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은 비싼 물값을 내면서 질 낮은 물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는 오는 2018년까지 국비 1천169억 원 등 1천688억 원을 들여 부평, 공촌, 남동, 수산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수돗물에 들어 있는 소독 부산물 등 안 좋은 맛이나 냄새를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을 제거해 더욱 안전하고 맛좋은 수돗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그러나 팔당상수원을 사용하는 서울, 경기, 강원지역이나 낙동강상수원을 사용하는 부산, 대구 등 17곳 등은 모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인천은 그나마 부평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 공사를 하고 있으나 내년 1월에나 준공될 예정이다. 공촌정수장은 설계가 진행 중이지만 남동, 수산정수장은 정확한 일정을 기약할 수 없다. 사업비 대부분을 국비에 의존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국비는 전체 1천169억 원 중 11.3%인 132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고도정수처리시설 국비보조금은 다른 사업 보조금과 통합돼 ‘지역발전특별회계’로 인천시에 지급된다.
인천시가 사업별 경중을 따져 국비를 배분하는데 고도정수처리시설비가 후순위로 밀리다 보니 사업비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예산 편성과정에서도 139억 원을 요구했으나 44억 원만 배정됐다.
하지만, 고도정수처리시설은 시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에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사안이다. 지난 2011년 11~12월에는 가뭄 등 날씨 영향으로 수질이 나빠져 수돗물 맛과 냄새가 이상하다는 민원이 2천 건이 넘게 쏟아지기도 했다. 수돗물 음용률은 간신히 40%를 넘는 수준이다.
특히 인천시민은 타지역보다 수돗물 원수요금을 비싸게 물고 있다. 즉, 물값은 더 비싼데 수질은 더 안 좋은 물을
용하고 있다. 특·광역시 원수구입비를 비교하면 인천은 t당 126원이지만 서울은 50원, 부산 42원, 대전은 7원에 불과하다.
인천이 사용하는 원수는 광역상수도(팔당)와 댐용수(풍납)로 광역상수도가 54%가량 차지한다. 광역상수도 사용요금은 t당 기본요금 67원에 물량비 50.3원, 운영비 105.7원 등 223원을 내고 있다. 댐용수는 120원 수준이다.
기본요금인 67원은 광역상수도 시설과 관로 등 투자비용 중 인천이 분담해야 하는 1천417억 원을 충당하는 비용이다.
그러나 인천시는 2000년부터 2013년까지 기본요금으로만 2천152억 원을 냈다. 분담금보다 무려 735억 원을 더 냈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연간 13억 원씩 또 부담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기본요금 폐지나 인하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수공에 광역상수도 요금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원수 값 산정 개선 등을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하명국 시 상수도사업본부장은 “수질 민원을 해결하고 타지역과의 수돗물 품질 차이를 줄이려면 시급히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해야 하는데 재원확보에 차질이 있다”면서 “국회 등에 국비지원을 확대하고 불합리한 원수요금을 개선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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