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메르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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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대응 ‘허둥지둥’ 골든타임 또 놓쳤다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첫 감염자로부터 대규모의 2차 감염이 발생한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에서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의 이면에는 정부의 미숙한 초기대응이 있었다.

방역 당국은 컨트롤타워 없이 허둥댔고, 대형 병원의 응급실과 진료실은 병을 고치기는커녕 악화시키고 확대 재생산하는 진원지가 됐다.

병원의 구조와 문화는 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했고, 의료진은 외롭게 싸웠지만 질병에 대한 지식과 비상 훈련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노출했다.

격리자 수칙을 어기고 집 밖을 돌아다니는 실종된 시민 의식도 있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무더위와 함께 대한민국의 6월을 불태웠던 메르스 파국을 되짚었다.

▲ 6월 11일 오후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1차 유행이 심각했던 경기도 평택시 평택성모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감염자 입원병원서 일반환자 강제퇴원 ‘악수’
19일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환자가 166명에 이르는 등 보건당국의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도내 한 병원의 일반 환자들을 뒤늦게 강제퇴원 조치해 물의를 빚고 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5월28일 오후 3시께부터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던 한 병원에서 일반 환자 40여명을 강제퇴원 조치했다.

어지러움증을 호소해 이 병원에 입원했던 A씨는 “일반 병실에 누워있는데 오후 5시 조금 넘어서 간호사가 퇴실하라고 했다”면서 “지정병원도 지정해주지 않고 집에서 자가 격리하거나 아프면 개별적으로 이동하라고만 했다”며 분개했다.

병원 관계자는 “산부인과 병동을 제외한 일반병동 환자에 대해서만 강제퇴원 조치를 하라는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퇴원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예방을 위해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의사 4명 및 간호사 27명이 자가격리대상이 되면서 의료공백이 불가피, 일반 환자들의 컨디션에 따라 부득이하게 퇴원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 6월 5일 보건당국이 메르스 감염이 집중적으로 일어났던 병원이 평택성모병원이라고 공표했다. 이날 오전 마스크를 한 취재진만이 목격될 뿐 병원 주변에 인기척은 뚝 끊어졌고 병원 입구에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잠정 휴원한다는 안내문만이 부착돼 있다

보건당국, 평택성모병원 전담병원 지정·통제 요구 묵살
보건당국이 평택 성모병원의 메르스 전담병원 지정 및 병원 내·외부 통제 요구를 무시한 채 메르스 감염 의심자와 일반 환자 수십여명까지 강제로 퇴원 및 이송조치하면서 메르스는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메르스 감염자들이 타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강제 퇴원 후 자체적으로 이동하면서 확진자 역시 급증했기 때문이다. 결국 보건당국이 메르스 저지 ‘골든타임’을 스스로 차버린 셈이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지난 6월7일 오전 긴급회견을 갖고 메르스 감염이 확진됐거나 확진자가 거쳐간 병원 24곳을 전격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병원은 첫번째 감염환자가 입원한 평택 성모병원을 비롯, 평택 굿모닝병원, 평택 푸른병원, 평택 365병원, 평택 박애병원, 평택 연세허브가정의학과 등 평택지역에서만 6개 병원이다.

이를 포함해 수원 가톨릭성빈센트병원, 화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부천 메디홀스병원, 가톨릭대부천성모병원, 오산한국병원 등 도내 총 11곳에 이른다.

더욱이 보건당국은 지난 5월20일 첫번째 감염환자의 메르스 확진 이후 평택 성모병원 환자와 가족, 의료진 등 6명이 추가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같은달 28일 오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지만, 병원 측의 메르스 전담병원 요청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 성모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 지정병원 및 집중치료, 병원통제 등을 건의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평택성모병원 ‘메르스 확산 사태’ 재구성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들렀다가 수십명의 메르스 확진 환자를 발생시킨 ‘슈퍼감염자’ 14번 환자(35)는 당초 평택 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이었다.

그는 5월15일부터 17일까지 평택 성모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1번 환자(68)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됐다.

퇴원 후 일주일 가량 일상생활을 하던 14번 환자는 5월25일 고열 등으로 평택 굿모닝병원에 재차 입원했다. 증세가 심해진 그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고 현재까지 41명에게 직접 메르스를 전파한 것으로 드러났다.

5월18일 평택 성모병원에서 퇴원하면서 보건당국의 통제를 벗어난 16번 환자(40)는 5월22~28일 대청병원, 5월28~30일 건양대병원에서 추가 치료를 받으면서 각각의 병원에서 8명, 9명 등 모두 23명의 메르스 추가 확진자를 발생시켰다.

또 15번 환자(35)도 평택 성모병원을 거쳐 평택 굿모닝병원(5월25~27일)과 한림대동탄성심병원(5월29일)을 거쳐 7명에게 메르스를 전파했다.

보건당국이 평택 성모병원에서 요구한 메르스 전담병원 지정 및 통제를 무시하고 일반 환자 등 60명을 강제로 퇴원(또는 이송) 조치하면서 메르스가 전국으로 확산됐다는 지적이 현실로 드러났다.

또 5월28일 보건당국에 의해 평택 성모병원에서 강제퇴원 및 이송조치된 60여명 중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도 13명에 달했다.

27번 환자(55)와 29번 환자(77·여), 39번 환자(62), 40번 환자(24) 등은 자가 격리 후 타 병원 내원 또는 강제 이송 등으로 평택 굿모닝병원과 수원빈센트병원, 경기도립 수원의료원, 고양 명지병원, 서울중앙의료원, 동국대경주병원, 수원빈센트병원, 서울대병원 등으로 이동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글=최해영·안영국·송우일기자 사진=김시범·추상철·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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