상속에 대한 대책없이 떠나자 현행법은 그간 자녀 양육에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던 전 남편 조성민 씨의 친권을 무조건적으로, 기계적으로 부활시켰다"며 "이혼 당시 빚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친권을 포기했던 자가 이제와서 친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진실 씨 친정 어머니의 경우는 재산분할 청구권이 없다. 그동안 딸의 매니저 역할을 했고, 딸의 자녀를 양육했는데도 딸이 죽자 딸과 남남이 된 사람에게 재산이 넘어간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억울한 경우"라며 "이것은 아들을 가진 부모도 마찬가지다. 배우자에게 재산분할 청구권이 있듯 이런 경우에도 재산분할 청구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민경 변호사는 "이혼 후 친권 보유자가 사망하면 남은 한쪽에게 자동으로 친권이 넘어가는데, 법원의 이런 해석이 이혼 자녀를 보호하는 충분한 장치인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배우 손숙은 참석자 대표로 '한부모 가정 자녀들을 위하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하며 "실질적인 양육을 맡아온 사람들의 존재가 인정돼야 한다. 친권자가 이를 인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규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서에는 장하진 전 여성부장관, 배우 권해효, 소설가 공선옥와 이경자, 양현아 서울법대 교수, 배우 서세원-서정희 부부, 유지나 동국대 교수 등 30여 명이 이름을 올렸다.

싱글맘의 길을 선택한 허수경은 "아시다시피 저는 한부모 가정의 한 부모 엄마"라며 "역시 한부모였던 최진실 씨의 죽음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부모 가장은 짐작할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해 아이들의 피난처를 미리 만들어놓아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녀는 지금 생각지 못한 대한민국의 법 앞에서 발길이 얼어붙어 이 땅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며 "진정한 '최진실법'이란 이름은 악플 관련 법이 아니라 한 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진실로 행복해지는 법에 붙여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이 땅의 모든 나쁜 남편과 나쁜 아내로부터 아이들을, 모든 나쁜 사위와 나쁜 며느리로부터 손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진실한 행복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서 싱글맘 배우 김부선은 조성민과 최진실의 이혼 후 지금까지의 사태를 묘사한 '그 법, 집어치우라!'는 시를 낭독하며 울먹였다.

'한 남자가 임신한 아내를 무릎 꿇게 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시는 고인이 떠난 후 친권이 자동적으로 조성민에게 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며 '아이들은 권리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키우는 것이다'고 말했다.

오한숙희는 "동네 찜질방에서 70대 할머니들이 조성민 씨의 친권과 재산권에 대한 문제를 화제로 삼고 걱정을 했을 정도로 최진실 씨 문제는 국민의 관심사"라며 "최진실 씨 사후 한달 간은 친권 문제가 유명 연예인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 차원에서 다뤄졌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공론화의 장으로 끄집어 낼 때라고 생각해 우리가 모임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 '한부모 진실방' 회원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이번 '한부모 가정 자녀를 걱정하는 모임'은 앞으로 친권과 관련된 현행법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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