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동구는 바다와 항구를 끼고 있어 오래도록 인천의 경제·문화 중심지였다. 19세기 말 개항과 더불어 인천항의 중심지였으며,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의 인구 유입이 크게 늘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들이 꾸렸던 수도국산 달동네와 괭이부리마을 등은 이미 전국에 널리 이름이 알려진 추억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인천 최초로 초등학교와 임해공업단지가 조성되는 등 바로 옆 중구와 함께 인천 발전을 이끌었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중구와 함께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으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인천의 경제를 이끌던 수많은 공장 주변에 주거 및 상업지역이 형성됐지만, 오히려 이 같은 산업도시 이미지가 ‘깨끗한 환경’을 추구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주민들을 신도시로 떠나게 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재 지역 인구가 강화·옹진군을 제외한 8개구 가운데 가장 적은 7만 5천여 명에 불과한 상황까지 이르렀다. 지난 2011년 7만 8천600여 명에서 2012년 7만 6천700여 명, 지난해 7만 5천여 명 등 매년 2천여 명씩 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일부 젊은 층이 유입됐지만, 튼튼하지 못한 구 재정 탓에 시너지 효과는 안타까울 정도로 미비하다. 대다수 지역 주민에게 원도심 탈피와 새 정치의 바람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 판세분석
구도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인천 동구를 놓고 지역 정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동구는 급격히 줄어드는 인구와 대조적으로, 대체로 보수 성향을 띄는 노인층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총 인구 7만 5천여 명 중 유권자가 6만 7천700여 명에 달하는 등 중·장년, 노년층의 비율이 다른 지자체보다 높다. 게다가 한국전쟁 당시 남하한 피난민의 정착지가 바로 이곳인 만큼, 인천에서 대표적인 보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의 현 조택상 구청장이 당선되면서 일대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 지방선거 이후 2012년 잇따라 진행된 총선과 대선에서는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대통령 후보가 이 지역에서 과반수의 표를 획득했다.
정치권에서 동구는 더는 진보와 보수의 여부가 우선이 아니다. 그동안 유권자들의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후보의 지역발전 공약이 당선의 당락을 결정짓는 이유라는데 지역 정계는 아무런 의심을 두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새누리당은 이흥수 전 시의원(53)과 이환섭 전 중부경찰서장(61) 등 2명이 구청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이들 모두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대상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지난 4년간 갈고 닦은 내공을 통해 설욕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흥수 전 의원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나왔던 민주노동당 조택상 후보에 단 866표 차이로 패배한 만큼, 일찌감치 타깃을 조 후보로 잡고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어디서든지 목격할 수 있을 정도로 활발한 활동을 통해 표밭을 다지고 있다.
반면 공천에서 밀린 뒤 탈당해 2010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임했던 이환섭 전 서장은 같은 당 이 전 의원에 대한 설욕전을 우선 준비하고 있다. 당시 무소속임에도 상당한 득표율(6천663표·19.47%)을 보인 만큼, 인지도 면에서 확실한 복병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의 고민은 우선 경선에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공천에서 야권연대를 이룬 조 후보가 41.52%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한 가운데, 새누리당 이흥수 후보는 38.99%, 이환섭 후보는 19.47%로 사실상 당내에서 표가 찢어지면서 패배했기 때문이다. 당내 잡음이 없었으면 수치상으로만 봤을 때 과반수의 득표율을 달성해 승리할 수 있었던 셈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4만 6천837명의 투표자 중 2만5천911명(득표율 55.5%)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만큼, 잡음 없이 공천자를 결정해 여세를 몰아간다는 방침이다.
새누리, 이환섭ㆍ이흥수 2파전… 지난 선거 분열로 패배ㆍ잡음없는 경선 관건
민주, ‘40대 젊음 패기’ 허인환 - ‘3선 구의원 관록’ 이영복 양보없는 격돌
정의, ‘현역’ 조택상 주민들 호평… 安 신당 강진석 판세 흔들 ‘돌풍’ 촉각
민주당
민주당 역시 2명의 현직 시의원, 구의원의 치열한 공방이 시작되고 있다. 40대의 젊음과 패기를 내세우는 허인환 시의원(45)과 3선 구의원의 관록을 자랑하는 이영복 구의원(56)이 바로 그들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동구 지역은 당시 야권연대 중 민주노동당이 선점하면서 이들 후보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선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이던 이들은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이던 조택상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지원군 역할에 앞장섰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는 상황이 달라졌다. 불과 후보 등록이 1개월여 남은 가운데 아직 야권연대 움직임은 가시화되지 않은 만큼, 자유로이 내공을 발산할 기회가 성큼 다가왔다.
허인환 시의원은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와 산업자원위원회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한 경력에다 지역 산업발전의 선두자리인 시의회 산업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직함에 맞게 거시적인 지역 산업발전에 앞장서고 있다.
이영복 구의원은 거시적인 지역 발전의 토대가 되는 구의회의 의장직을 역임하는 등 주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재건축·재개발 문제 등에 대한 정책제안을 인천시 등 관계기관에 제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현 조 구청장을 당선시키는데 일조했던 경험, 즉 현재의 경쟁자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민주당 송영길 인천시장이 인천의 수장으로 있다는 기회도 이용할 수 있다. 경선에서 이길 경우 어느 후보라도, 개인의 장점과 조직의 기회를 살려 동구의 수장이 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의당
피 말리는 내부 경쟁이 예상되는 새누리·민주당과는 달리 정의당은 조택상 현 동구청장(54)이 재출마 의지를 내보이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앞서 조 구청장은 지난 2010년 당시 야권단일화를 통해 민주노동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동구 뿌리기업인 현대제철의 노동조합 통합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던 만큼, 자신이 대변하던 지역 내 노동자와 그 가족 즉, 블루칼라(Blue Collar) 층의 표심은 이미 확보하고 있다. 특히 지난 3년여 간 구 살림을 이끌어 오며 현재까지 무려 90% 이상의 공약을 이행하는 등 대다수 주민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으며 탈당, 마음고생은 물론 인지도 면에서도 타격을 입었지만, 자신의 정치 뿌리인 정의당으로 당적을 바꾼 뒤 도약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역 내 후보 중 현재까지 유일하게 출판기념회도 열어 구민에게 자신만의 생각을 전달하는 등 누구보다 활발하게 표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조 구청장의 이 같은 행보에 적잖은 고민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일찌감치 지난 3년여 간 현역 구청장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주민의 꾸준한 지지형세를 보이는 조 구청장을 상대할 당내 후보조차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安 신당
강진석 전 인천시 아동보호전문기관 소장(56)은 현재까진 무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 창당으로 인한 ‘안풍(安風)’이 또 한 번 불게 되면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인물이다. 안철수 의원을 지지하는 인천지역 모임인 ‘인천내일포럼’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꾸준한 활동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도록 지역에서 자원봉사 및 환경 등 시민 사회복지단체에서 활동했던 경험은 노년층 증가와 저출산 및 젊은 층 비유입 등의 문제를 안은 동구에 일찌감치 특화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쟁자와 현재 비교될 수 있지만, 안풍으로 말미암아 동구지역 판세를 흔들어 놓을 조짐을 보이며 위협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용준기자 jyj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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