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보편적 복지의 그늘
[데스크 칼럼] 보편적 복지의 그늘
  •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 입력   2014. 11. 06   오후 7 : 21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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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시작되는 11월 불우이웃에 대해 생각해 본다. 복지단체, 기관 등이 벌이는 자선공연과 모금 행사가 봇물을 이루면서 비단 자선사업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요즘이다.

그러나 훈훈한 기부 이야기들과 함께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버리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4일 생활고에 시달리던 인천의 일가족이 함께 숨졌다. 숨진 중학생 딸이 쓴 부모에 대한 사랑을 담은 유서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목숨을 버린 자신을 수습하려고 온 사람들을 배려한 듯 현금 10만원을 놓고 저 세상으로 간 독거 노인의 사연, 이에 앞선 지난 2월 생계를 책임지던 엄마가 직장을 잃어 생활이 막막해지자 함께 사지로 떠난 세 모녀 이야기 등은 우리 사회 안전망의 허술함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허탈하고 씁쓸한 마음마저 갖게 한다.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대책에 대해 떠들어 대지만 아직 만족할만한 제대로 된 안전망은 형성되지 않은 것 같다.

긴급 복지 지원 제도 등이 마련돼 있다고는 하지만 수혜 대상자가 극히 일부분이고 모르는 사람도 많다. 이 마저 수혜 대상자에서 제외된 차상위 계층은 어디 제대로 하소연할 데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한정된 예산이기 때문에, 복지 예산을 한 곳에 집중 투입하면 다른 곳은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상적으로야 필요한 곳에 모두 재원을 지원하면 얼마나 좋은 일은가. 모든 국민들이 보편적 복지 혜택을 받으며 모두 만족하는 대한민국이 실현된다면 그만한 이상국가는 없을 것이다.
몇년 전부터 정치권에서부터 무상급식, 무상보육 바람이 불었다.

무상복지를 내세운 정치인들은 속속 당선되면서 이제 무상급식이나 ‘누리과정’이라고 불리는 무상보육은 우리나라 보편적 복지의 대표적인 복지제도가 됐다. 선거때마다 새로운 무상 시리즈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만큼 파급력은 대단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교육열, 자식사랑은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빈부, 지위고하를 떠나 내 아이의 보육비와 급식비를 국가에서 내주겠다는 데 어떤 부모가 마다하겠는가. 보편적 복지제도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순항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 보편적 복지제도를 시행하는 공공기관들이 냉가슴을 알고 있다. 제도를 시행할 재원 마련이 녹녹치 않기 때문이다. 내년도 분담해야 재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세우지 못하는 지자체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으며 복지 예산 편성관련 지자체와 교육청 간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보편적 복지는 모든 국민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단점 또한 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보편적 복지 예산을 현재 재정 구조에서 조달할 경우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은 제도 찬성쪽이나 반대쪽이나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제 와서 무상급식 등 보편적 복지 제도를 철회하기는 어렵다. 다만, 복지 예산 확보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또 반드시 챙겨야 하는 것이 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예산을 확보하느라 소외계층을 위한 다른 복지 사업 등 사회 안정망 구축에 차질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시점이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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