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죽한 빵 오븐에 넣으면… 달콤~ 고소~ ‘꿈꾸는 윙빵’
‘일을 한다’는 것에는 수많은 의미가 있다. 일은 보수를 받는 노동의 대가일 수 있고, 무엇을 이루려는 행위이기도 하다.
일본의 벤처영웅으로 불리는 호리에 다카후미는 ‘자신을 바꾸고 주위를 움직이고 자유를 손에 넣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고도 했다.
어떤 뜻이든 사람이 살아가는 데 의미를 부여하는 작용 기제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일하는 행위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이런 현실에 맞서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엄마들이 나섰다.
장애인들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일터를 직접 만든 것이다. 3년이 흐른 지금, 삐거덕대며 안정을 찾아가는 길이지만, 맛있는 빵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소문이 나 성장 중이다.
지난 2011년 문을 열고 군포시 장애인을 채용하는 예비사회적기업 ㈔윙장애인보호작업장(군포시 당동, 조정옥 대표)이야기다. 장애에 대한 편견에 맞서 꿈을 만들어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봤다.
■ 지역 장애인 채용… 자아실현 공간 ‘꿈꾸는 일터’
지난 13일 오전 10시 군포시 당동 ㈔윙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는 이 날 납품할 빵을 생산하느라 분주했다.
반죽에 단팥과 앙금을 넣고 둥글리기를 하거나, 오븐에서 구워진 빵을 꺼내는 이들 사이로 정정미 제빵 선생님(52)의독려하는 목소리가 바빴다. 빵을 반죽하거나 만드는 근로자들의 손놀림이 빠르진 않아 이렇게 자주 용기를 북돋아 준다.
지난 2011년 문을 연 이곳은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엄마들이 직접 만든 기업이다. ‘우리 아이들도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용기와 오기가 전부였다.
조정옥 대표(55)는 “고등학교까지는 장애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돼 있어도 졸업 이후에는 이런 시설이 전무하다. 아이들이 일하면서 자아를 실현할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 2002년 군포시 ‘장애인과 함께하는 청소년 봉사단’에서 모인 학부모 13명이 정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매월 꾸준히 모은 돈으로 종자돈을 마련해 이곳에 자리 잡았다. 맨땅에 헤딩이 시작됐다.
제과제빵 기술은커녕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는 조정옥 대표, 정정미 제빵 선생님, 이영미(52) 사무장 등 엄마들3명과 그들의 자녀 3명이 일단 시작했다. 엄마들은 제과제빵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땄고, 자녀도 일을 배우며 차츰 적응해나갔다.
함께 만들고 연습하는 우여곡절 끝에 설립 1년 만인 지난 2012년 11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됐다.
현재는 지적∙자폐성 장애를 가진 12명의 장애인과 5명의 선생님이 함께 공간을 꾸려나간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직업재활을통해 사회ㆍ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게 목표다. 중증장애인들이제품 개발에 참여하고, 직업재활 서비스를 통해 자아를 실현토록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빵을 만드는 데 현란한 기술이나 빠른 손놀림을 볼 수 없다. 대신 하나의 과자에도 불편한 몸을 이기고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정성이 들어간다. 이곳에서 만드는 빵과 케이크에 ‘꿈꾸는 윙빵’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정 대표는 “포장부터 빵 만들기까지 모두 저마다 역할이 나뉘어 있는데, 처음에 적응하지 못했던 친구들도 적응하면서 자아를 실현하고, 장애를 극복해 나가면서 꿈꾸는 윙빵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 꿈을 키우는 작업장은 지금도 무럭무럭
‘사랑과 인내, 재교육’을 바탕으로 운영하다 보니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새로운 꿈과 희망을 찾는다.
기승훈 씨(36)와 백승호 씨(26)는 ㈔윙장애인보호작업장이 꿈을 키워주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기 씨와 백 씨는 수차례 고전 끝에 얼마 전 제과, 제빵 기능사 시험에 합격했다.
자폐성 장애 2급인 백 씨는 12번의 도전 끝에 제빵사 자격증을 땄는데, 제과기능사 자격증도 따려고 열심히 준비 중이다. 백 씨는 “자격증을 따서 젤리롤과 마들렌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맛을 보여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설립된 지 3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윙장애인보호작업장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정적인판로확보다.
지역 내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와 질 좋은 일자리를 나누고 싶지만, 빠듯한 회사 사정상 그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재 군포시에 있는 어린이집과 동사무소, 교회, 시청 등에납품하고 있지만, 한정적인 판로로 항상 살림살이가 빠듯하다.
장애인들의 행복한 일터를 꿈꾸는 ㈔윙장애인보호작업장은 내년에 더 많은 나눔을 지역사회와 함께하고자 매출 확대를 계획 중이다. SNS, 인터넷 등을 활용해 판로를 개척하고, 홍보하기엔 벅찬50대 엄마들이지만 이를 배우고 활용해 볼 생각도 하고 있다.
조정옥 대표는 “기부나 후원도 감사하지만, 우리 친구들이 만든 빵이 많이 판매되고, 그 수익금으로 더 많은 친구가 일할 수있으면 좋겠다”면서 “장애인들이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지속적인 일자리를 만드는데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착한소비, 함께해요
빵이 거기서 거기지… 한입 베어 물면 어? 맛있네… 대박!
이곳에서 만든 빵엔 단순히 정성과 노력만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맛과 재료는 ㈔윙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정정미 제빵사 등을 비롯해 여러 식구가 신 메뉴 개발에 힘쓰며 맛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주력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것도 이곳의 특징이다.
‘꿈꾸는 윙빵’에 담긴 의미가 입소문이 나면서 충남 홍성 농가 등에서 친환경 재료를 후원해주기도 한다. 주문 시 요청하면쌀가루, 우리밀 통밀가루를 사용해 만들기도 한다. 통밀제품은 전남 구례군 광의면에서 재배한 우리밀통밀가루를 사용한다.
정 대표는 “빵 10종과 쿠키 5종을 만드는 데 대부분 친환경을 사용하며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며 “장애인들의행복한 일터에 많은 지지와 착한 소비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빵과 쿠키는 각종 행사나 단체 간식, 선물용으로 인기가 좋다.
주문은 ㈔윙장애인보호작업장(031-459-7942/070-7760-7941)으로 전화하면 된다. 군포 시내에는 3만원 이상 주문 시 배달 가능하고, 5만원 이상 주문할 때는 무료 배송된다.홈페이지(www.gpwing.co.kr)를 통해 이곳에서 판매하는 빵,케이크, 쿠키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현미찹쌀오븐케이크
이곳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제품이다. 충남 홍성에서 직접 재배한 현미 찹쌀에 최고급 서리태와 대추, 아몬드, 호두 등 8가지견과류를 넣어서 만든다. 1단 케이크는 2만원, 2단은 3만원이다.미니사이즈로 제작된 세트는 선물용으로 인기가 많다.
■ 미니찹쌀오븐케이크
다양한 견과류가 들어 있어 건강에 좋고 아이들 간식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색감이 좋고 케이크의 부드러운 맛이 있어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가격은 1개당 1천300원. 선물용 세트는1만2천원, 2만원.
■ 소보로·단팥빵·완두팥빵
기본 빵 제품으로 착한 가격에 맛이 좋아 단체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모두 1개당 600원으로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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