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만끽하며 웃고 걷고…응어리 풀리니 ‘치유를 만나다’

아주대병원 경기암센터, 제주서 ‘암환자 캠프’ 진행

아주대병원 경기지역암센터가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해 눈길을 끈다. 특히 참여한 암 환자 중 일부가 짧은 시간에 증세가 호전되고 참여자 전원이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 효과적인 치료법 사례로 기록될 듯하다.

“재가 암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괜찮아 보이지만 수술과 치료 후 부작용 또는 마음의 상처때문에 힘들어합니다. 하지만 정작 이를 나누고 해결할 기회가 없어 마음의 병이 깊어지면서 삶의 질이 나빠지고 덩달아 몸 건강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전미선 아주대병원 경기지역암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경기도내 재가 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2박3일간의 암환자캠프의 기획의도이기도 하다.

아주대병원 경기지역암센터(이하 경기암센터)는 지난 20일 도내 재가 암 환자 20여명과 센터 소속 의료진 및 사회복지사 등 3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주도에서 ‘2013 경기도 암환자 캠프-제주 72’를 열었다. 제주도처럼 먼 곳으로 이동하며 암 환자 캠프를 진행한 것은 전국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캠프는 경기암센터가 기본 사업비에 자체 기획 진행한 ‘저소득 재가암환자 지원 행복나눔 바자회’의 수익금을 투입했다. 연간 사업비 1억4천여만원에서 평소 프로그램 운영 및 인건비를 빼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자체 행사로 올린 수익 중 일부를 쏟아 부은 것이다. 이는 암 환자의 수술 및 중점 치료 후 관리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참여자는 다양했다. 암 수술과 치료 후 최대 최근 5년간 재발없이 관리하고 있는 사람부터 지난 6월 초 방사선 치료를 끝낸 사람, 캠프 후 입원 예정인 사람까지 다양했다. 위암, 폐암, 자궁경부암, 간암 등을 겪은 환자들로 30대부터 80대까지 연령층도 폭넓었다.

경기암센터 의료진은 ‘우리는 걷고, 웃고, 사랑합니다’를 타이틀로 내세운 캠프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숲치유의 장단점과 방법, 힐링워킹의 효과와 올바른 걷기, 암 환자 맞춤형 명상과 요가ㆍ스트레칭 등을 알려줬다.

참여자들은 펼쳐진 자연을 만끽하며 제대로 건강하게 걷고, 숨쉬며,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운동법 등 개인별 몸과 마음의 상태에 맞춘 각기 다른 치유법을 익혔다. 인터넷을 통해 관련 정보가 넘쳐나지만 정작 암 환자마다 각기 다른 방법이 필요한 것을 확인하는 한편, 이 세밀한 과정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과정이었다.

무엇보다 참여자들은 마음을 나누면서 그간의 응어리를 풀어내고 한결 밝아졌다.

이들은 매일 저녁 숙소에서 진행된 힐링프로그램에서 웃음치료와 명상치료를 통해 비슷한 처지의 암 환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모씨(60ㆍ여)는 자신의 유방암이 딸들에게 유전될까봐 걱정하며 여름이면 절개한 한 쪽 가슴때문에 여전히 신경쓰는 자신을 드러냈고, 지난 6월 초 위암 수술 후 치료를 끝낸 황모씨(58)는 캠프 기간 내내 경미한 위 경련과 설사에 시달리다가 캠프 마지막날 ‘설사가 멎었다’며 기뻐했다.

시각장애인으로 2년 전 암 수술을 받은 김모씨(59)는 ‘긍정적 마인드가 재발을 예방하는 것 같다’며 다른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힐링 프로그램이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이들 모두 그간 가족들에게조차 부담이 될까봐 애써 감췄던 눈물을 쏟아내고 서로 안아주며 삶의 의지를 다졌다.

캠프 후 바로 입원하는 정모씨(35ㆍ여)는 “이번 캠프를 통해 마지막 항암 치료를 잘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도시와 먼 자연 속에서 이렇게 긴 시간 의료진과 완 환자들과 이야기한 것은 처음인데 정말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탈북 후 1년만에 암이 발병해 이제 치료한 지 갓 1년이 지난 최모(59)씨는 “제주도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간다”며 “앞으로 내 몸과 삶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전미선 센터장은 “해외 사례만 봐도 리트리트(Retreatㆍ명상 등을 통해 긴 시간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도록 하는 것) 치료법이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며 “하지만 국내 암 환자 캠프를 찾기 힘들고 환자들의 비용 부담도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캠프는 암의 예방부터 치료와 암 생존자 관리, 그들의 정서적 문제까지 고민하고 걱정하는 진정한 힐링센터를 지향하는 경기암센터가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의료진이 긴 시간 전문적으로 상담함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했다”며 “앞으로 직장 생활을 하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기획하는 등 도내 암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 지정을 받고 10월 문을 연 경기암센터는 재가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자세한 일정은 홈페이지(https://ggcancercenter.kr)와 표를 참조하면 된다. 문의(031)219-7141

류설아기자 rsa119@kyeonggi.com

★아주대병원 경기지역암센터는 아주대병원 웰빙센터 6층에 자리잡고 있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암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시도별로 1개소를 지정해 운영하는 암센터로, 아주대병원은 2011년 경기도 대표 암센터로 지정됐다. 현재 암 관련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 및 전문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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