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기도의회, 취소된 체육대회 예산으로 등산복 단체구입

도의회, 체육행사 예산으로 등산복 ‘눈총’

판교 환풍구 사고로 행사 취소

사무처, 수천만원 불용처리 대신 10개 상임위에 배분 ‘잇속 챙겨’

경기도의회가 지난 가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로 인해 체육행사를 취소하면서 수천만원의 예산을 불용시키는 대신 의원들에게 등산복이나 트레이닝복 등을 구매해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15일 경기도의회 사무처에 따르면 도의회는 지난해 4월 도의원 체육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세월호 사건이 빚어지면서 10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하지만 10월 들어 또다시 성남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가 발생하면서 체육행사가 아예 취소됐다.

하지만 도의회 사무처는 체육행사 예산 2천만원을 불용처리하는 대신 각 상임위원회별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의회 사무처는 2천만원의 예산을 의장을 제외한 상임위원회에 소속된 127명의 도의원 전원에게 균등하게 배분한다는 계획으로 예산을 쪼개 10개 상임위에 배분했다.

이에 따라 의원 1인당 15만7천원가량을 배분키로 하고 각 상임위별로 의원 정수에 따라 170여만~240여만원을 지급했다.

이로 인해 의원들은 이 예산을 활용해 상임위별로 등산복이나 트레이닝복을 단체로 구매했다. 여성가족교육협력위원회는 단체로 바람막이 점퍼를 사는 데 활용했으며 교육위원회의 경우 의원들이 사비를 더해 고가의 점퍼를 구매하기도 했다.

이밖에 기획재정위원회도 의원들이 직접 단체복으로 쓸 목적으로 트레이닝복을 직접 선정해 나눠 입었다. 일부 위원회들은 아예 이 예산을 등산복 매장에 맡겨둔 채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금액에 맞춰 등산복을 구입해 입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기지역에서 대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해 체육행사를 취소한 도의회가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도의회 사무처 또한 불용처리를 해야 하는 예산을 ‘과도한 의전’을 목적으로 배분해 사실상 예산의 낭비를 방조했다.

이에 대해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당연히 불용처리해야 하는 예산을 마음대로 유용한 것은 도의원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모습”이라며 “특히 세월호 사건이나 판교 사고 이후 솔선수범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얼마 되지도 않은 이익을 취하려 한 것은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로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체육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결정됨에 따라 이 예산을 상임위별로 지급해 체육행사를 치루도록 했다”며 “상임위가 등산복을 단체 구매한 것은 체육용품의 일환으로 구매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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