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치매는 ‘고령화의 그늘’로 불린다. 치매가 주로 나이 많은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치매환자의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40, 50대뿐 아니라 20, 30대에 치매가 찾아와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 이상 드라마나 영화의 설정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뇌에 독성물질이 쌓여 기억력이 떨어지고 지적능력과 운동능력까지 상실해 결국 사망하게 되는 치매는 주로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젊은 치매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치매질환 진료환자 수가 연평균 25%씩 증가했다.
주목할 사항은 65세 미만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치매가 시작되는 초로기(初老期) 치매환자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40대 치매환자의 경우 2001년 563명에서 2008년 862명, 50대 치매환자는 2001년 1천901명에서 2008년 4천369명으로 늘어났다.
특히 중년 여성의 치매 발병률이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40대 여성 치매환자의 경우 2001년 261명에서 2008년에는 431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초로기 치매는 노년기 치매보다 환자와 가족에게 더 많은 고통을 안겨 준다. 한창 활동할 나이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상실감이 환자를 엄습한다. 또 치매와의 싸움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 곁에서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꼭 필요한 치매의 특성상 오랜 간병 과정에서 가족들이 겪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젊은 나이에 치매가 발병할 경우 직장을 잃는 동시에 치료 및 간병으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경제적인 타격도 심하다.
초로기 치매환자는 늘고 있지만 개인적·사회적 인식은 저조하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건망증으로 치부하거나 스트레스·음주 탓으로 여겨 치매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초로기 치매환자가 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65세 미만자로 치매 등 노인성질환을 가진 사람이 장기요양급여를 받으려면 등급(1~3급) 판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인지기능 장애만으로는 등급 판정을 받는 것이 어렵다. 인지기능뿐 아니라 행동장애까지 나타나야 등급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치매 환자에게 행동장애까지 나타나려면 이미 치매가 중기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다. 이는 등급 판정을 받은 뒤 치료를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초로기 치매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치매는 사실상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매 위험인자를 조기 발견해 이를 차단하면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고 발병된 경우라도 진행 속도를 완화시킬 수 있다. 초로기 치매환자를 분석해 보면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에 치매가 시작되는 환자 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치매를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제는 개발되어 있지 않은 상태다. 치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적 요인 등을 제거해 치매를 예방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치매가 의심되면 빨리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문소영 아주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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