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업이 끝난 후 실제 생산량은 590만t에 그쳤다. 초기 기준치 420만t에 비해 실제 증가량은 170만t에 그쳐, 목표달성률은 27.9%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탈린 정권은 목표달성률을 57.3%라고 선전했다. 기준을 1천30만t으로 설정하고 실적치인 590만t을 나눈 값이다. 이 황당한 계산법대로라면 사업 초기의 420만t은 이미 목표의 40.8%(420÷1030)를 달성해 버린 상태가 된다.
우리 가까이에도 국가통계 관련 꼼수는 허다하다. 통계청은 국민생활 양식의 변화를 반영하여 5년마다 물가조사의 품목과 가중치를 개편한다. 2011년 개편에서 캠코더, 전자사전, 공중전화통화료 등과 함께 금반지가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가격도 전년 동월 대비 20~30%씩 폭등하던 시기였다. 금반지 한 돈(3.75g) 값이 25만 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금반지 같은 물가상승 품목을 배제한 물가지수는 당연히 이전보다 낮아지게 된다. 이전 방식으로 대략 4.4%이어야 할 물가상승률이 4.0%로 최종 공표됐다.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나빠졌는데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내려갔다는 불신은 말할 것도 없고, 물가지수 개편으로 야기된 하락폭으로는 역대 최고였다. 게다가 물가상승률 4%는 당시 정부의 목표치였다. 공교롭게도 통계청이 정부의 목표달성을 만들어 준 꼴이 되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통계는 얼마든지 인위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 ‘가짜 뉴스’를 양산하는 데 통계만큼 좋은 재료도 없다. 사람들이 기피하는 숫자에 속내를 쉽게 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통계를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폄훼한다. 그렇다고 통계를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도 없다. 국가통계는 특히 그렇다. 통계로부터 얻은 정보는 모든 의사결정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출근하면서 버스가 좋을지 지하철이 좋을지 선택하는 일도, 결국 경험데이터에 의해 통계적 확률로써 내리는 의사결정이다.
9월8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해(文解)의 날’이었다. 문맹이란 글자를 읽고 쓰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세종대왕이 창제한 한글 덕분에 우리나라 문맹률은 매우 낮다. 그러나 글을 읽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인구비율, 문해율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신문에 찍힌 글자는 읽어내려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자로 소통할 수 없는 실질적인 문맹자들이 많다는 의미다.
오늘날 다양한 매체로부터 쏟아지는 정보는 문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보가 함축된 통계도 문자 못지않다. 통계를 이해하고 올곧은 정보를 읽어내는 능력, 일명 통계문해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맹자가 어려운 단어를 마주 대하듯, 통계나 숫자와 맞닥뜨릴 때 건성건성 넘어가는지 스스로 반추해 볼 일이다.
통계 생산자뿐만 아니라 정보중개자인 언론마저 통계정보를 날조하는 세태다. 통계 소비자인 국민의 문해력이 취약하기 때문에 얕잡아 보는 행태다. 보다 정밀한 통계기법, 정보윤리만으로는 악의적 통계왜곡을 막을 수 없다. 국민의 통계문해력이 제고되어야 견제할 수 있다. 일찍이 문맹은 기만과 착취, 차별의 토대였으며 문해는 자신의 기존 생각과 신념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아집과 직결된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폐해이자, 문해력 증진에 시급히 나서야 할 이유다.
우형록 경기대 융합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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