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유예할부 쉽게봤다 쪽박찼네

자동차 유예할부 덫에 걸려 빚더미… ‘카푸어’ 는다

계약 만료때 차값의 60% 상환… 초기부담 없어 젊은층 중심 확산

상환만기 돌아오면서 경매시장 쏟아져 팔아도 원금마련 못해 악순환

30~40대층을 중심으로 자동차 유예할부제도가 인기를 끌면서 이들의 카푸어(Car Poor) 전락이 현실화 되고 있다. 계약 기간 만료 시 상환해야 하는 차 값을 지불하지 못해 차량이 경매로 넘어가거나, 차량을 팔아도 원금을 마련하지 못해 다시 유예를 신청하는 등 또 다른 ‘부채 뇌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유예할부는 차 값의 10~30%를 선수금으로 낸 뒤, 3~5년 계약기간 동안 이자와 원금 중 10%만 할부금으로 지불하고 계약 기간만료 시 나머지 차값의 60%를 한꺼번에 내는 제도다. 고가의 차량 구매 시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국내 차 뿐만 아니라 외제차를 구입할 때 많이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유예할부 계약 기간이 끝나는 시기에 원래 차값의 60%가량인 잔여 원금을 한꺼번에 갚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최근 도내에는 경매에 나온 차량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6일 경매전문업체 등에 따르면 경매로 넘어간 도내 자동차는 올해 9월까지 1천48건으로 지난해 927건을 이미 넘어섰고, 외제차는 2011년 81건, 2012년 99건, 올해 101건에 이르렀다. 특히 경매에 넘어간 차량 중 채권자가 캐피탈인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경매에 나온 도내 자동차 중 캐피탈이

권자인 경우는 지난 2011년 417건, 지난해 582건, 올해 694건이며 올해는 경매 매물의 절반 가까이가 캐피탈 회사에 의해 진행됐다.

특히 외제차의 경우 자동차 유예할부가 주로 사용되는데 국산 차량보다 감가상각이 커 원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부천의 한 중고차매매소에 보관된 2011년식 B사의 외제차는 감정가가 1억2천만원으로 캐피털 회사에 지불해야 할 원금은 1억600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현재 최저가 8천400만원으로 경매를 기다리고 있어 이 금액에 차량을 판매한다고 해도 2천200만원을 더 갚아야 한다. 차는 차대로 넘어가지만 차주는 여전히 빚더미에 앉게 되는 셈이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그동안 캐피탈 회사에서 유예제도를 이용해 대출에 적극 나섰고 소비자들도 쉽게 이용했지만 상환만기 시기가 도래하면서 건물처럼 자동차도 경매로 쏟아져나오는 등 카푸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연도별 취급잔액, 만기별 분포 및 연령대별 이용비중 등을 고려하면 다수의 카푸어가 급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유예할부, 유예리스 상품의 취급동향과 건전성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자연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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