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스페셜,'5.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1980년 5월18일 광주 민주화 운동 이후 29년이 흘렀다. 그 사이 희생자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이 이뤄졌지만, 고문을 받고 부상한 채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5ㆍ18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당시의 기억으로 반복되는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며 고통받고 있고,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일부는 극단적으로 죽음을 선택하기도 한다.

17일 오후 8시 'KBS스페셜'은 5ㆍ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을 맞아 '5ㆍ18 자살자 심리부검 보고서'를 방송한다.

프로그램은 "2007년 8월 기준 5ㆍ18 고문 피해자 중 사망한 376명 가운데 39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10.4%의 높은 자살률"이라며 "현재까지도 5ㆍ18 피해자들의 자살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한다.

5ㆍ18 기념재단은 생명인권운동본부에 심리학적 부검(Psychological Autopsy)을 의뢰, 보고서를 작성했다. 심리학적 부검이란 자살자가 생전에 남긴 각종 기록들과 주변의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질문 조사를 통해 자살의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5ㆍ18 고문을 당하고 살아남은 이들은 모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었다. 5ㆍ18 이후 이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13.1년이었고, 사망원인 1위는 자살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은 세 명의 5ㆍ18 고문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각 가정에 CCTV를 설치해 24시간 관찰하고, 전문가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이들이 겪고 있는 증상이 어떤 것인지를 진단해봤다. 이 결과에서도 이들 모두 PTSD를 앓고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프로그램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피하고 싶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괴롭더라도 계속해서 드러내야만 한다"며 "그러나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 피해자들이 선뜻 치료를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제작진은 "국가에서는 이미 6차에 걸쳐 5ㆍ18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을 했다. 그러나 진정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보상이 아닌 지속적인 관리와 보살핌"이라며 "이어지는 자살을 막으려면 한시라도 빨리 체계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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