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배우식을 온전하게 문학으로만 이야기할 때가 왔다. 이번에 출간된 시인 배우식의 첫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천년의시작刊)이 그 단서가 될 것이다.
시조집 ‘인삼반가사유상’은 신산하고도 고통스러웠던 삶의 조건들을 통과하며 겪은 여러 경험의 고갱이들을 섬세한 미학으로 갈무리한 오랜 감각과 사유의 결실이다. 배우식은 그동안 우리말과 가락에 대한 깊은 탐색을 통해, 그리고 시조만의 고유한 이미지와 상상력의 다양한 변주를 통해, 시조 시단에서 단연 눈에 띄는 탁월한 시편들을 써 왔다.
첫 시조집에서 그의 유장하고 때론 굽이치는 시조의 가락(운율)이 단연 압권이다. 또 민들레, 봄비, 함박눈, 비빔밥, 노동자 등 다양한 소재로 완성된 79편의 시조를 읽다보면 독특한 발상과 매혹적인 언어의 만남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특히, ‘자전거는 둥근 것을 좋아한다’, ‘힘내세요, 복어 씨’, ‘내 이름은 민들레’,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 ‘칸나꽃남자’, ‘감나무교향악’, ‘명랑발전소’ 등 작품 제목만 봐서 소설제목 같기도 하다. 허나, 이러한 시편들은 생에 대한 단아하고도 견결한 관조와 표현으로 우리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스스로에게도 매우 중요한 기념비가 될 이번 시조집은, 근자 우리 정형 시단의 최대 수확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그의 이번 시조집은 시조시단뿐 아니라 한국 문학계의 큰 성과임을 추천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설악무산 조오현 시인은 “우리 시대 최고의 시조 시인 중 한 사람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천재 배우식, 그 배우식 시인을 꼽는다. 앞으로 적어도 100년 안에는 그 어떤 시인도 배우식 시인을 뛰어넘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현재 (사)열린시조학회 회장으로 활동 중이며, 2012년부턴 시조 전문지 ‘정형시학’ 주간을 맡아 시조시단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배우식은 ‘시조가 땅과 하늘을 닮은 장르’라고 말한다.
“시조는 땅과 하늘을 닮았다. 막힌 듯하면서도 막힌 데가 없이 트여있고, 닫힌 듯 하면서도 닫힌 데가 없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땅과 하늘이 품고 있는 모든 것들을 시조는 3장 6구의 정형 안에 자유롭게 담는다. 그야말로 유한하면서도 무한한 것이다.”
그는 오늘날 현대시조가 ‘형식적 실험’이라는 이름 아래 일정한 기준 없이 저마다 시조 형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선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선, 형태만 보아도 단박에 시조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시조형태와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전통적 서정성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실험적 정신으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이 ‘현대시조를 현대시조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배우식은 이제 시조문학의 학문적 체계화와 시조의 현대화를 어떻게 할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그는 시조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을까 하는 ‘희망사항’을 품고 현실이 될 수 있도록 ‘그릇’ 역할을 하고 싶다 했다.
강현숙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_전형민기자 hmjeon@kyeonggi.com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