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상당수 모집마감… 입시 앞둔 학생 발 동동 “시간만 때우자” 불성실한 태도에 기피 현상까지
경기지역 학생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자원봉사 구하기’에 나섰지만, 봉사기관 상당수가 모집을 마감했거나 학생을 기피하는 곳이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이런 사정으로 일부 학생들은 봉사활동으로 인정되는 헌혈을 선택, 봉사활동 제도 본연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2015학년도 학생 봉사활동 운영 계획’ 상 초등학생은 연간 10시간, 중·고등학생은 연간 20시간의 봉사활동을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특히 입시를 앞둔 고교생들은 평일에는 학교수업이 늦게 끝나는데다 주말에는 학원에 가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학기 중에는 봉사활동이 어려워 방학기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자원봉사를 구하기 위한 학생들이 몰리고 있지만, 이 중 상당수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고교 2학년생 K군(18·과천)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과천 A복지관을 찾아갔지만 대부분의 봉사활동 프로그램이 이미 마감됐고, 남은 프로그램은 시간이 맞지 않아 발길을 돌렸다.
이후 K군은 집 주변 도서관에 전화를 걸어 봉사활동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이 역시도 마감된 상태였다. K군은 “방학을 하더라도 대부분의 기간 동안 학교나 학원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학생들이 한번에 몰리면서 구하기도 힘들다”고 푸념했다.
더욱이 일부 자원봉사 수요처에서는 의무감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러 온 학생들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학생 기피 현상까지 일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복지사 L씨(32·수원)는 “시간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온 학생들은 봉사활동은 뒷전이고,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장난을 치는 경우가 많아 꺼려진다”며 “봉사에 집중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싫은 소리를 하면 극성스런 학부모가 항의 전화를 하는 경우까지 있다”고 털어놨다. L씨는 이어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봉사를 오는 학생보다는 대학생 등 성인을 선호하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봉사활동이 어렵자, 4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이 인정되는 헌혈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있는 실정이다. 수원에 사는 P군(19)은 “입시에서 봉사활동 비중이 중요시되고 있지만, 일정에 맞는 봉사활동을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탓에 헌혈을 하는 친구들도 꽤 많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학생들이 시간에 쫓겨 봉사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방학마다 홍역을 치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원봉사지도자를 주축으로 10~20명의 학생을 그룹화해 학기 중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면 이 같은 현상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우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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