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장체험] 고양 오리온스 프로농구단 경기진행요원
[1일 현장체험] 고양 오리온스 프로농구단 경기진행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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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밖 종횡무진 ‘여섯번째 선수’ 0.1초의 승부 가르는… 0.1ℓ의 땀방울
▲ 경기가 시작되기 전 김현수 기자가 고양 크리에이터 단원과 함께 코트 바닥을 닦는 미싱 작업을 하고 있다.

0.1초가 남은 상황에서도 역전이 가능한 경기. 경기 종료와 함께 공이 림으로 빨려 들어가는 버저비터. 2m가 넘는 장신 선수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땀 냄새까지 맡을 수 있는 경기장.

시선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는 경기.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열리는 프로농구(남자) 이야기다.

프로농구는 1997년 ‘영원한 승부, 뜨거운 감동’이란 슬로건으로 탄생한 지 올해로 18년째.

이제는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겨울철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았다. 여름과 가을에 프로야구가 있다면, 겨울엔 단연 프로농구인 셈.

TV로 프로농구 중계를 보던 중 ‘나도 저 현장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끔 들곤 했다. 관중석이 아닌 선수들이 뛰는 코트가 왠지 탐났다.

거기에 있으면 프로농구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TV 화면으로 봤던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덤도 함께 누리고 싶었다. 이런 바람으로 하루 이틀을 보내던 중 우연히 ‘기자 1일 현장 체험’ 순서가 돌아왔다.

단 일 초의 고민도 없이 고양시 관계자에게 연락해 고양시가 홈팀인 고양 오리온스 구단 프런트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휴대폰을 들고 체험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 자리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았다.

처음엔 막연히 프로농구 선수들 얼굴도 가까이 보고, 농구경기도 현장에서 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가뿐한 마음으로 체험을 시작했으나 막노동 수준의 진행요원 일과가 눈앞에 펼쳐질지는 이때까지만 해도 먼 나라 이야기였다.

▲ 경기 운영에 필요한 각종 도구가 쌓여 있는 창고에서 선수들이 사용할 농구공을 정리하고 있다.

■ 선수 안전과 직결 ‘코트 바닥’ 사수 작전
지난 15일 도착한 고양체육관 구단 사무실. 김태훈 운영부장에게 진행요원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오늘 할 일을 부여받았다. 경기를 불과 몇시간 앞둔 상황이라 구단 사무실은 상당히 분주했다. 대강 설명을 듣고 몸으로 부딪혀 보기로 했다.

첫 번째 미션은 바로 경기가 열리기 전 코트 바닥을 닦는 작업, 미싱이었다. 밀걸레로 바닥을밀면서 코트를 종횡무진 누볐다. 손목을 힘을 주니 몇 분 지나지 않아 이마에서 땀이 흘러 눈까지 닿았다. 관중석에서 볼 땐 별것 아닌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일’이었다.

선수들이 코트를 누빌 때 발바닥에서 ‘씩’, ‘씩’ 소리가 나야 미싱의완결판이라고 농구 관계자들은 진지(?)하게 말했다. 미싱이 잘못되면 선수 부상과 직결된다며 재차 강조했다.

미싱은 특히 경기 중간에 집중해야 한다. 격한 몸싸움으로 코드 바닥에 선수들이종종 넘어지는데,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손걸레로 닦아야만 한다. 관중은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를 보지만, 미싱 임무를 맡은 경기요원은 넘어지는 선수가 있는지를 눈에 살펴야 한다.

 

▲ 경기 도중 선수들이 마실 이온음료와 물을 세팅하고 있다. 

■ 물·이온음료 나르며 본격 경기진행 임무
미싱 작업을 어느 정도 마무리한 뒤 본격적인 경기 진행에 동참했다. 홈팀과 원정팀이 앉는장소에 이온음료와 게토레이를 세팅하는 것. 한경기당 선수들에게 제공되는 이온음료는 박스(600㎖ 20개) 두 개와 물 두 박스다.

경기 내용이 치열할수록 이온음료 양도 많이 소비되는데, 이 또한 진행 요원이 재빨리 채워넣어야 한다.

선수단 음료 세팅을 끝내고 창고에서 이온음료와 물을 3박스씩 가져와 본부석과 중계석 세팅작업이 이어졌다. 경기 전과 하프 타임 때 선수들이 연습할 농구공 정리도 진행요원의 몫이었다.

