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

“내년 총선 승리 이끌고… 孫대표 리더십 빛나게 하는게 내 역할”

지난해 6·2지방선거 당시, 야권의 경기지사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 김진표 후보가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에게 패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김진표는 이제 끝났다”고 했다. 이후 의원직 사퇴를 철회하고 다시 국회로 돌아오자 일부에선 “도지사 후보 경선에서 패한 것보다 더욱 잘못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위상이 추락했다. 이어 10월 당 대표 경선에서는 그가 밀었던 정세균 후보를 누르고 손학규 후보가 당선된 것도 그의 앞날을 흐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하향곡선을 타며 잊혀질 뻔 했던 김 의원은 지난 13일 제1야당 민주당의 원내대표로 당선되며 단숨에 위상을 회복했다. 원외 대표였다가 4·27재보선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통해 의원배지를 달아 유력한 대권주자로 떠오른 손 대표와 그는 지금 명실공히 민주당의 ‘투톱’이다. 민주당 원내사령탑인 그를 22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만나 정국현안과 여러가지 궁금한 점에 대해 들어봤다.

 

-평소 궁금했던 것을 먼저 물으려고 한다. 지난해 펴낸 책에 보면 세 어머니를 모신 것으로 나와 있는데 사연을 말해줄 수 있는지.

 

우리 형제가 3남1녀인데, 동생들과는 이복관계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사별한 후 재혼을 해서 동생 셋을 낳았다. 아버지가 다시 이혼하고 세번째 어머니를 맞았는데 지금 제가 모시고 있는 분이다. 두 번째 어머니는 기독교 계통에서 운영하는 공동생활하는 곳에서 살고 계신다.

 

아버지는 76세 때인 지난 1994년에 돌아가셨고, 이후 어머니를 모시고 있던 막내 동생이 청주로 내려가면서 내가 모시기 시작했는데 8년이 됐다. 모시기 전에 가벼운 풍 증상이 있었는데 내가 모시고 나서 좋아지셨다. 집사람이 올해 60세인데 85세인 어머니를 모시려니 힘들다.

 

다행히 건강하게 지내셨는데 재작년에 큰 사고가 났다. 경로당에 갖다오시면서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가 열리면서 아이가 안고 있던 강아지가 갑자기 짖는 바람에 놀라 넘어져 고관절과 다리를 크게 다치셨다. 의사가 마취하기 위험하다고 수술을 안 하려는 것을 얘기해서 약하게 마취해 수술했는데 잘돼서 지금은 보행기를 밀면서 다니신다. 식사는 잘하시고 거동은 아직 불편해 하신다.

 

-부인(신중희 여사)과 취미생활은.

 

나는 다름 사람들에게 부부가 사이좋게 지내려면 취미생활를 같이하라고 말한다. 집사람과는 연애할 때부터 테니스를 같이 쳤다. 58~59세까지 함께 쳤다. 위스콘신 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를 하면서 골프도 같이 배웠다. 현재는 무릎이 안좋아 테니스는 잘 안하고 배드민턴을 주로 한다. 골프는 1년에 한두번 치는 정도다. 아내와는 서로 말을 안해도 눈빛으로 다 알 정도다.

 

-원내대표 하면서 특별히 경기도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원내대표는 나라 전체를 위해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도를 위해서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G7에 들어가기 위해 주목해야 할 곳이 파주LCD와 수원삼성까지다. 이곳에 미래에 먹고살기 위한 모든 것이 다 있다. 또 (수원의) 서울농대 부지부터 성균관대까지 국공유지와 사유지를 합치면 2천만평 정도 되는데 광교 신도시와 삼성전자를 연결, IT나노반도체 신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총선 수도권 5%내 승부 ‘피말리는 싸움’ 예상

 

대선 후보 선출 ‘수퍼스타 K 방식’도 좋을 듯

 

우리나라가 먹고살 수 있는 것은 바이오신약과 IT나노반도체인데, 향남제약단지에 (기업이) 100% 들어가 있는 것 처럼 한국형 실리콘밸리 2천만평을 20년 내다보고 만들면 수원·화성·용인 지역에 얼마나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겠는가. 이것이 내가 갖고 있는 꿈이고 우리나라도 이를통해 G7에 들어갈 수 있다.

 

-수원비행장 이전은 계속 추진할 것인지.

