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융성 디딤돌, 기부문화]4.문화예술분야 기부 걸림돌은 무엇인가

심리적 거부감ㆍ제도적 장치 부재 등 ‘걸림돌’… 공공ㆍ민간협력 뒷받침돼야

한국사회에서 기부와 나눔의 문화는 날로 성장하고 있다. 역사는 짧지만 빠른 기간 동안 자리를 나름 잡아가고 있다고 판단된다. 허나,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불균형적인 측면이 있다. 기부와 나눔의 대부분이 복지 분야에 한정된 것으로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를 풍성하게 하고 사회의 통합에 기여한다. 개인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자선활동의 성격의 기여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아직까지 사회적 인식 부족과 정서적 거부감 그리고 현실적인 제도 미흡 등으로 문화예술분야는 기부에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부가 증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 여러가지 장애요인을 있다.

■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기부 ‘특수성’ 때문에 정서적 거부감 커

지난 2009년 기준, 한국 사회의 전체 기부규모는 8조4천억원, GDP의 0.79%에 해당한다. 기업이 40%, 개인이 60%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사회복지와 교육분야에의 기부로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기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0.2% 수준이 머문다. 이는 곧 한국의 문화예술기부가 낙후된 영역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빙코리아 국제기부심포지엄’ 2003년부터 2011년까지의 기업 기부의 분야별 참여 추이를 분석해 보면, 문화진흥 분야의 취약한 현실을 볼 수 있다. 2002년부터 기부에 대한 기업의 지출이 증가하며 특히 사회복지분야와 교육 및 장학분야에 대한 지출이 비중 있게 증가했다. 반면 문화진흥분야는 2006년 9.9%에서 2010년 5.3%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두 가지 데이터만 살펴보더라도 문화예술분야에 대한 기부는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다.

일반적으로 기부 활동의 장애요인으로 기부금 효과에 대한 의문, 기부금의 투명성에 대한 의문, 기부금에 대한 혜택과 효용의 부족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일반 기부와 관련해서 통상적으로 고려될 수 있는 장애들과 달리 문화예술계의 경우 특수성 때문에 더 많은 장애요인을 안고 있다. 가장 큰 장애가 바로 기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인식상의 거부감 혹은 거리감이다.

예를 들어, “예술은 사회복지와 교육분야보다 덜 시급하다”, “자산가나 대기업이 후원하면 그걸로 족하다”, “문화예술 지원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문제다”, “시장성이 없어 실패한 영역인데 왜 지원을 해야지”, “기부금을 제대로 쓰는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가 없다” 등의 심리적 거부감을 들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계에 대한 기부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상대적 시급성의 문제 ▲시장성의 문제 ▲국가책임의 문제 ▲투명성의 문제까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문화예술분야는 사회복지 및 교육 영역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지원은 그 시급성이 떨어진다. 사회복지 영역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다는 일정한 수준의 합의가 있기 전까지는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 이것은 가장 쉽게 접하는 논리다. 실제로 사회복지영역이 가진 감정적 호소력과 함께 문화예술영역이 사회적 지원을 논할 때 가장 큰 장애가 되는 논리기도 하다. 물론 사회복지 영역에 대한 지원 필요성은 인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문화적 빈곤 혹은 빈곤문화의 대물림이 사회복지 영역에서 가지는 심각성을 간과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순수 문화예술보다 복지문제와 연관된 이규의 부분이 여전히 설득력이 강함을 볼 수 있다.

둘째, 많은 이들이 문화예술분야는 직업으로서 선택한 영역이 시장실패재였던 관계로 창작활동하는데 있어 혹은 일상 생활을 하는데 있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 강하다. 문화예술도 상품으로서 시장에서 거래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대체가 불가능한 일회성의 경험을 제공하는 활동이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문화예술 체험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영역에 대한 지원을 창작자의 빈곤문제로 단순화시키고 시키는 것도 문제다.

셋째, 문화예술 영역의 지원은 국가 또는 공공의 영역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도 또 하나의 걸림돌이다. 어떤 이유로든 예술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가 광범위하다면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분야라는 시각이 강하다.

넷째, 문화예술계에 지원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사용됐고 어떤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는지가 분명치 않아서 기부를 꺼리는 것도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

■문화예술 지원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 없어

이러한 기부자들의 심리적 거부감 말고도 문화예술단체 기부 활성화를 저해하는 현실적인 걸림돌은 또 있다. 바로 문화예술 지원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

박근혜 정부는 ‘문화예술후원 활성화에 관한 법률’(‘메세나법’)을 제정(현재 국회 발의 중)하고, 개인과 기업들의 문화예술 후원 장려를 위한 세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명 메세나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세수감소와 사회복지 같은 타 분야와의 지원 형평성 등을 이유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메세나법 도입과 같은 실효성있는 법제도적 인프라 구축이 문화산업의 근간을 튼튼히 할 것이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한국메세나협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Arts&Business)’은 문화예술단체 기부 활성화의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기업과 예술의 만남(Arts&Business)’은 기업과 문화예술이 함께 발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 지원을 위해 지난 2005년 12월에 시작됐다. 기업과 예술단체는 1년 이상의 단위로 결연을 맺어 사회공헌, 마케팅, 경영전략을 위해 상호 교류하며, 서로간에 기업의 창조적인 문화경영과 예술단체의 안정된 창작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양 기관은 지난 3일에도 서울 성북구 삼청각 일화당에서 ‘2013 기업과 예술의 만남 결연식’을 개최했다. 이날 결연식에는 대기업과 예술단체 30쌍, 중소·중견기업과 예술단체 90쌍이 결연을 맺고 총 47억원의 지원금을 약속했다. 지금까지 총 573개 기업이 참여했으며 지원 금액은 약 292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기업은 단순한 이윤만의 추구해서는 살아 남을 수 없다. 감성경영, 문화경영이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문화예술은 기업의 경영과 직접 연관되는 변수이자 영향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문화예술과의 관계를 심화시키고 서로의 장점과 에너지를 주고받는 순환적인 연결고리를 형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기업 이미지의 향상을 통해 기업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동시에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에너지를 통해 기업 내 종사자들의 기업에 대한 충성도의 개선, 창의성의 함양 등 여러 가지 효과를 가져 오고 있다.

21세기 문화기반사회는 예술의 창의성이 사회ㆍ경제적 가치의 핵심기반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분야 재원은 타 분야에 비해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이를 타개하고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협력을 통해 문화예술 재원을 확대하고 문화상생, 문화복지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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