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플라스틱 사용 위험수위 속 재활용 쓰레기대란 / 과대포장·일회용품 대폭 줄이는 계기돼야

환경부가 비닐, 스티로폼, 플라스틱 등을 다시 분리 수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단 봉합됐다. 하지만 포장재 등에 플라스틱, 스티로폼 같은 일회용품을 활용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일회용 포장재 사용량은 지나치게 많다. 이는 유통이나 소비 패턴의 변화 때문으로, 특히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일회용품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마트에 가보면 얼마 되지 않는 양의 식품 등이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에 포장돼 판매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1년 하루 3천950t 발생하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2014년 4천600t까지 늘더니 2016년엔 5천445t으로 1.5배 가까이 늘었다. 2015년 기준 국내 비닐봉지 연간 사용량은 1인당 420개로 집계됐다. 독일의 6배, 핀란드의 100배에 달하는 수치다.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도 260억개로 하루 평균 7천개를 소비하고 있다. 플라스틱 사용량은 이런 추세면 2050년엔 지금의 20배로 증가할 것이란 예측이다.

과대포장도 심각한 문제다. ‘과(過)포장 생활 방식’은 택배 수요의 급증, 1인 가구 증가 등과 관계가 깊다. 유통업체의 ‘로켓 배송’ ‘총알 배송’ 등 속도·서비스 경쟁이 벌어지면서 포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손톱만 한 컴퓨터 메모리 카드를 주문해도 비닐 완충재를 채운 종이 상자에 담겨 온다. 스티로폼, 비닐, 종이상자 등으로 이중삼중의 포장을 하는 게 보통이다. 당연히 플라스틱, 스티로폼 쓰레기 배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책을 내놨다. 영국 환경부는 일회용 비닐봉지 유료판매 제도에 이어 플라스틱과 유리병, 캔 등에 보증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모든 일회용 포장지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 포장지로 바꾸고, 커피 컵과 같은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쉽게 사용하고 마구 버리는 플라스틱은 썩는 데 400~500년이 걸릴 뿐 아니라 매년 수백만 t이 바다로 흘러들면서 해양오염의 주범이 된다. 이는 다시 우리 몸속으로 들어와 건강을 위협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해 식약처 의뢰로 검사한 결과 굴, 담치, 바지락, 가리비 등 패류 4종에서 미세 플라스틱(5㎜ 이하 플라스틱 조각)을 검출했다.

이번 재활용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유통, 소비 패턴 개선을 통해 일회용품 사용량을 대폭 줄이도록 해야 한다. 과대 포장도 전면 개선해야 한다. 정부 정책도 시급하지만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실천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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