 

수원비행장은 반드시 이전해야 한다. 지역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국가를 대상으로 (소음피해 등에 대한) 막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이어지고 있다. 한번 보상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5년 뒤 다시 소송을 걸면 또 보상해야 한다. 몇년내 1조원 가량의 보상금을 줘야 한다. 매년 1조원씩 주고 군용기지를 놔두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다. 비행장 자체가 200만평이고, 탄약고 야산까지 300~400만평을 활용할 수 있다. (국회 공항·발전소·액화천연가스 인수기지 주변대책) 특위에 법안을 내어 놓았고 유승민·김동철 등 여야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법은 올해안에 만들고 MB정부에서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음 대선 때 우리 당 공약으로 내걸고 정권을 잡으면 바로 추진하겠다.

 

-신분당선 연장선의 미금 환승역 설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손 대표는 미금역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원내대표의 의견은.

 

미금환승역 설치는 우리가 분당 선거 때 공약으로 발표했다. 광교신도시 입주자들은 반대하는 것이나 열차는 이용객이 많아야 경제성이 있다. 미금역을 설치하면 속도가 2~3분 더 걸리게 되는데 이웃도시끼리 이해해야 한다. 시행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면 되고, 2~3종류 혹은 급행·완행 등을 운영해도 된다. 서로가 편리해야 하는데 광교주민들이 조금 일찍 가려고 미금역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면 잘못된 것이다. 미금역 갖고 자꾸 그러면 집단이기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광교신도시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도청 이전과 (신분당선 연장선) 동시착공이다.

 

-지난해 경기지사 경선에서 되지 않은 게 오히려 잘된 것 아니냐는 말이 있다. 대권에는 생각이 없는지.

 

대권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꿈이 아주 없다면 거짓말이다. 김부겸(군포)·정장선(평택을)·박기춘 의원(남양주을) 등도 대권에 꿈이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원내대표로서 무조건 내년 총선에서 이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 대표로서 유력한 대권후보인 손 대표가 당의 지지율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당은 손 대표가 역동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 필요하다. 손 대표의 리더십이 잘 발휘되도록 하는 게 지금의 내 역할이다.

 

한나라당은 두 나라, 세 나라로 나눠졌다가 똘똘 뭉치려 하고 있고, 낮은 자세로 소통하려고 하고 있다. 여당의 변화를 잘 관측하고 예측해서 손 대표와 당이 뭘 갖고 공격해야 하는지 항상 생각하려고 한다. 지난 1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뉴타운 정책에 대해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석고대죄하라고 했다. 그런 문제들을 계속 쳐줘야 중산층과 서민이 결집하고, 직능단체도 얽히고, 넥타이 부대도 민주당에 한번 (정권을) 맡겨보자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

 

-대선후보 선출방식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지.

 

대선은 총선 후 8개월 뒤의 문제이나 유력한 손 대표의 인기 속에 경쟁자가 있어야 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수퍼스타K 방식’도 좋다고 본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경쟁자를 죽여야 한다고 하면 ‘정치 하지(下之)’다. 허각과 존박이 경쟁했던 것처럼 1등보다 아름다운 2등이 존경받을 수 있다. 최고위원들도 (대선후보 경선) 다 나오고 노래 부르며 즐겁게 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향후 원내전략의 중점은.

 

의원들이 각 상임위에서 의정활동을 최대한 잘 하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상임위별 의견이 엇갈릴 수 있는 현안이나 문제가 있으면 원내정책회의와 고위정책회의를 통해 해당 상임위원들도 참석을 시켜서 충분히 토론하고 소수 반대의견도 귀기울여 국민의 뜻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할 것이다.

 

수원비행장 이전·신분당선 미금역 설치 노력

 

광교·삼성 등 연결 IT나노반도체 신도시 만들어야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다수결의 원리를 무시하고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하는데.

 

모든 사안에 다수결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병든 민주주의다. 그렇게 하려면 국회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여당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되지 않는가. 거대 여당이라 하더라도 야당이 대변하는 소수 의견도 충실히 반영할 책임도 있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인천 연수)는 합리적이니깐 충분히 야당의 소수 의견도 반영해 줄 것으로 믿는다.

 

-한·미FTA 처리를 놓고 일부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민노·진보신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어떻게 조율한 것인지.

 

야당은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지금은 강하게 재협상을 요구할 단계다. 민주당의 입장을 이해시키고 한·미FTA 재재협상을 이끄는 동력으로 활용하겠다. 제1야당 원내대표인 저의 임무다.

