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출산장려금 몇 푼에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해 출생아가 약 32만 명을 기록해 출산율이 1.0명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이는 신생아가 역대 최저인 약 36만 명을 기록하며 합계 출산율이 1.05명으로 떨어졌던 지난해보다도 낮은 수치다. 저출산위는 2022년 이전에 출생아가 20만 명대에 진입할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1.0명 밑으로 하락할 경우 사실상 지구상에서 유일한 ‘출산율 0명대’ 국가가 될 전망이다.

유엔인구기금(UNFPA)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200여 나라 가운데 지난해 출산율이 1.0명 이하인 곳은 한 곳도 없다. 과거 출산율 1명 미만을 경험한 국가로는 대만·싱가포르·홍콩 등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국가로 지금은 출산율이 1.2~1.3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35만 7천700명)와 합계출산율(1.05명)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다. 출생아 수 30만 명대 진입은 당초 통계청 추계보다 18년이나 앞당겨졌다. 올해 이후 30만 명대 선까지 무너지면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 국가적 재앙을 막을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난 12년간 저출산 대책에 무려 126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출산율은 거꾸로 급격하게 떨어졌다. 돈 퍼주기식으로는 인구 절벽을 막지 못함을 입증하고 있다. 저출산 원인은 비혼과 만혼에 따른 혼인ㆍ출산 지연, 가임 여성 감소, 청년 취업난, 자녀 교육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뒤섞여있다. 그런데도 저출산 대책 예산의 80%가량이 보육과 양육에 편중돼 있다. 출산장려금이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고 출산율이 올라가지 않는데도 정치권의 포퓰리즘 등으로 수당만 올라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지역인구가 줄어들자 저마다 출산장려금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도내 31개 시ㆍ군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출산장려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865억 4천여만 원에 달한다. 지급 기준과 금액은 시군마다 천차만별이다. 출산장려금이 많다고 출산율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 경기도의 출산율은 2000년 1.61명에서 지난해 1.07명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도 14만 492명에서 10만5천643명으로 24.8% 감소했다.

출산장려금 몇푼에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는 않는다. 현금 퍼주기식 출산 장려 정책의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일자리를 통한 경제적 안정,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지원, 예비 부모들에 대한 주거지원 등 삶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 주거ㆍ보육ㆍ교육 등 전체적인 삶의 질 개선이 저출산 극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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