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애비의 마음
[데스크 칼럼] 애비의 마음
  • 정일형 사회부국장 ihjung@kyeonggi.com
  • 입력   2014. 08. 07   오후 5 : 21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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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으로 육군 모 특수부대에 간다고 한 아들이 엊그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했다며 웃는 얼굴로 들어왔다. 평소에 말이 없던 놈이라 “잘 됐네. 2차 실기도 잘봐서 원하는 군대에 가렴”하고 반겨줬다. 군이 뭐그리 좋은지 모르겠지만, 어려서부터 그 놈은 군대란 곳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남자가 되는 꿈일게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솔직히 독자인 이 놈을 꼭 군대에 보내야 하나 하는 마음도 든다.
강원도 임 병장 총기난사사건에 대한 조사가 채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는 연천 윤 일병 폭행사망사건이 전국민을 분노케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자식을 군대로 보내는 애비의 두려움을 굳이 숨기고 싶지 않다.

숨진 윤 일병의 사진을 보니 몸 어느 한 곳 성한 곳이 없다. 그 아이가 당했을 폭행과 멸시, 치욕은 차마 글로 옮기기 조차 섬뜩할 정도로 악랄하고 잔혹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

지난 5일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 4차 공판이 열린 28사단 보통군사법원 법정에서 시민들이 쏟아낸 “어떻게 사람을 그 지경까지 괴롭힐 수 있냐. 그러고도 너희들이 사람이냐”는 울분은 어쩌면 애비의 마음을 대변했는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일부 시민들은 공판 말미에 “얼굴 좀 보자”, “너희는 재수 없이 걸린게 아니라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는거야”라는 절규는 가슴을 저민다.

“군생활을 못하면 윤 일병되고, 군생활을 다 하면 임 병장(강원도 총기난사사건의 주범)이 된다”는 한 시민의 질타는 아들을 군에 보내야 하는 애비에게는 두려움 그 자체다.

끝내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임했다. 권 총장은 윤 일병 폭행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 일병사건이나 임 병장사건 모두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또한 관련자들은 모두 문책을 하고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정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만 매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 여전히 많은 군대에서는 65만명이라는 우리의 자식들이 복무하고 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청춘을 국가와 국민, 내 가족을 위해 고통과 고난을 이겨내며 헌신하고 있는 것이다.

아들 그 놈도 자랑스런 대한의 남아가 되겠다고 군에 간다고 대기 중이다. 병무청 관계자에게 물으니 요즘은 자원한다고 해서 바로 군대를 가는 것이 아니라 한참을 기다려 차례가 와야 입대할 수 있다고 한다. 여전히 많은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군대를 의무이자 책무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게 윤 일병 운운하며 더이상 자괴감이나 자책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어쩌면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군대내 폭행이나 사망사건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부와 관련 부대는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예를 찾아 보기 힘들었다.

이제는 빗장을 열어야 한다. 이번 만큼은 말로만 그치지 않는 확실하고도 구체적이며 현실성있는 재발방지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군 전문가들은 말한다.
군대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군이 국민이 원하는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며 군의 자존심이 상할지라도 민간전문가와 함께 국민병영문화혁신단을 만들어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또한 군 스스로 변화와 개혁에 나서 군 인권법 제정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는다.

얼마후, 아들 놈은 군대에 간다. 군생활을 마치고 그 놈 입에서 “군대가 달라졌어요”라는 말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정일형 사회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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