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애도할 권리, 보듬어 안을 의무
[경기시론] 애도할 권리, 보듬어 안을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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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받을 수 없습니다. 저는 자식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 구술집「금요일엔 돌아오렴」북콘서트에서 지성엄마는 유가족이 원하는 치유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대답했다.

배 타는 것이 두렵다는 아이에게 “큰 배는 위험하지 않아.” 라고 말한 세희아빠. 배가 기울었다는 딸에게 “지시하는 데로 잘 따르면 돼.”라고 전화한 예은아빠.

그들은 자식 잃은 상처와 죄책감까지 짊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일 년이 흘렀다. “그 아이 빈자리, 식구들이 모여서 밥 먹고, 언니와 춤추고, 왁자지껄 북적대던 우리 집이 없어졌어요.

아이 하나가 아니라 그 모든 시간이 사라졌어요.”라고 지성엄마는 말했다.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416 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 416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심지어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은 특조위 생명인 독립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 조사대상 기관 공무원들이 특조위를 사실상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월호 희생자 중 아르바이트 선원이라 불리는 현수 씨는 일한 지 하루 만에 참변을 당했다. 현수 씨 동료 아르바이트생들은 다행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들은 참사 이후 바로 입대했다. 그들이 제대로 된 심리치료를 받고 있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배에 타지도 않았던 많은 국민이 식음을 전폐하는 아픔에 빠져있던 그때, 그들이 입대한 것만은 분명하다. 정부는 구조에도 무능했으나 희생자들을 위한 지원과 배려에도 무능했다. 아니 무지와 무능이 도를 넘었다.

특별법 제정과정에 여당의 세월호 TF위원장이 나서서 ‘과도한 배보상을 요구하는 혐오스러운 유가족’이라는 거짓 SNS를 유포했었다. 그런 마당에 진진상규명을 위해 만들어진 법이 시행령에서 누더기가 되었다. 정부 손에 의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알지 못하는 새에 416 피해자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통과되었다. 의료지원은 1년, 심리지원은 5년만 가능하다는 시행령도 통과되었다. 일사천리였다. 전문가들이 반박했지만 정부는 듣지 않았다. 1년이 지난 오늘까지 화상치료 중인 생존자가 있다. 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천안함 희생자들이 있다.

그런데 대책이 될 수 없는 대책을 내놓고 보상 심의를 시작하겠다 한다. 참사 원인을 규명하고 사후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단순히 그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참사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외양간 고치기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도 제대로 해야 다시 소를 잃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답이 없다. 아니 고칠 마음이 애초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희생자와 국민들은 참사를 애도할 권리가 있다. 정부는 이를 보듬어 안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자신들 권력이 다치지 않는 것만 관심 있어 보인다.

담담하게 말하는, 울지 않는 지성엄마의 차분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가기 전날 찢어질 것처럼 몸에 붙고, 짧아서 엄마 마음에 안 들던 교복치마를 늘려 달라 하고 갔어요… 그 작은 게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엄마 마음 좋으라고 선물처럼 남기고 간 거겠지… 난 그 애가 지금도 너무 아까워요” 지성엄마 이야기를 들으며 중학교 다니는 딸아이 얼굴이 떠올랐다.

엄마와 아빠, 형제 자매와 친구들 곁을 떠난 세월호 아이들과 겹쳤다. 침을 꿀꺽 삼켰다. 울고 싶지 않아서였다. 1년이 지났지만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했던 이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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