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프로정신 보여준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1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열린 ‘파리나무십자가소년합창단’ 공연에서 있었던 일이다.

감색 스웨터와 반바지에 하얀 양말을 신은 말끔한 차림의 소년 합창단원 24명과 지휘자 끌로띨드 세베르가 무대에 올라 환상의 하모니를 들려줬다.

그러다 1부 막바지의 샹송 메들리인 파리-파남므(Paris panam’)’를 부르던 도중 맨 뒷쪽 열에 서 있던 단원 한명이 갑자기 휘청거리더니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옆에 서 있던 단원이 부축해주려 했지만, 공연 중에 벌어진 일이라 합창단원도 관객도 모두 당황스러운 순간이었다.

당연히 객석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단원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와 함께 이대로 공연이 끝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려왔다.

그러나 이를 본 세베르 지휘자는 합창을 중단하고 쓰러진 단원을 살펴보기 위해 단상 뒤로 이동했고, 당황하던 합창단원들을 눈빛과 몸짓으로 진정시켰다.

다행히도 119 구급대와 공연을 관람하던 경기도립의료원 의사가 단원의 상태를 살핀 결과 쓰러진 단원의 건강에 이상은 없다는 것을 확인시키면서 불안한 기류는 안정을 되찾았다.

이 공연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사고 후에도 공연을 정상적으로 진행한 지휘자와 단원들이다.

세베르 지휘자가 다시 ‘파리 파남므’를 지휘하기 시작했을 때만해도 관객들은 불안한 심정으로 공연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15분간의 인터미션에서도 관객의 관심사는 쓰러진 단원에게 초점이 맞춰졌던게 사실이다.

2부 공연에서는 단원 1명이 빠진 채 없이 진행됐지만 하얀색 성의를 입고 무대에 등장한 단원과 세베르 지휘자는 준비한 퍼포먼스와 합창곡을 무사히 소화해 박수갈채와 환호가 쏟아졌다.

세베르 지휘자는 공연이 끝나고 앵콜곡을 부를 때에는 쓰러졌던 단원을 무대로 다시 데려나와 인사를 시킨 뒤 마지막 합창에 참여시켜 관객들에게 또다른 감동을 안겨줬다.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능력은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는 것을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지휘자와 단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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