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 위한 학교에 들어간 하위 20% 아이들의 운명은?
상위 1% 위한 학교에 들어간 하위 20% 아이들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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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모 작가의 신작 소설 ‘방주로 오세요’ 출간
지구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다. 그 자리에 넓이 39.5㎢, 높이 1.2㎞의 땅이 솟아오른다. 사람들은 그곳을 ‘공중정원’이라 부른다. 그로부터 20년 후 사람들이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 궤도를 되찾았을 무렵 정부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통해 공중정원에 초고층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초호화 도시를 건설한다. 이름하여 ‘방주시’다.

지상의 사람들이 여전히 폐허 속에서 조금씩 삶을 시작하는 동안 사회 고위층 인사들은 공중정원으로 이주해 그들만의 아늑한 터전을 마련한다.

‘위저드 베이커리’로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구병모 작가의 신작 소설 ‘방주로 오세요’(문학과 지성사 刊)가 출간됐다. 이번에도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빛을 발한다.

소설의 배경은 방주시에 위치한 방주고등학교다. 주인공 마노와 쌍둥이 누나 루비는 방주고가 정원의 10%를 할당해 입학을 허용한 ‘지상의 아이들’이다.

마노가 기를 쓰고 방주고의 좁은 문에 도전한 데에는 신분 상승을 원하는 부모의 바람보다는 어린 시절 방주시에 관광을 왔다가 광장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를 다시 만난다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입학 후 마노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부닥친다. 학교 재단 이사장의 손자이기도 한 학생회장 일락이 누나 루비를 인질로 삼아 마노에게 자신의 프락치 노릇을 요구한 것. 2학년 윤시온을 중심으로 지상의 아이들 몇몇이 참여한 소모임 ‘프로네시스’를 감시하는 것이 마노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마노는 어쩔 수 없이 프로네시스에 가입하는데, 그들이 학교를 폭파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학교에서 재회한 ‘광장의 소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프로네시스의 계획을 막기로 마음먹는다.

작가의 정교한 상상력으로 탄생한 방주시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공간이지만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비추는 데 더없이 효과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상위 1%가 움직이는 견고한 시스템이나 철저한 계급 구분은 ‘가상’이 아니다. 시스템의 부조리를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전복과 순응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마노의 딜레마 또한 낯설지 않다.

작가는 전작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도 그랬듯, 이번 작품에서도 판타지로 버무린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긴 여운을 남기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값 9천원.

윤철원기자 ycw@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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