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도 계약직 공무원인가

법조계에 입문하여 들은 우스갯소리 중에 “법관은 산에 오르더라도 사법연수원 성적순으로 오른다”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 이유로 법관 임용을 염두에 둔 사법연수생들은 피 말리는 성적경쟁을 하고, 시험을 보는 중에 과로사한 연수생도 있을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연수원 시절만 잘 버티고 나면 다시는 시험경쟁이 없을 것으로 알고 모두 사력을 다한 것 같다.

 

최근 근무 평점 미달을 이유로 재임용에 탈락한 법관이야기를 들으면서 ‘평가는 계속되는 구나’라고 씁쓸하게 혼잣말을 되뇌었던 적이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니 이제 법관도 계약직 공무원이 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 재임용에서 탈락한 법관은 3명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어떤 형식이든지 그 당시 사회적 이슈에 오르내렸던 인물이다. 이번의 경우는 ‘근무 평점’이라는 성적표를 문제 삼았다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다.

 

매년 수십 명의 재임용심사가 이루어지고, 그 중 상대적으로 근무 평점 불량의 판사가 없지 않았을 터인데 왜 그들에게는 같은 기준이 적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동안의 법관에 대한 근무 평점은 승진을 위한 자료가 될지언정 ‘방출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또한, 마땅히 그래야만 헌법정신에도 부합된다고 여겨진다.

만약 세간의 의심대로 당사자가 SNS에서 논란을 일으킨 연유로 이런 화를 자초하게 되었고 이것이 숨은 진실이라면 이는 우려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헌법상 보장된 법관의 신분이 10년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를 계기로 근무평정을 재임용 자료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근무평정제도 자체의 투명성도 새삼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근무 평점의 항목이나 점수평가지표 등이 사전에 공개된다면 점수인생(?)에 누구보다 단련된 법관들의 분발과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고, 근무평정 제도의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사라질 것이다.

 

“법관은 판결로만 얘기한다”는 불문율에 가까운 금언이 있다. 그러나 법관도 사적 인간관계 내에서 잡담 정도를 할 권리는 있다고 본다.

 

‘가카빅엿’이라는 논란의 표현도 그 범주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이 부분만 도려내어 ‘가카빅엿’판사 운운하는 것은 사안에 비해 의미를 지나치게 부각시킨 측면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인다.

 

결국, 법관도 평가의 대상이 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하지만, 법관이 밀실의 평가에 의해 10년 직 계약직 공무원으로 전락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법관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재산과 권리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양진영 법무법인 온누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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