 

▲ 선수들이 연습을 하는 동안 군데군데 땀이 흘러내린 코트를 닦기 위해 김 기자와 진행요원(오른쪽)이 라인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

■ 홈팀 ‘멋진 플레이’에 관중과 한 몸으로 응원
경기가 시작되자 체육관 로비는 썰렁해졌다. 로비에서 일했던 마케팅 등 진행요원이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이때부터는 손뼉도 치고, 함성도지르는 응원단이 된다. 홈팀인 고양 선수들의 멋진 플레이가 펼쳐지거나 역전 골이 성공하면 관중과 한몸이 됐다.

이날 경기는 리그 1위(울산 모비스)와 2위(고양 오리온스) 경기답게 2번의 연장전까지는 그야말로 혈투였다. 아쉽게도 홈팀인고양이 91-100으로 패했다. 시즌 4패째다.

만약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면 경기진행 요원으로 참여한 나에게도 의미가 깊었을 텐데 아쉬웠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이 바닷물 빠지듯 순식간에 사라지자 체육관은 썰렁해졌다. 진행요원은 이때 자신들이 경기 전에 가져왔던 각종 물품을 다시 창구로 넣어 놓고서야 일정이 끝났다.

 

▲ 표적을 던져 꽂힌 부분에 표시된 선물을 주는 경품 이벤트에 사용될 룰렛판을 크리에이터 단원과 함께 점검하고 있다.

■ 화려한 선수 뒤에서 소리없는 활약
음식을 조리할 때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재료를 꼽으라면, 바로 ‘소금’이 정답. 숨쉬는 공기처럼 손쉽게 구해지는 것이라 여겨 홀대하기 쉽지만, 막상 없으면 반드시 찾게 마련이다.

오늘 체험한 프로농구 경기진행 요원도 ‘소금’ 같은 존재다.경기장 코트를 닦아 화려한 플레이를 위한 환경을 마련하고 선수들의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 음료를 세팅하고, 든든한 응원군으로 활약, 서포터즈 모집 등의 마케팅 업무까지 그야말로 전천후3D업종이 바로 경기진행요원.

화려한 스타 플레이어에게만 터지는 플래시 세례와 관중의 이목이 쏠리는 농구경기에서 그림자처럼 일하는 진행요원은 알아주는 이도 없지만, 보람찬 일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관중들의 환호소리와 선수들의 짜릿한 플레이에 보람을 느낀다는 경기진행요원처럼 묵묵히자신의 일에 열정을 바치는 그들에게 응원의 박수갈채를 보낸다.

고양=김현수기자
사진=추상철 기자

체험 현장 스코어보드
○…대학생 ‘제1기 고양 크리에이터’ 선발대원들이 경기운영, 마케팅, 미디어 지원, 서포터즈로서 경기장 곳곳에서 활약.

크리에이터는 대부분 대학졸업 후 프로 구단 취업이 목표거나 스포츠 마케팅 분야 진출이 꿈인 제2의 스포츠 마니아들로 실제 경기장에서 초보답지 않은 내공을 발휘.

경기장을 종횡무진하며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배려하고 응원 열기를 최고조로 높이는데도 일조.

힘든 노동에 간단한 점심과 간식으로버텨야 하지만 사비까지 털어가며 크리에이터 활동에 열 올려. 하지만 초짜 크리에이터 여학생들은 프로 농구단에서 일하면 멋질 줄만 알았는데막노동 수준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경기가 치러진 고양체육관 로비에 마련된 대형 룰렛판 앞 인산인해. 표창을 던져 원하는 선물을 받고자 여기저기서 표창 던지기를 연습하는 관람객 옆으로 원하는 경품에 당첨돼 환호를 지르거나 표적을 맞히지 못해 아쉬워하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특히 부모의 손을 잡고 구경 온 어린이 관람객은 고사리 손으로 룰렛판을 가리키며고양 오리온스가 경품으로 내건 과자를 달라며귀여운 풍경도 연출.

○…이벤트 공을 1천 원에 판매, 경기 중간 휴식시간(2쿼터~3쿼터 사이) 코트 중간에 선물 박스를놓고 공을 던져 박스에 들어가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로 관람객에 즐길거리 안겨.

1분30초의 긴박한 작전 타임에도 경품 이벤트를 진행, 이벤트 준비물을 재빠르게 설치하고 코트 밖으로 옮기는 데 크리에이터들의 손길도 분주. 특히 선물로건강검진권, 운동화 등 실생활에 필요한 경품을구비해 큰 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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