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갑·경북 포항남-울릉 등 단 2곳에서 치러지지만… 정국판도 좌우할 ‘초미니선거’
‘10·30’ 재·보궐선거의 여야 후보 윤곽이 드러나면서 사실상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오는 10·11일 양일간 후보등록이 이뤄지는 이번 재보선은 경기 화성갑과 경북 포항남·울릉 등 단 2곳에서 치뤄지는 ‘초미니선거’로, 당초 예상보다는 판이 줄어들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6개월 이후 치러져 집권 초기에 대한 평가 성격을 갖는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화성갑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의 총력전이 예상된다. 재보선 선거 결과 경우의 수에 따른 정국전망을 살펴봤다.
2:0 새누리당이 두 곳 모두 승리할 경우
힘실리는 황우여 체제… 野, 김한길 회의론 고개
화성갑이 새누리당 고희선 의원(재선)의 별세로 치러지고, 포항남·울릉도 여권의 텃밭인 영남 지역이라는 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화성갑의 경우, 18대(김성회)와 19대(고희선) 모두 새누리당(한나라당)이 승리했고, 17대 보선에서도 故 고 의원이 승리해 3연승을 기록 중이다.
포항남·울릉은 무소속 김형태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아 재선거가 치러지지만 김 전 의원이 19대 총선에서 당선될 당시 새누리당 소속이었다. 이곳은 ‘새누리당 공천=당선’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며, 이로 인해 당 후보공모에서도 1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었다.
‘일여다야’ 후보 구도로 치뤄지기 때문에 여당에 일부 유리할 것으로 예상되고,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의원이 소속된 통합진보당의 홍성규 대변인이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수표의 역결집 가능성도 새누리당에게는 호재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근 화성을 의원이 민주당(이원욱)이고, 시장도 민주당(채인석), 경기도의원과 화성시의원도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상황이라 새누리당이 무조건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와 故 고 의원의 장남인 고준호 농우바이오 전략기획실 리스크관리팀장, 김성회 전 의원이 당내 미묘한 파워게임과 맞물려 치열한 공천경쟁을 벌이면서 공천후유증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야의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이변이 없는 한 승리가 예상되는 포항남·울릉에 이어 화성갑에서도 이겨 완승할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남은 정기국회 기간 중 정국의 주도권도 여권이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황우여 대표(인천 연수) 등 지도부에게 힘이 실리고, 홍문종 사무총장(의정부을)도 굳건히 자리를 지키게 된다. 초선임에도 도당위원장 직무대행이라는 중책을 맡아 화성갑 보선을 승리로 이끈 이재영 의원(평택을)도 호평을 받을 수 있다.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예정대로 하면 내년 5월에 치러져야 한다. 하지만 ‘6·4’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전당대회를 치르는 것은 부담이고, 이번 재보선도 승리를 이끈 황 대표를 교체해야 한다는 명분도 약해지기 때문에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반면, 민주당은 당초부터 두 곳 모두 야당에 힘겨운 지역이었다고 보고 선거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면서 여권에 대한 공세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되나 ‘힘있는 야당’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붙을 수 있고, 내년 지방선거에 대비한 조직 재정비를 요구하는 주장도 제기될 수 있다.
김한길 대표 체제로는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의 승리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정기국회 민생법안 처리를 외면하고 오랜 장외투쟁에 대한 여론의 식상함도 패배의 원인이 됐다는 자성론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1:1 여야가 한 곳씩 승리할 경우
격전지 화성갑 민주 승리 땐 대여압박 탄력
새누리당이 포항남·울릉에서 이기고 화성갑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외형적으로 1대 1의 무승부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야당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포항남·울릉은 여당의 텃밭이기 때문에 야당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승리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본다면 승부처인 화성갑에서의 야당의 승리는 여권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재보선에서 수도권에서의 패배는 여권에게는 일종의 충격이 될 수 있고, 특히 17대 보선과 18·19대 총선에서 3연승을 거뒀고 도당위원장이 자리를 지켰던 화성갑의 패배는 두 배의 아픔을 줄 수 있다.
패배원인을 놓고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고, 공심위원장을 맡았던 홍 사무총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도당위원장 선출을 11월말로 연기한 뒤 도당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선거를 치른 것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 있고, 힘 있는 도당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고, 경기지사를 포함해 수도권 지방선거에 대비한 전면적인 재점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예상된다.
수도권에서의 패배는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남은 정기국회 기간 중의 주도권도 야당이 쥐게 되고 국정원의 대대적인 개혁 등 여권을 상대로 한 공세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흔들리던 민주당 김 대표의 입지는 확고해지고 어려운 상황에도 공심위원장을 맡아 후보공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박기춘 사무총장(남양주을)의 주가가 높아지는 한편 김태년 도당위원장(성남 수정)도 상당한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0:2 야권이 두 곳 모두 승리할 경우
새누리당 지도부 대대적 물갈이 후폭풍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화성갑 뿐만 아니라 포항남·울릉 지역에서도 민주당 혹은 무소속 후보가 승리하고 여권이 패하는 경우다. 여권의 국정운영에 대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여당 내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판을 줄여서 치른 선거임에도 수도권 뿐만 아니라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경북에서 동시 패배한 것에 대한 자성론과 책임론이 불거지고 공심위원장을 겸했던 홍 사무총장의 경질뿐만 아니라 내년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을 위해 황 대표 등 지도부를 교체하는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박 대통령 역시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되고 대야 관계 재정립이 불가피 할 전망이다.
내란음모 혐의로 이 의원이 구속되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던 통합진보당은 여권의 패배를 놓고 ‘국정원의 정치공작이 심판을 받았다’며 의미부여를 하며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예상돼 여권으로서는 여러 면에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글 _ 김재민 기자 jmkim@kyeonggi.com 사진 _ 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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