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를 가다] 호평중 강범식 교장 인터뷰

“교통체증이 일어났는데 운전자한테 빨리 가라고 채근만 해서는 안됩니다. 길을 더 넓히거나 차를 빼내야 합니다.”

호평중학교 강범식 교장은 ‘수업 중심으로 학교 업무를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강 교장은 평교사로 근무하다 지난해 3월1일 호평중학교에 공모 교장으로 부임했다. 부임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수업중심 학교’를 가로막는 업무, 이른바 잡무를 조사하는 일이었다.

 

강 교장은 “당시 전체 교사에게 의견서를 일일이 받아 없앨 것은 확 없애고, 바꿀 것은 확 바꿨다”고 밝혔다.

또 학년 중심 체제와 교육지원 체제를 우뚝 세워 ‘관리에서 돌봄으로 구조전환을 통한 학교 운영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으며, 담임들을 학년부에 근무하도록 하는 동시에 물리적으로도 해당 학년 학생들 곁으로 가장 가까이 배치했다.

 

물론 교무실이란 공간만 ‘학년부’로 만들어놓은 것은 아니다. 기존 부서협의 체제가 학년 협의체제로 바뀌었다. 학년부장은 해당 학년의 학급운영 지원을 총괄하고, 학년에서 결정한 내용에 대해 교장과 직접 협의한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는 얘기다.

 

강 교장은 또 교육지원 체제도 수업 중심으로 확 바꿨다. 복지지원팀(팀장 교장), 교육지원팀(팀장 교감), 학생지원팀(팀장 학생부장) 등 3개 지원팀으로 나눈 것이다. 강 교장은 이 지원팀들을 총괄하며 교장, 교감, 행정실장, 3개 지원팀장 등 모두 6명이 참석하는 지원회의를 주재한다.

 

강 교장은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는 돈 때문에 이런 지원인력을 쓰기는 어렵지만 결국 다른 학교도 우리학교와 같은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렇게 학교 시스템이 바뀌니 공문 처리하다 틈나는 대로 학생 가르치던 교사들은 당연히 사라졌다. 교사들은 공문처리와 잡무에 쓸 시간을 수업연구와 수업공개, 수업협의에 사용하고 있다.

 

강 교장은 “‘한 명의 아이도 배움으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모든 아이에게 질 높은 공동체적 배움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호평중 교사들은 수업기술이 아닌 아이들의 ‘배움’에 초점을 맞춰 수업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무리 유능한 교사도 혼자의 힘으로 학교와 수업을 바꿀 수는 없다. 꾸준한 수업 공개와 관찰, 안정적인 교과 연구 모임과 수업 연구회를 통해 교사 간에 서로 배우고 연구하는 동료성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이들이 활동을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갈 수 있도록 돕고, 학습자 간의 상호 협력을 통해 표현적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힘에 의해서만 학교가 변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오늘도 새로운 교육과정을 학교 현장에 적용하고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교사들의 연구활동을 응원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강 교장의 어깨 너머로 대한민국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남양주=유창재기자 cjy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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