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산실> 도예가 강경연
<창작의 산실> 도예가 강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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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를 꿈꾸는…그녀를 빚다

지난 1992년 방영된 MBC 드라마 ‘아들과 딸’은 남아선호사상이 뿌리내린 집안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를 통해 여자여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남자여서 남자다움을 강요받는 현실을 그렸다. 드라마는 실제로 남녀차별을 경험했던 시청자의 공감대를 얻어 50%를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 가정이나 사회에서 그처럼 지독한 남녀차별적 가치관과 행태는 많이 사라진 듯하다. ‘많이’는 결국 ‘완전히’는 아니란 것. 여성을 주제로 도자조형 작업을 보여주는 도예가 강경연(42) 씨의 작품도 여전히 존재하는 남녀차별을 인식하는 것에서 탄생했다.

“제 세대만해도 남녀차별을 거의 겪지 않고 한 인간으로 자랐어요. 평범하게 공부하고 대학가서 꿈을 펼치는데 어느 순간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렇구나’라는 상황을 경험했죠.”

그가 여성으로서 차별받은 것은 무엇일까. 작가의 오프 더 레코드 요청에 속시원하게 풀어놓을 순 없지만, 여성 인체 조형작업을 하는 그녀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하려면 그 계기를 알아야 하기에 살짝 말한다. 다만 누구나 공감할만한 사회적 공격이었다는 것을 주지하고 싶다. 그렇다고 그녀의 작품이 과거 일련의 공격적인 페미니즘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그가 2006년에 선보인 대표 연작 시리즈 ‘블루헤어 우먼’(Blue Hair Woman)은 동화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이미지다. 강 씨가 조물주처럼 흙으로 빚고 불에 구워내 생기를 부여한 여성상은 풍선처럼 빵빵한 푸른 머리 스타일에 얇은 팔과 다리를 가졌으며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불합리한 현실을 수용한 이미지다. 여기에 고양이를 그림자처럼 등장시켜 사회로부터 강제적으로 규정지어진 여성의 역할에 반발하는 자아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한 여성의 이중적 자아가 충돌하기보다, 또 하나의 나를 서로 관조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 연작에서 흙으로 빚어진 여체는 서양 동화책의 삽화처럼 화려한 색채로 눈길을 사로잡으며, 급기야 소유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은 열망을 불러일으키는 묘한 매력이 있다.

하지만 이 시리즈가 출연하기 전인 2000년 머리카락 대신 꽃송이가 있는 흙색 그대로인 강렬한 이미지의 여성 두상이나, 2002년 개인전 ‘즐거운 상상’에서 여성이 평면에 무채색으로 그려진 세상을 딛고 일어서 무엇인가를 쟁취하려는 모습의 전신상 등 블루헤어 우먼보다 표현 방식이 직접적이었다.

“페미니즘 형식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느꼈던 것 같아요. 여성으로서 불합리한 것을 겪었고 이 시대 여성이 현실과 타협하면서도 갈등하는 이중적 자아를 표현하고 싶었지만, 전 조금씩 바뀔 것이라 꿈꾸는 이상주의자거든요. 표현 방식의 타협점을 고민하다가 ‘내 작품엔 페미니즘적 요소가 없다’고 규정하고 다시 작업했죠. 물론 그 결과물(블루헤어 우먼)을 보고 여성주의적 사고를 벗어날 순 없다고 인정했지만, 페미니즘 미술형식과는 다르다는 차이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여성주의적 관점 일관되게 유지하며…

현대여성 본질적 자유찾아 끊임없는 흙과의 대화

신비로운 분위기의 블루헤어 우먼 시리즈가 분명히 여성주의적 관점이 생생하지만, 초기작과 달리 현실을 비판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지켜보는 여유가 느껴지는 이유다. 이를 두고 강 씨는 “제 작업은 ‘여성이 바라는 이상주의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인 유토피아 꿈꾸기’일 것 같아요.”라고 요약한다.

이후 강 씨가 2008년에 선보인 연작 ‘비밀정원’의 여성상은 더 몽환적이고 비밀스럽다. 두상이 대부분인 이 연작에서 여성의 머리카락은 새, 나무, 탑 이미지 등으로 표현된다. 당시 작가는 이 작품을 규모가 작은 갤러리에 오밀조밀(관람객이 작품 사이를 걸어다니며 좁다며 불평할 정도로)하게 배치했다. 그는 아예 전시장 문을 닫고 밖에서만 작품을 보게 만들고 싶었단다. 잘 가꾸어졌으나 갇힌 여성의 공간(비밀정원)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지만 관람객의 ‘작품을 본다’는 기대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작품 배치 간격을 좁힌 것으로 타협했다고.

그는 또 2009년 개인전 ‘백일몽’에선 다채로운 색감을 지우고 흰색, 여기에 그녀의 특징이었던 구체적인 여성의 얼굴과 고양이 이미지까지 모조리 빼고 또 다른 세상으로 빠져드는 다리만 나열한 형상 등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표현방식에 대한 쉼없는 고민을 드러내고 있다.

여성주의적 관점은 일관되게 유지하면서도, 흙과 대화하는 도예가로서 현대도예의 미적 요소와 조형언어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것. 과거 도예작품이 그 기능을 강조하면서 찾기 어려웠던 스토리텔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도예의 의미있는 한 경향으로 눈여겨볼만 하다.

강 도예가는 지금도 나즈막한 산에 둘러쌓여 낯선 이를 경계하는 개들과 자유롭게 나는 새가 전부인 양평군 강산면의 작업실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또 한명의 여자를 빚고 있다. 불가마에서 구워져 현실에 등장할 그 여자는 어떤 유토피아를 꿈꾸고, 어떤 이야기를 할 지 궁금해진다.    류설아기자rsa119@ekgib.com


■ 주요전시
-2009 ‘白日夢’ 외 개인전 9회
-기획초대 2인전 ‘Dreaming Garden-고양이와 개에 관한 진실’(한향
림갤러리·헤이리)
-Clay of Cogitation(두산주택문화관 전시장·서울)
-한일현대도예교류전(일본 하기시)
-인도·한국도자학회국제교류전 ‘EARTH SYNERGY’(갤러리 Nvya·인도)
-유럽도자연구소 초대 ‘Ceramic Korea-Japan Continent2007 Project’
(FLORIVAL Museum·프랑스)
-갤러리쌈지기획초대 ‘이 사람. 그 사람. 저 사람’(갤러리 쌈지·서울)
-2007중국 경덕진 국제도자박람회(중국)
-얼굴박물관초대특별전 ‘흙으로 빚은 얼굴’(경기도 광주)
-한국작가 5인전 ‘Fun&Function’(Silver shell 갤러리·도쿄)

■ 수상경력
-2001 관악 현대미술대전 우수상 -2001 서울 현대도예공모전 입선
-1997 청주 국제공예비엔날레 입선 -1995 서울 현대도예공모전 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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