 

-한나라당 황 원내대표와 경기·인천 원내대표 시대를 맞아 지역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한 쪽이 이기면 한 쪽은 져야하는 시소게임을 벌어야 하는데.

 

저와 황 원내대표는 같은 기독교 신자(장로)라는 공통점이 있고, 이것은 서로를 믿는 데 기초가 된다. 또 황 원내대표는 제가 교육부총리 할 때 야당 국회 교육위원장을 맡았던 인연이 있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국민의 박수를 받는 정치를 하려고 노력하겠다. 전임 한나라당 김무성·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사석에서 형님·동생하면서 그런 역할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의 대권도전 이야기가 나오는데 대권에 나가야 한다고 보는지 혹은 도정을 계속 해야 한다고 보는지.

 

대권은 본인이 선택할 일이고, 야당 정치인이 이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단지, 선택에는 비용이 따르는 것이고, 지난해 도지사 재선에 도전했을 때 대권에 나갈테니 밀어달라고 한건 아니지 않은가. 그에 따른 정치적 코스트는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

 

-김 지사의 수도권 규제 완화정책에 대해서는.

 

수도권 규제 완화는 수도권과 지방이 WIN-WIN할 수 있어야 한다. 수도권에 모든 투자가 가능하게 완전히 풀어야 한다는 게 김문수 지사의 정책이나 이것은 수도권 전체를 투기장화 하는 하책이다. 정치적으로 포퓰리즘의 대표이고, 되지고 않고 수도권을 망가뜨리는 것이다.

 

용인 수지가 난개발되고, 화성에도 난개발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왜 난개발이 불가피하냐면 수도권 땅값이 지방의 5배가 넘어 부가가치 떨어지는 산업. 섬유, 조립, 낮은 단계의 전자 등은 지방이나 수도권이나 차이가 없다. 근데 왜 5배 되는 땅에 투자하겠나. 모든걸 풀게 하면 돈의 논리상 기업들이 기업자체를 해서 이익내려는게 아니라 종토세를 안 내면서 땅을 넓게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 목적으로 땅을 많이 보유해서 나중에 땅값 차익을 노리기 위한 방법으로 잡고 있을 것이다.

 

수도권에는 땅값을 내고도 경쟁력 있는 사업이 있다. 고부가가치 첨단업종으로 이것은 지방으로 가라고 해도 못간다. 고부가가치 첨단업종은 인가해주고 다음에는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게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도권에 인가된 공장에는 규제를 덩어리째 뽑는 획기적 조치가 필요하고, 그것은 지방도 마찬가지다. 전국적으로 기업활동에 전봇대라고 표현되는 잘못된 규제는 완화해야 한다.

 

강해인·김재민기자 hikang@ekgib.com

 

■  김진표 원내대표는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 ‘Mr.튜너(조율사)’로 명성

 

민주당 제4기 원내대표에 선출된 재선의 김진표 의원(64·수원 영통)은 참여정부에서 경제·교육 부총리와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엘리트 경제관료다.

 

그는 행시 13회로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강원도 영월세무소장과 재무부 세제심의관, 재정경제부 세제 총괄심의관·세제실장을 지냈고, 금융실명제 도입 등을 주도했다.

 

또 세제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세제개혁을 주도했으며 재정경제부 차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국무조정실장 등 요직을 거쳤고, 국무조정실장 시절 ‘외국인근로자고용허가제’와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도입 과정에서 부처간 이견과 여야간 갈등을 원만히 조율해 ‘미스터 튜너(Mr. Tuner·조율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어 그는 노무현 정부들어 교육·경제 부총리로 임명되는 등 정부 고위 관료로 승승장구했다. 그는 또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수원 영통구에 출마해 여의도에 입성했다. 2008년 전당대회에서는 최고위원 경선에 출마해 당초 예상을 깨고 당당하게 5위로 당선되기도 했다.

 

중도 개혁 성향으로 분류되는 그는 안정감을 바탕으로 원만하게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신중희씨(61)와 1남1녀.

 

수원출신인 그는 수원중·경복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재경부 차관을 거쳐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국무조정실장에 이어 참여정부에서 경제·교육부총리를 지낸 뒤 수원 영통에서 17·18대 의원을 지낸 재선의원이다.  강해인기자 hik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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