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싶었습니다] 김양희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

유연한 리더십 ‘건강한 가정 지킴이’

누구나 타고난 두뇌성격이란 게 있다.

보통은 이성적인 좌뇌형과 감성적인 우뇌형으로 구분 지어진다. 굳이 타입을 정하자면, 김양희 경기도여성비전센터 소장은 좌뇌형에 가깝다. 김 소장은 어린 시절, 호기심이 많고, 소꿉놀이를 하면 사장역할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입담도 좋아 어딜 가든 분위기 메이커였다. 주어지고 맡겨진 일에는 ‘똑 소리’가 난다. 김 소장의 호기심은 어른이 되어서도 작아지지 않았다. 그녀는 매번 같은 길로 출근하는 법이 없다. 월요일은 오른쪽 길로 가보고, 화요일은 왼쪽 길로 가보는 식이다. 호기심이 많다 보니 길을 찾는 것 또한 하나의 즐거움으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행동은 도전을, 새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녀는 기질적으로 한 가지 방식만 고집하지 않다 보니 38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게 있다. 바로 남다른 유연성이다. 유연성과 열정, 그리고 바지런한 행동력이 만나 김양희 소장만의 경쟁력이 됐다.

유연성을 앞세운 리더십이 장점인 김 소장은 요즘, 경기도 가족행복을 위한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가족은 기쁨, 슬픔, 아픔을 함께하는 공동체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족은 사랑만 있다고, 의지만 있다고 완성되는 것 아니다. 일정 부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 기술의 노하우와 비법을 김양희 소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상처입은 가정’ 눈높이 치유

직원과 소통, 즐거운 직장 조성… 일·가정 균형 ‘일가(家)양득’ 사회적 분위기 정착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김양희 소장은 매주 수요일 직원들과 우쿨렐레를 배우고 있다. 화·목요일에는 스트레칭도 함께 한다. 직원과 소통하며 즐겁게 일하는 직장 분위기를 만드는데 악기와 운동이 최고라는 게 김 소장의 생각. 그녀는 직장도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생각한다. 이 같은 나름의 철학은 직장맘으로 두 딸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이다.

김 소장은 ‘출산=퇴사’라는 고용관행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 일과 육아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를 위해 고군분투한 ‘직장맘 1세대’다. 요즘 직장맘들이 겪는 것처럼 회사에서는 직장인으로, 가정에서는 엄마와 아내로 살면서 일과 육아라는 갈림길에서 고민도 깊었다.

게다가 육아와 관련한 직장 내 고충, 보육 등 가족 관계의 고충, 심리정서 등 개인적 고충 등 직장맘으로서의 ‘삼고(三苦)’를 온몸으로 겪었다. 김양희 소장은 직장맘으로서 ‘고민’과 ‘고충’을 당연하게 여기며 두 딸을 악착같이, 잘 키워냈다.

김 소장은 “직장맘으로 사는 동안 한국 사회는 외적으로 많은 성장을 했지만 아직도 육아 부담을 알게 모르게 엄마들에게 전부 지우는 우리나라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한 것 같다”며 “매년 31만 명의 여성들이 경력단절이 되고, 그 중에서 절반 이상이 아이 키우는 게 너무 어려워서 회사를 그만둬야 된다는 조사결과가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현실에 김 소장은 선배 직장맘으로서, 여성리더로서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일(Work)과 가정이 행복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일가(家)양득’의 사회적 분위기를 정착시키고, 실질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더 특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김양희 소장은 “최근 게임에 중독된 아버지가 2살 아이를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는 등 최근 발생하는 비극적인 가족관련 사건, 사건들을 곰곰이 살펴보면, 가정이 건강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 많다”며 “한국사회가 압축적으로 고도성장하는 과정에서 생긴 가족 내 왜곡된 부분과 소통문제를 바로 잡아줘야 하고, 가족, 가정의 가치는 절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라며 가족사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소장은 여러 가지 사업 가운데 특히 ‘아이돌보미사업’에 대해 큰 애착을 갖고 있다. 현재 경기도 아이돌보미사업의 총괄 운영자이면서, 지난 2006년 아이돌보미사업을 여성부에서 시작할 때 건강가정지원센터를 각 시·군에 만들고 처음 아이돌보미를 양성하는 사업을 담당했던 팀장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돌보미 교사가 직접 가정으로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봄미사업’은 꾸준한 보수교육과 전문교육을 통해 현재 무려 2천800여 명의 아이돌보미가 경기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가족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 인식과 제도가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게 김양희 소장의 의견이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가족문제와 육아는 개인의 문제였다. 그래도 가족 인적구성이 풍부해 조부모, 이모, 삼촌, 그리고 이웃이 함께 지혜를 모아 극복할 수 있었지만 현대사회에선 가족관계, 특히 육아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적 문제다. 그만큼 경기도여성비전센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양희 소장은 사회 구성단위의 기본 못자리와 같은 가족 건강을 위해선 무엇보다 지금 당장 사랑하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고자 노력해야 가족이 성장한다고 첨언했다. 그리고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를 잘 활용하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 했다.

