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 맞으며 20여㎏ 돛 나르고 달고 ‘진땀’

■  경기국제보트쇼 자원봉사

‘2009 경기국제보트쇼 & 코리아매치컵 세계요트대회’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화성 전곡항을 찾았다.

탁 트인 도로를 따라 행사장으로 들어서니 검은 색 양복을 차려 입은 젊은 남녀들이 입구에서 기자의 차를 세우고는 “어떻게 오셨나요?”라고 친절하게 물었다.

이에 기자가 “보트쇼 1일 자원봉사하러 왔습니다”라고 답하자 운영 사무국으로 가는 길을 상세히 설명해 준 뒤 가벼운 목례와 함께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들은 이번 보트쇼 행사의 자원봉사자들로, 지난달 29일 이곳 전곡항에서 발대식을 가진 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행사장 안내와 주차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대학생들이었다.

이들을 포함한 2천614명(경기도 222명, 화성시 1천645명, 안산시 747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지난달 29~31일까지 기본 수칙과 행사 전반에 걸친 자세한 정보 교육을 받는 등 봉사활동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았다.

행사기간 동안 자원봉사자들은 외국인 안내와 행사장 안내, 체험활동 보조를 비롯해 주차관리, 환경정비 등 10개 분야에 투입, 오전과 오후로 나눠 2교대 봉사활동에 나서며, 안전사고와 환경정리 등 현장 여건에 따라 밤 11시까지 야간 근무도 하게 된다.

보트쇼 운영 사무국에 도착해 하루동안 기자의 현장 체험을 도와 줄 경기도 체육진흥과 차재호씨를 만났다.

우선 차씨와 함께 보트쇼와 요트대회가 치러질 현장인 전곡항 일대를 둘러보는 일로 이날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3일 개막식과 함께 지난해 보트쇼 홍보대사였던 국민 가수 조용필의 초대형 콘서트가 진행될 주 무대와 특설 무대 등 메인 행사장에는 3만석의 좌석 정돈과 음향 체크 등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고, 기자도 행사용 의자를 나르며 작업에 동참했다.

이어 경기도 홍보관을 비롯한 각 지자체 및 참여 단체가 마련한 부스 정리, 보트와 요트가 전시될 대형 천막 설치 작업에 투입돼 미리 와 있던 선배 자원 봉사자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본격적으로 요트대회 준비 작업을 도우러 전곡항 마리나 시설로 향했다.

전곡항 마리나 시설은 서울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권 최초의 마리나로, 해양 레저인들에게 각광을 받을 명소로 벌써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31일 1차로 113척 규모로 완성된 퍼블릭 마리나에는 이번 코리아매치컵에 사용될 ‘경기호’를 비롯한 6척의 경기용 요트와 보트쇼에 전시될 고가의 보트들이 계류돼 있었다.

마리나 시설에서 기자가 맡은 임무는 바로 세일(돛) 옮기기와 외국인 요트 전문가의 일손 돕기.

먼저 행사를 주최하고 있는 세일 뉴질랜드 소속 직원들과 함께 경기용 보트에 설치할 돛을 나르기 시작했다.

20여㎏에 달하는 무게도 무게지만 한 여름을 방불케하는 무더위까지 겹쳐 여간 힘겨운 작업이 아니었다.

이후 요트 정박 줄 확인, 각 장비의 고정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외국인 일손 돕기에 투입됐다.

뉴질랜드 출신 전문가 2명과 함께 경기용 보트의 곳곳을 손보는 일이었다.

물론 기자는 전문적인 기술이 없어 이들이 돛대 점검에 나서기 위해 숙련된 전문가가 돛대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줄을 당겨주는 보조 업무에 만족해야 했다.

차재호씨는 “코리아매치컵은 월드매치레이싱 투어의 대회 규정에 따르기 때문에 참가 선수들은 동일한 요트와 장비 등을 사용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온 전문가들이 일일이 모든 요트를 규격에 맞게 점검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기자에게 주어진 자원봉사 임무는 다름아닌 해양 스포츠라는 특성한 의사소통을 위해 가장 필요한 무전기 점검이었다.

군대에서 통신병 직책을 맡아본 경험이 있어 나름 자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요트대회 총괄 사무실로 향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장비 점검이 시작되자 어떤 버튼이 어떻게 쓰이고 이용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어 답답해하는 기자를 본 한 행사 진행요원이 “그냥 좀 닦아 주세요”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100대 가까운 무전기를 성심 성의껏(?)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고 나니 어느 새 전곡항에는 황혼이 물들기 시작했다.

경기도체육회 장평수 운영과장은 “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치러지는 보트쇼 & 요트대회의 성공 개최가 향후 경기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해양 레저 산업의 초석을 다질 수 있는 만큼 관계 공무원, 행사 진행요원, 자원봉사자 모두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이번 보트쇼의 성공 개최와 요트대회가 세계적인 대회로 발돋움 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김규태기자 kkt@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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