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를 가다] 용인 흥덕고등학교
[혁신학교를 가다] 용인 흥덕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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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튀는 학생자치ㆍ교사와 학생의 소통 '학교가 달라졌어요'

학생 체벌을 금지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부터 ‘체벌 없는 교육’을 실천해온 학교가 있다. 최근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재 방침에도 ‘비교육적인 조치’라며 불복할 정도로 고집(?)이 센 학교, 바로 용인 흥덕고등학교다. 흥덕고는 지난 2010년 개교 당시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혁신학교로 지정돼 3년을 달려오면서 공교육의 변화 사례로서 언론과 지역사회의 관심을 받아왔다.

■수업종이 가인의 ‘피어나’? 톡톡 튀는 학생자치
흥덕고의 혁신 교육은 학생 자치활동에서부터 시작된다. 교내 생활과 관련된 규범 대부분은 전교생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학생회에서 결정한다. 학생들의 가장 관심사인 두발과 복장을 학내 규범으로 자율에 맡기다 보니, 다른 학교에 비해 머리 모양이나 치마 길이 등 사소한 문제로 교사와 학생 간 실랑이가 벌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는 편이다.

특히 흥덕고는 다른 학교와 달리 수업 시작종이 일반적인 벨 소리가 아닌 학생들이 선호하는 최신 가요다. 수업 시작종으로 사용되는 가요도 교시마다 바뀐다.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수업을 보다 기분 좋게 시작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된 학생들의 아이디어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활동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통합 기행’이다. 흥덕고는 여느 학교들이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것과 달리 매년 5월 1학년을 대상으로 2박3일간 통합 기행을 진행한다. 통합 기행은 25명씩 한 팀을 이뤄 자전거 여행이나 생태기행, 오지 탐험 등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으로, 방문 장소와 숙박지, 교통편, 여행 프로그램 등은 모두 학생이 스스로 결정한다. 팀별로 교사가 1~2명 참여하지만, 이들의 역할은 학생들을 인솔하거나 여행이 계획대로 진행되도록 돕는데 한정된다. 여행을 갔다가 온 뒤에는 프레젠테이션과 보고서를 통해 여행을 정리한다.

또 2학년은 여주나 안성, 평택 등지에서 농촌 봉사활동을 진행하는데, 이 또한 학교는 방문지만 결정할 뿐 전반적인 활동은 학생이 주도한다. 낮에는 모내기 등 농사일을 돕고 저녁에는 학생 스스로 주제를 정해 현지인과 함께 토론을 벌인다. 이를테면 도시와 농촌이 공생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이범희 교장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기획·실행하는 능력을 갖추고, 스스로 진행하는 일에 대한 성취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문제아들과 운동장 뜀박질·등산으로 ‘소통’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학교를 이끌어가는 문화를 정착시키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다. 흥덕고는 성적이 그리 좋은 학생이 모이는 학교가 아니다. 용인은 비평준화 지역으로 고등학교가 서열화돼 있는 탓에 신설 학교는 상대적으로 지망 순위에서 뒤로 밀리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개교 당시 학습 분위기를 잡는 게 쉽지 않았다. 교사의 체벌을 금지하고 전반적인 규율을 학생의 자율에 맡기다 보니, 정상적인 수업 진행은 고사하고 흡연 등 교내 비행도 비일비재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의 거친 행동이 여과 없이 방송돼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면서, 2011년도 학생 모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흥덕고는 학교 폭력과 교권 침해, 흡연 등 3가지 비행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정해놓고 학생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흡연 프로그램 참여는 물론, 담임교사와 1시간 동안 운동장을 뛰어야 한다. 다음번에 또 적발되면 운동장을 뛰는 시간이 2시간으로 늘고, 세 번째 적발 땐 담임교사와 함께 지리산을 종주해야 한다. 징계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교사와 문제 학생이 함께 운동장을 돌고 산행을 하면서 여러 대화를 나누고 소통의 시간을 갖도록 한 교육방식이다.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되자 학생들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교사와 학생 간 두터운 신뢰가 쌓인 상태다.
이 교장은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도 학생 개인보다 가정이나 학교 교육 환경상의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소통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삶을 나누고, 친밀감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흥덕고는 지난 4월부터 ‘하늘길을 걷다’란 주제로 백두대간 종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모두 참여해 소통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기본반·교과교실제 등 다양한 수업방식
흥덕고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서 다양한 교과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올해부터 기본반과 심화반을 구성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기본반은 입학생 중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울 정도로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중학교 과정부터 고등학교 1학년 과정까지 가르친다. 1학기는 여름방학까지 중학교 교과과정을 모두 마스터하고, 2학기는 겨울방학까지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교육해 일반 학생과 학습보조를 맞춘다. 방학을 모두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 의지가 강한 학생을 선별해 배정하고 있다.
심화반은 1학년 중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을 선별해 상급 교육과정에 대해 선행학습을 한다.