골치 아픈 가족문제 예방·해결 ‘일등공신’

위기가정 지원… 아이돌보미·가족친화문화 조성 등 앞장

그렇다면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ggfc.familynet.or.kr)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일까?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가족정책의 전달체계로서 정부의 가족정책 추진방향에 부응해 건강가정사업을 실시하도록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설립됐다.

경기도여성비전센터는 2012년 10월, 여성가족부로부터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로 지정을 받아 2013년 1월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개소 이후 점점 해체되고, 연결 끈이 느슨해지고 있는 가족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김 소장은 “경기도여성비전센터는 가족의 해체를 방지하고 무너진 가족을 되살리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국익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를 통해 가족사업과 정책의 선행 모델로 자리매김하며 도민들의 가족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민들의 가족 내 문제가 생겼을 때, 또는 도움이 필요할 때 해결사 노릇을 척척 해내고 싶은 게 김양희 소장의 욕심이자,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김양희 소장은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는 가족문제의 예방과 해결을 위한 가족돌봄나눔사업, 생애주기별 가족교육사업, 가족상담사업, 가족친화문화조성사업, 정보제공 및 지역사회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반가족은 물론 한부모가족, 조손가족, 다문화가족, 일탈청소년가족, 군인가족, 수용자가족, 맞벌이가족, 이혼전후 가족 등의 다양한 가족 지원을 위한 상담,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이 결합된 맞춤형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 말고도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가 하는 일은 디테일하고, 다채롭다.

아이돌보미 지원, 장애아가족양육지원사업, 공동육아나눔터사업 등의 돌봄지원사업, 취약가족과 위기가족을 위한 가족역량강화사업, 미혼모부자가족지원사업, 기타 타 부처와 유관기관과의 협력사업 등을 통해 다양한 가족 사업이 그렇다.

특히, 올해는 ‘가족관계 다시 세우기’와 ‘은퇴 전후 가족파트너십’, ‘수원지방법원 연계 위기가족회복 사업’을 통해 경기도 가정 건강하기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먼저 ‘가족관계 다시 세우기’는 가족 구성원 간의 건강한 가족 관계를 방해하는 정신적 외상의 원인을 찾아 치유하고, 더 나은 가족 관계 형성을 위한 실천 방법을 단계적으로 찾는 프로그램이다.

올해 프로그램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맞춰 비행·정서장애·ADHD를 겪는 초등5~6학년 부모자녀(수원시), 40대 이혼위기 부부(시흥시), 30~40대 이혼위기부부(용인시) 등 3가지로 나눠 5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은퇴 전후 가족파트너십’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조기은퇴와 은퇴 후 가족관계 재적응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성인자녀관계, 인생설계, 여가활용법, 역할과 생활패턴 재구성, 노후대비 프로그램 보급 등이 메인이다.

올해는 전역을 앞둔 50대 군 간부 부부를 위한 ‘진짜 사나이와 행복한 가족’(포천시), 은퇴를 앞두거나 직후에 있는 50~60대 부부를 위한 ‘품위 있는 내 인생 제2의 시작을 위해’(화성시), ‘Bravo, My 꽃노년’(여주시)이 6월부터 진행된다.

이와 함께 여성비전센터와 수원지방법원이 공동으로 재판이혼 또는 협의 이혼 신청한 부부를 대상으로 전문화된 관계 개선 프로그램을 제공해 이혼을 막는 ‘이혼 갈등 위기가족회복 지원사업’을 2년째 진행한다.

실제로 2013년 이혼위기 부부 37쌍을 대상으로 ‘통·통 소통1박2일’ 부부캠프와 개인별 상담을 연계한 가족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해 27쌍(72.97%)이 이혼신청을 취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글 _ 강현숙 기자 mom1209@kyeonggi.com 사진 _ 추상철 기자 sccho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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