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폭행 잇따르지만 학생 지켜주기는 커녕 '사건 덮기'에만 급급
최근 대전지역에서 중학생들이 집단폭행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대전시 교육청과 학교는 폭행을 당해 신고를 해도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거나, 집단 폭행의 원인을 찾기보다는 사건축소에만 급급해 불신만 키우고 있다.
◈학교, 폭력 신고해도 지켜주지 못해
지난 3일 같은 반 친구들에게 5시간동안 끌려다니며 집단 폭행을 당한 여중생 A(2학년) 양은 "선생님한테 말을 해도 좋게 끝내려고만 할 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A 양이 폭행당한 사실을 학교에 알렸지만 학교 측은 부모들간 '합의'선에서 일을 마무리지었고, 결국 A 양은 이에 대한 앙갚음으로 보복 폭행을 당한 것. A 양은 보복 폭행을 당한 뒤부터는 학교에 알리지 않았고, 혼자 속으로 앓을 수 밖에 없었다.
A 양 학교 관계자는 "A양은 물론 폭력을 휘두른 학생 역시 관찰이 필요한 학생들이어서 지속적인 상담과 지도를 해왔다"면서도 "지난 1년 동안 폭행에 시달릴 정도로 사태가 심각한 것은 몰랐다"고 말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이 학생 보호 및 지도를 위한 'WEE(We+Education+Emotion)센터'를 개소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지만, "학교에서 상담은 초기에 조금 있었을 뿐 거의 하지 않았다"는 A 양의 말을 들어보면 제도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운영됐는지를 보여준다.
지난 1일 방학 중 상납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실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B 군 역시 피해 사실을 학교가 아닌 경찰에 알려 도움을 청했다.
◈ 교육청과 학교, '사건 덮기'에만 급급
대전시 교육청과 C 중학교는 지난 1일 B 군이 교내에서 집단 폭행을 당한 사건과 관련해 "한 두차례 돈을 뺏기긴 했지만 상납은 아니다"라거나 "맞긴 했지만 코피만 조금 흘렸을 뿐 크게 다친 것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결론으로 사건을 끝내려하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 측이 왜 이렇게 사건 축소에 급급해할까? 속사정에 대해 취재에 들어가자 관계자들의 말꼬리가 흐려졌다.
지난해 C 중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 돈 상납문제가 발생했는데, 당시 학교 측은 돈을 요구한 학생을 근처 학교에 전학시키는 것으로 사태를 마무리 한 것.
교육청과 학교 측이 전학 이외의 별다른 사후 조치를 하지 않으면서 이 학생은 이번 집단 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에게 돈을 요구했고, 또 요구를 받은 학생들은 상납을 위해 1학년 학생을 폭행하게 된 것이다.
폭행에 가담했거나 맞은 학생들 모두 '돈 상납 고리' 때문에 불안하기만한데, 교육청과 학교 측은 이 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를 하기는 커녕 사건 축소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교육청과 학교가 '코피 좀 흘린 것 뿐'이라는 학생은 퇴원 뒤에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구토 증세 등을 보이다 갑자기 실신해 다시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마을공동체 교육연구소 김수동 사무국장은 "학교 안팎에서 벌어지는 폭행사건은 학생들간 위계 질서에서 비롯돼 돈 상납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교육청과 학교는 피해자와 가해자로만 구분해서 접근하다보니 이런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폭력 현장을 지켜 본 아이들이 신고조차 못하는 방관자가 돼 있는데 이 아이들을 방어자로 참여하도록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면서 "이런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으면 학교와 교사가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불신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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