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감상 에티켓 아쉬웠던 주미강·손열음 듀오콘서트

관객들의 반응은 때에 따라서 무대에 선 연주자들을 더욱 신명나게 연주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도 하지만, 몰입에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4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에서 열린 클라라 주미 강과 손열음의 듀오콘서트 ‘판타지 포 투(Fantasy For Two)’는 과연 연주자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공연이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든다.

바이올리니스트 주미 강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협연은 세계 클래식계의 거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큰 기대주들의 만남이란 차원에서 문화계의 상당한 이목을 끌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7일 이후로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을 순회한 스케줄 탓에 피로가 쌓였을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연주는 관객들의 열렬한 호응을 자아냈다.

하지만 관객의 호응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박수가 나와야 할 때가 있고 침묵을 지켜줘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통상 악장 간에는 출연자가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박수를 치지 않는 게 에티켓이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작품번호 27번에서 느린 연주와 빠른 연주를 한꺼번에 소화한 첫악장이 끝나고 변주곡으로 넘어가려던 참이었다.

악보를 살펴보고 피아노 의자 높이를 조정하는 인터벌이 긴 탓이었는지 갑자기 박수가 터져나왔다.

악장과 악장 사이 박수는 이후에도 계속됐다. 후바이의 카르멘을 연주할 때에는 한창 연주가 진행 중인데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한창 곡에 몰입하던 연주자가 깜짝 놀랄 일이다.

팬심이 앞선 반응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있었는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계획된 프로그램이 모두 끝나고 앵콜곡으로 바찌니의 ‘고블린의 춤’을 한창 연주할 때였다. 주미강의 바이올린이 텅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줄이 끊어지고 말았다. 함께 연주하던 손열음도 무척이나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퇴장한 두 연주자의 뒤로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격려의 박수까진 좋았다. 그런데 박수 소리는 서서히 무대를 비운 연주자들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결국 주미강은 곧바로 무대에 등장해 관객 앞에서 바이올린에 현을 연결해야 했다. 급하게 바이올린을 다루는 잰 손길이 오히려 애처럽게 느껴졌다.

앵콜곡 연주까지 끝난 뒤 커튼콜이 이어졌고 주미강과 손열음이 재등장했지만, 그 와중에 자리를 벗어나 출입구를 향하는 일부 관객들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씁쓸함을 남겼다.

박성훈기자 pshoo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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