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평가가 엇갈린다. 공황을 탈출했다는 호평도 있고, 정치 행위에 불과했다는 혹평도 있다. 실제로 당시 미국 경제의 본격적인 회복은 1939년부터 시작된 제2차 세계 대전에 기인한 바 크다. 그럼에도, 뉴딜 정책이 평가되는 것은 그 기본 정신에 있다. 자본주의 한계에 대한 수정주의적 접근이 중요했다. “부유한 사람들을 더욱 부유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풍요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보의 기준이다”라는 루스벨트의 정의가 그 증명이다.
문재인 정부가 대규모 SOC 투자 프로젝트를 내놨다. 문화ㆍ체육시설과 복지 시설 확충, 노후 산단 재생 등에 재정을 투자하는 구상이다. 고용이 창출되고, 삶의 질이 높아지며, 지역 경기가 활성화되는 일석 삼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에 ‘생활 SOC 투자’라는 이름을 달았다. 기존의 토목 중심 SOC 투자와 구분하기 위해서다. 고용 쇼크라는 절박한 위기에서 나온 결정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보다 풍요롭게’라는 문재인 정부 정신에도 부합한다.
각종 기금ㆍ지원금을 통한 소출 없는 고용 정책과는 다른 투자로 보인다. 끝 모를 퍼주기로 치닫는 공짜 복지 정책과도 다른 접근으로 보인다. 예산 규모가 부족해 보이지만 기본적인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
내용도 낯설지 않다. 체육시설 접근성을 10분 이내로 개선키로 했다. 전통시장의 주차장 시설을 확충하고 화재 방지 시설도 늘리기로 했다.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도시 바람길’ 숲도 시ㆍ도에 1개소씩 조성하기로 했다. 어린이를 위한 전용 박물관도 7개소 설치하기로 했고, e스포츠 상설 경기장도 3개소 구축하기로 했다. 대부분 지방 선거에서 각 지자체가 내놓은 공약들과 맞물려 있다. 이런 구상 위에 예산 9조 원을 얹어 투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이번 구상이다. 지자체에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문제는 어떤 SOC 투자를 어느 지역에 하느냐다. 통행량을 6배 뻥튀기해 4조 원의 SOC 예산을 삼킨 도로가 있다. ‘경제성 없음’ 판정을 받은 국채 SOC 사업에 6년간 40조 원 상당의 예산을 투입했다는 과거 자료도 있다. SOC 투자가 신중해야 함을 입증하는 예다. 생활 SOC라면 더더욱 이 점이 고려돼야 한다. 찾는 주민 없는 마을에 체육시설, 어린이 없는 곳에 어린이 박물관, 교통접근성 떨어지는 e스포츠 경기장 등은 안 된다. 자칫 국토균형발전론에 입각한 지방 우선 논리로 가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
경기도의 인구만 1천300만이다. 인천시의 인구도 300만이다. 자연스레 SOC에 대한 수요가 절박한 지역이다. 투자 대비 효율성도 그만큼 높아질 지역이다. 당연히 우선 검토돼야 하고, 투자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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