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입으로 먹는 것 뿐만 아니다. 쏟아지는 정보와 넘쳐나는 소식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지경이다. 머리도 몸도 마음도 배고플 시간이 없다.
<배고픔에 관하여>(돌베개 刊)는 ‘배고픔’의 온갖 양상을 총망라한 책이다.
‘배고픔에 관한 백과전서’라고 불러도 좋을 이 책에는 ‘우리의 위(胃)가 가득 차 있는가, 비어 있는가’에 따라 일어나는 온갖 일들이 다 담겨 있다.
저자 샤먼 앱트 러셀은 자연 및 과학 저술가로 활동하며, 글쓰기가 정치와 사회를 바꾸는 사회참여 활동의 한 가지라고 믿는다. 삶의 터전, 공유 목초지, 고고학, 꽃, 나비, 굶주림, 범신론 등을 연구해 그 안에서 인간사를 이야기 한다.
이번에 주목한 것은 배고픔이다. 그는 수많은 문헌을 파헤치고 시간과 공간을 부지런히 넘나들면서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익숙하고 개인적인 배고픔부터, 건강을 위한 단식과 절식, 다이어트, 거식증, 종교적 금식, 단식 투쟁, 세계의 절반을 짓누르는 고질적인 기근까지 배고픔에 관해서 떠올릴 수 있는 이슈 대부분을 아우른다. 우리가 왜 배고픔을 느끼는지, 배고플 때 우리 몸과 정신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과학적인 원리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저자는 이런 과정을 통해 결국 ‘인간’ 그 자체를 이야기한다. 배고픔으로 인해 개인이 무너지고, 가족이 해체되고, 나아가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과정과 결과를 소상하게 보여 준다.
철학, 문학, 심리학, 인류학, 역사학, 진화론, 생물학, 의학 등 다양한 사례에 담긴 배고픔은 인간이라는 생명체의 생존 본능과 사회적 동물로서의 활동을 다각도로 성찰하게 한다.
결국 저자는 우리가 ‘배고픔 없이 살 수 없는 존재’인 한편 ‘배고픔과 더불어 살 수 없는’ 존재라는 철학적인 진단을 내린다.
먹방과 쿡방에 배고플새 없는 요즘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먹는 행위’와 ‘배고픔’, 나아가 ‘인간 존재의 심연과 그늘’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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