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표현, 인정해야 하나 막아야 하나…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혐오발언 문제 심도있게 다뤄
법적해석·사회적 상식서 통찰

▲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
지난해 5월 강남역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살해된 사건이었다. 당시 ‘여성 혐오 범죄’라며 사회 각계각층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 오늘의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혐오 범죄’의 범위나 통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비단 ‘여성 혐오’ 문제만이 아니다. “나를 무시하는 말을 해서 홧김에”라는 살인자의 인터뷰는 오늘도 언론을 오르내리지만 사람을 죽일 수도 있는 ‘말’과 ‘표현’을 어떻게 할지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정제되지 않은 혐오 발언에 상처받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다. 그런데도 이론들은 아직 현실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다.

 

<혐오표현, 자유는 어떻게 해악이 되는가?>(이후 刊)는 혐오 표현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 책이다.

 

말, 글, 몸짓, SNS, 언론 등 모든 수단을 망라한 곳에서 쓰이는 혐오 표현이 무엇인지, 왜 문제인지, 혐오표현은 개인에게만 영향을 끼치는지, 혐오표현이 일으키는 결과는 무엇인지, 혐오표현을 막아야 하는지 아니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법적 해석과 사회적 상식의 범위에서 통찰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이자 미국의 정치학자인 제레미 월드론은 평소 소수자 집단을 공격하는 혐오표현은 곧 ‘집단명예훼손’이라고 말해왔다. 2015년에는 수정헌법 제1조에 따른 혐오연설 보호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혐오연설은 직접적인 위험 없이도 당신은 분위기를 더럽힐 수 있다”며 “때로 긴급한 위험을 기다리는 것은 너무 오래 기다리는 일”이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또 앞서 저서 <혐오발언의 해악>에서는 “혐오발언은 혐오발언의 대상자가 되는 소수자의 인격을 부정하고, 사회 구성원임을 부정하는 실질적 해악을 끼치기 때문에 법으로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책에서도 그는 “혐오 표현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악랄한 욕설이 주는 고통은 단지 기분이 나쁜 것으로 그칠 수도 있고, 명예가 부당하게 훼손되는 느낌일 수도 있으며, 가족의 안위를 위협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공동체 전체를 공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때문에 저자는 혐오 표현에 대한 문제를 다각도로 살피면서 각 개인의 존엄과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특히 저자는 이 책에서 혐오표현을 금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하나하나 논증하고, 혐오표현금지법에 대한 논쟁을 이해시키기 위해 17세기와 18세기의 종교적 관용에 대한 토론도 실었다. 값 1만 8천 원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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