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매트 위 이불 한장으로 ‘저온화상’ 예방하세요

겨울철 온열기구 장시간 사용시 주의사항

청소부 L씨(62)는 최근 깜짝 놀랄 일을 겪었다. 추위 속에 야외 근무를 마친 뒤 동료들과 함께 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와 전기장판 위에서 잠이 들었는데 깨어나 보니 장판에 엉덩이 한 쪽이 달라붙은 것이다.

병원에서는 ‘심재성 3도 화상이라며 피부이식수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몇 년째 전기장판을 사용해온데다 온도도 높지 않았기에 의아했다. 별다른 통증도 없었고 부위가 크지도 않았던 탓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화상이라면 통상 100도를 넘는 고온에 신체가 노출됐을 때에만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50도도 안 되는 온도라도 장시간 접촉되면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발생하는 화상을 저온 화상이라고한다.

최근 추운 날씨 탓에 전기장판과 온열기 등을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 전기난로 역시 복사열 탓에 열성 홍반이 생기거나 심하면 3도 이상의 화상을 입기도 한다.

저온화상은 1년 중 추위가 시작되는 11월 중반부터 환자수가 급증한다. 그냥 생활하기에는 쌀쌀하지만 보일러를 틀자니 비용 부담이 커서 전기장판나 온수매트만 깔고 생활하다 화상을 입는 것이다.

실제로 겨울철에는 11월부터 1월까지 저온화상으로 입원하는 환자 수가 가장 많은데, 지난해 11~12월의 경우 전년보다 20% 가량 늘었다.

아주대학교병원 이일재 성형외과 교수는 “겨울철에는 전체 화상환자들의 10~20%가 저온화상으로, 대부분 겨울철에 발생하는데 주로 피곤해서 전기장판이나 온열기구의 타이머를 맞춰놓지 않고 자다가 화상을 입는 일이 많다”며 “특히 연말연시 술을 먹고 귀가해 전기장판에 그냥 누워자거나, 당뇨나 말초혈관 질환자의 경우 감각이 둔해져 뜨거운 것을 모르고 누워있다가 화상을 입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심하는 순간 피부 괴사까지

저온화상은 낮은 온도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특성상 피부 깊숙이 침투하는 성향이 있다. 대부분이 상처가 진피층까지 미치는 3도 화상이다. 주로 엉덩이나 허벅지와 같이 전기매트에 접촉하는 부위에 잘 생기고 피부가 괴사해 하얀 색상을 띈다. 감각이 없을 뿐 별다른 통증이 없어 자신이 화상을 입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아 시일이 지난 후에야 병원을 찾는 이가 대다수다. 치료는 깊은 상처 때문에 80% 이상이 피부이식수술을 필요로 한다.

저온화상을 입게 되면 찬물로 환부를 식히는 쿨링마사지도 큰 효과를 볼 수 없다. 화상을 입은 후 2시간 이내에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부 감각이 없거나 색이 하얗게 변했을 때는 저온화상을 의심하고 화상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허준 화상외과 교수는 “고온화상은 재빨리 병원을 찾지만 저온화상은 스스로 인지를 하지 못한 경우도 많아 병원을 찾으면 이미 진행이 끝난 경우가 많다. 온도가 높지 않다는 이유로 방심하고 있다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전기매트 위에 이불 깔면 예방 가능

온열기도 열성 홍반의 위험이 있다. 열성 홍반은 보통 몸이나 다리의 가는 혈관이 늘어나서 얼룩덜룩한 붉은색을 띠게 되는데, 가렵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전기난로 등의 복사열에서 나오는 자외선이나 원적외선 등이 피부세포의 DNA에 변형을 일으켜 생긴다. 열성 홍반은 일반 화상과 달리 피부가 뜨거운 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열기(대개 43∼47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때 생기기 쉽다.

예방법은 전기장판이나 온수매트 위에 두꺼운 요 한 장만 깔면 된다. 이불로 열이 분산되고 살이 장판 또는 매트와 직접 맞닿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다. 저렴하다는 이유로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했다가는 화재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에 품질 검증이 제대로 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전기난로는 최소 1m 이상 거리를 두고 사용해야 한다. 저온화상은 한 부위에만 열이 오래 전해질 때 생기는 만큼 간지러운 느낌이 들면 바로 온도를 조절하거나 자세를 바꿔야 한다.

허 교수는 “전기장판 위에 아무 것도 깔지 않고 누우면 접촉한 피부에 열이 밀집돼 온도가 더 올라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조직이 괴사되면서 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없어진다”며 “전기매트 위에 이불 한 장을 깔면 온도가 분산돼 저온화상이 생기지 않는다. 난방기구와 용품의 안전수칙을 숙지하고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핫팩이나 뜸도 조심해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핫팩이나 손난로,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즐겨하는 뜸도 마찬가지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핫팩과 손난로는 최고온도가 63도에 달한다. 68℃의 물체나 액체에 1초만 닿아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위험한 물체인 것이다.

특히 이들 제품은 추운 야외에서 주로 사용하는 만큼 주머니에 넣은 채 활동하다 보면 뜨거움을 종종 잊는다. 핫팩이나 손난로를 수시로 옮기며 사용하면 상관없지만 주머니에 넣고 오랜 시간 있다 보면 추워서 다리의 감각이 없어진 것인지, 핫팩이나 손난로로 피부가 익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를 수 있다.

허 교수는 “‘어떻게 사람이 뜨거운 것을 느끼지 못할 수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사례가 굉장히 흔하다. 뜨거움으로 인해 간지러웠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쯤 했을텐데 그것이 바로 통증의 약한 단계이다. 그 단계를 넘어서면 ‘내가 적응했나 보다’하지만 사실은 저온화상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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