교과교실제도 전 과목에 걸쳐 운영하고 있다. 교과교실제는 학생이 교과별로 교실을 찾아다니면서 수업을 받는 교육방식이다. 각 교과교실에는 과목의 특성에 맞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중국어 교실에는 실내 환경을 중국처럼 꾸며놓고, 영어 교실도 어학에 특화된 시설을 꾸며놓았다. 수학 교실은 칠판을 앞뒤로 붙여놓고 교사가 양쪽 칠판을 오가면서 문제풀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입체적인 수업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지난해부터는 수업태도가 좋지 않은 학급에 대해서는 ‘팀 티칭(team teaching) 수업’을 하고 있다. 학생들이 까다로워하는 영어와 수학, 과학 등 3개 과목에 두 명의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한 명은 전반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다른 한 명은 개인별 지도를 하는 방식이다.

흥덕고는 내년에 첫 졸업생을 배출할 예정이다. 첫 입학생들이 올해 말 수학능력시험을 치르고 나면, 많은 이들이 몇 명이나 명문대에 진학했는지를 놓고 흥덕고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범희 교장은 명문대 진학 성과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입학 당시보다 많은 성장을 거듭해왔다’는 점이다.

용인=강한수·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인터뷰>이범희 흥덕고 교장 "학생들의 문제 함께 풀어가는 모습이 중요"

“네가 날 거부하더라도, 절대 널 포기하지 않을 거야.”
이범희 흥덕고 교장은 교육에 있어 학생과의 소통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매일 아침 등굣길에 학생을 맞이하는 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날씨가 덥거나 추우면 음료수를 건네기도 한다. 처음에는 교장이 등교 인사를 하는 광경 자체를 어색해하는 학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제법 익숙해졌는지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를 하는 학생이 많아졌다.

이 교장은 누구나 언제든지 면담할 수 있도록 교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는다. 그렇다 보니 쉬는 시간이 되면 교장실을 지나던 학생들이 “교장선생님, 뭐하세요?”라며 자주 안부를 물어오곤 한다. 편지를 주고 가는 일도 종종 있다. 그래서 이 교장의 책상 옆에는 학생들이 주고 간 편지들이 정성스레 게시돼 있다.

이 교장은 “돌봄이 필요한 학생을 변화시키려면 교사가 먼저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1989년 강원도 강릉 관동중학교에서 윤리교사로 처음 교편을 잡았다. 그러다 지난 2001년 양평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그의 교직 철학을 바꾸는 계기가 찾아온다. 연극반 지도교사를 맡아 연습 후 아이들을 집에 바래다주던 중 아이들의 대화내용을 듣고, 학생들의 관심사가 자신이 알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것이 이 교장이 수업혁신 연구모임인 ‘참여소통교육모임’을 결성하는 계기가 됐다.

이 교장은 “내가 그동안 아이들을 겉껍질로만 알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 그동안의 만남이 공허하게 느껴졌다”며 “어떻게 아이들과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참여소통교육모임을 결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내에서 생긴 문제를 일부 아이의 탓으로 치부하지 말고 함께 풀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결국, 교사가 학생에 대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용인=강한수·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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