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제는 모든 현상이 스스로 불규칙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예측할 수 없다는 ‘카오스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반대로, 언제 나비가 날갯짓을 할지 예측이 가능하고 카오스의 변덕스러운 성질을 이해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복잡해 보이는 현상들도 내면에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있다. 무질서한 흐름 속에서 숨겨진 패턴을 발견하는 일은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예측하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여기에서 ‘빅데이터’라는 말이 등장한다. ‘빅데이터’란 ‘자료의 양이 방대하고 형태도 일정하지 않아 수집과 저장, 검색 및 분석, 시각화가 어려운 양의 데이터’를 의미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소셜 미디어 활동을 분석하는 빅데이터 분석팀을 강화하였는데, 그 결과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은 민주당, 개를 기르는 사람은 공화당을 선호하는 경향까지 파악하여 개개인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최적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활용한 사례가 있다.
미국 온라인 상에서 경제상황에 대해 '낙담(depressed)'한 사람의 비율이 상승하면 약 4개월 후 미국의 실업률이 최고치에 도달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빅데이터 연구도 있다. 글로벌 SNS 사이트들은 자사 서비스 플랫폼에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글이나 그림, 동영상 등을 분석해 이용자의 성향이나 관심사항을 파악한 후, ‘리타깃팅'이란 기술을 통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하고 있다.
SNS, 클라우드와 스마트폰 등과 같은 정보미디어 기술의 발달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과거보다 훨씬 긴밀하고 촘촘해진 ‘초연결사회’를 실현해 주고 있다. 누구와 통화를 하고 문자를 보내는지, 무슨 교통수단을 이용하는지, 사람들 사이에 어떤 이슈가 중심이 되고 있는지 등 매일 상상할 수 없는 양의 데이터들이 흘러다니며 ‘빅데이터’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여 가고 있다.
개인의 일주일간 스마트폰 이용행태를 분석해보면 그 사람의 미래행동을 상당 부분 예측할 수 있을 정도이다. 아마존은 우리의 구매패턴을 알고 있고, 구글은 우리의 생각을 파악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가입자 9억 명의 소통을 분석하여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하는 존재’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예견한 듯 구글은 스스로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우리의 일상사와 커뮤니케이션 내용을 수집,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마케팅에 활용되는 빅데이터 분석은 과연 우리 인류에 어떤 방향으로 활용될 것인가? 첨단 미디어 기술이 등장하면, 그것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고찰이 병행되어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성열홍 경기콘텐츠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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