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학대’ 매 맞고 방치되고… ‘깊은 주름’ 만큼 ‘깊은 상처’

가족·자식들 ‘패륜적인 행태’ 급증 
신고건수 해마다 늘어 심각성 방증
노인보호전문기관 확충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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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나 자식들에게 학대받는 노인이 급증하고 있지만, 이에 맞는 대책은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 사는 A할머니(75)는 지난해 함께 살던 친손자로부터 신체적 학대를 받고 집을 나왔다. 지난해 10월께 주민센터를 통해 발견된 A할머니는 얼굴에 얻어맞은 흔적이 남아있었고, 상담에서도 어렸을 때부터 업어 키웠던 친손자에게 폭행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잠을 잘 때 옆에서 시끄럽게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A할머니는 집을 나온 후 노인보호전문기관 쉼터에서 생활하다가 지금은 부평구의 도움으로 요양병원에서 2달째 입원 중이다. A할머니는 “늙으면 죽어야 하는데…”라며 상담사에게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할아버지(67)도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생활해오다 생계가 어려워 노령연금 신청을 위해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사회복지 공무원의 신고로 심리상담을 받게 됐다. B할아버지는 몇 차례 자살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몸도 좋지 않은데다 보살펴 줄 자식들까지 연락을 끊는 통에 외로움을 견디지 못해서였다.

 

최근 인천지역에선 이같이 가족들로부터 신체·정신적 학대를 받거나 방임을 당해 자살예방센터나 심리상담을 받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인천시노인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인천지역 노인학대 접수건수는 450건이 넘었다.

 

이는 2016년 356건에 비해 100여건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부산(370여건)을 비롯해 광주(230여건), 대전(110여건) 등 다른 광역시와 비교했을 때도 많게는 4배 이상 높다.

 

학대노인들에 대한 처우개선 목소리는 높지만, 대책은 여전히 부족한 형편이다.

학대상담의 경우, 현재 8명이 인천지역 전체를 맡고 있어 과부하가 걸려 있다. 여기에 노인보호전문기관 확충도 시급하단 지적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복지법에 따라 각 시도별로 2곳을 운영할 수 있지만, 인천은 현재 1곳만 운영 중이다. 이에 반해 부산·대구 등 대부분의 시·도가 2∼3곳씩 운영 중이다.

 

인천시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서부권역에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한곳 더 신설할 계획이며, 실제 올 하반기부터 운영에 들어갈 것”이라며 “상담요원도 7명을 더 확충해 학대받는 어르신을 줄이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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