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자생하는 많은 식물 중 동물의 신체 부위를 닮거나 독특한 냄새를 닮아 붙여진 식물 이름이 많다. 식물 뿌리냄새가 노루오줌 냄새와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노루오줌’, 나무의 줄기가 마치 사슴의 뿔인 녹각과 닮았다 해서 붙여진 ‘노각나무’, 그 외에 범부채, 매발톱, 꿩의다리 등 다양한 식물이 있다.
그중 사람과의 관계, 특히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인 고부관계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산자고(山慈姑)’가 있다. 산자고는 봄에 곱고, 소담스럽게 꽃을 피우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며, 학명은 Tulipa deulis (Miq.) Baker이다. edulis는 ‘먹을 수 있는’이라는 뜻을 가지며, 실제로 비늘줄기는 장아찌나 샐러드의 재료로 이용했으며 한의학에서는 종기, 부스럼 등을 치료하는 데 사용됐다. 이 산자고를 한자로 ‘山慈姑’라고 쓰는데 그 뜻은 ‘산에 있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란 의미를 갖고 있으며 그 유래는 다음과 같다.
먼 옛날, 어느 산골에 살던 마음씨 고운 노모는 남편을 먼저 세상에서 떠나고, 딸 둘을 시집을 보낸 후 막내인 외아들과 함께 살았다. 가난한 산골에 사는 총각에게 시집을 오겠다는 처녀가 없어 전전긍긍 지낸 노모에게 어느 날 짐 보따리를 든 처녀가 나타났다.
홀아버지를 모시고 살던 이 처녀는 “내가 죽으면 산 너머 외딴집에 시집을 들어라”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노모의 막내아들과 혼사를 치렀다.
이렇게 짝 지어진 아들과 며느리를 볼 때마다 노모의 마음은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고 아들과 며느리의 효성도 지극했다고 한다. 그러던 이듬해 초봄, 이 고운 며느리의 등에 아주 고약한 등창이 생겨 여간 고생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치료를 해줄 수가 없어 애태우던 시어머니는 며느리의 등창을 치료할 약재를 찾아 산속을 헤매다가 어느 날 우연히 양지 바른 산등성이에 별처럼 생긴 작은 꽃을 발견했다. 이른 계절에 피어 있는 꽃이 신기하여 살펴보던 노모는 며느리의 등창 난 상처가 떠올라 그 뿌리를 캐다가 으깨어 며느리의 등창에 붙여주니 그 고약한 등창이 며칠 만에 감쪽같이 치료가 되어 이때부터 이 식물을 산자고(山慈姑)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고부(姑婦)관계가 산자고의 전설에 얽힌 관계처럼 애틋하고 가슴 찡한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관계로 인식돼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기도 하다.
최근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림청 산림교육원 ‘숲 해설가 양성과정’의 인기가 매우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식물들이 수천 종에 이른다. 그 식물들을 모두 알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그 식물에 이름이 붙여지기까지 유래를 이해하고 본연의 뜻을 학습한다면 한층 더해진 재미와 우리사회 속 더 나아진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강성기 산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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