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자치, 해법을 묻다] 조성윤 민선 2ㆍ3기 도교육감

“입시에 치이다 보니 사람교육 뒷전… 現 경기교육, 점수 낮아”

“자치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교육입니다”

경기도 제2ㆍ3대 민선교육감으로 제10ㆍ11대 교육감을 역임한 조성윤 전 교육감(78)은 입시교육에 밀려난 ‘사람교육’을 누차 강조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의 경기교육에는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학교폭력이 날로 심각해지고 청소년에 의한 존속살인마저 심심찮게 보도되는 요즘, 조 전 교육감은 효를 근본으로 한 인성교육, 이른바 사람교육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자치시대로 나아가는 필수 관문이라고 강조했다. 민선 교육감 시대 걸음마 단계에서 초석을 닦아 온 조 전 교육감의 하남시 자택을 찾아 교육자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 무늬만 자치교육, 중앙집권적 한계 탈피해야

하남의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조 전 교육감의 단독주택 거실에 들어서자 층층이 쌓인 십수 개의 명패가 눈에 바로 들어왔다.

65년 재직했던 하남 남한원예고(현 남한고) 교사 시절부터 이천 및 광주교육청 장학사, 하남 동부여중 교장, 경기도교육청 장학관, 광주교육청 교육장, 민선 2대 교육감, 민선 3대 교육감 등 모두 15개였다. 61년 교직에 첫발을 들여 2005년 5월 도교육감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경기교육에 몸담은 40여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했다.

“내가 저런 일들을 했어요”

사뭇 담담한 목소리로 조 전 교육감이 말했다.

조 전 교육감은 경기도 인구집중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교육감을 연임했다. 교육감으로 재직한 기간은 97년5월부터 2002년2월까지 4년 반이 좀 넘는다.

초대 민선교육감의 바통을 이어받아 교육자치가 막 걸음마 하는 시점에서 우여곡절이 많았을 터였다. 그는 교육자치의 막다른 벽이라 할 수 있는 예산문제를 비롯해 교육부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했다. 말로는 교육자치라고 하면서도 예산 확보 시 국고지원을 받아야 함에 따라 사실상 실질적인 교육자치를 펼치기는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조 전 교육감은 “당시는 인구가 매해 100만명 안팎으로 늘어나던 시기로 이에 따라 경기도에 지어야 하는 학교가 연간 100곳에 달했다. 4곳 정도에 머물렀던 서울의 20배가 넘는 수다”며 “학교 하나 짓는 데 소요되는 경비가 200억인데 지원되는 국고는 절반뿐이고 나머지는 지방채를 발행하라는 경우가 많아 학교 짓기가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예산이 해결되더라도 갖가지 행정적인 부분에서 교육부와 갈등을 빚는 일이 많으면서 표면적인 업무이관만 이뤄졌을 뿐 사실상 중앙집권적인 부분이 상당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 때문에 재임 기간에 총 58개의 학교를 짓는 과정에서 고충이 상당했지만, 지금도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지금도 특수목적고등학교나 자립형 사립고등학교를 만들 때 교육부와 협의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사항까지 교육부에서 장악하고 있다는 것은 교육자치와 완전히 어긋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맡길 때는 과감하게 맡겨야 한다”며 “중앙집권적인 데서 탈피해 자율적으로 해나갔을 때 이뤄지는 효과에 대해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 ‘풍요 속 빈곤’ 겪는 아이들, 지나친 자율권을 ‘자치’가 아닌 ‘방치’

“입시에 치이다 보니 사람교육은 뒷전이에요. 학부모는 자녀에 대한 관심이 많고 기대가 크고, 세상은 너무나 빨리 변하고. 이 속에서 아이들은 과한 기대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 결국 비뚤어지게 되는 거죠. 말 그대로 풍요 속 빈곤을 겪는 겁니다.”

조 전 교육감은 현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입시교육에 내몰린 아이들이 ‘사람다움’을 잃은 채 풍요 속 빈곤을 겪는 것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서는 가정과 학교의 관심과 지도가 필수지만, 수업시간에 엎드려 잠을 자거나 간혹 탈선을 한 학생들에게 조차 교사가 제대로 훈계조차 못하는 요즘, 이 같은 풍요 속 빈곤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게 조 전 교육감의 생각이다.

그는 “재임 당시 도교육청, 장학사 등의 간섭에서 벗어나 학교장 중심으로 학교운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학교장이 자신의 학교와 학생을 주체적으로 보살피고 또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교육자치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지도ㆍ편달을 교육자치의 핵심으로 보는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의미하는 교육자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은 교육자치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조 전 교육감은 “학생지도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질 수 없는 부분”이라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지만 지나친 자율권을 학생에게 주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교육받는 학생이 갖는 자율권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에 앞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의 연계를 통한 인성교육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인성교육으로 진정한 교육자치 이뤄야

앞으로 교육자치의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는 교육을 긴 안목에서 바라보며 인성교육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라고 조 전 교육감은 주장했다.

그는 “인성교육은 교육자치를 받아들이고 실행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 인성교육의 기틀을 수립한 후에라야 진정한 교육자치가 가능하다”며 “일관성을 갖고 먼 앞을 내다보며 인성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수업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 자체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한편 교육감을 정치인화하는 현 선거방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 의회와 도교육청의 일원화 주장이 간혹 일고 있는데 이는 교육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도지사 밑에 교육감이 있고, 정치와 교육이 합쳐지는데 교육자치가 이뤄질 수 있을 리 없다”고 강조했다.

초대 민선교육감 바통 이어 받다

교육자치 걸음마 시절 무늬만 ‘교육자치’

예산문제 등 교육부와의 갈등 가장 큰 벽

국고 지원 절반 뿐 학교 짓기도 쉽지 않아

지나친 자율권 ‘자치’ 아닌 ‘방치’

학생에 지나친 자율권 주는건 ‘금물’

가정과 학교 연계한 ‘인성교육’ 펼쳐야

정치-교육 일원화, 특수성 무시한 처사

또 “교육감 선출방식이 직선제다 보니 교육감이 정치인과 다를 바 없이 돼 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 뒤 “입후보자 없이 도교육감으로 가장 적합한 인사를 추천해 관내 교육인사에 대해 잘 아는 시ㆍ군 교육감이 간접선거로 투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조 전 교육감은 퇴직 후 의정부에 있는 경민대학교 효충교육원 초대원장으로 부임해 5년째 재직 중이다.

그는 “도교육감의 자리를 떠난 지 10년이 다 돼가지만 아직도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모쪼록 경기교육이 아이들이 사람다움을 배워가는 진정한 자치교육으로 거듭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조성윤 前 도교육감 정책은

‘3無3有 운동’으로 교육 풍토 획기적 개선

조 교육감은 1997년 5월6일 제10대(민선 2대)교육감으로 부임했다. 취임 후 그는 경기교육의 발전 방향을 △교육의 질과 교육 풍토의 획기적 개선 △실천위주의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 강화 △교원의 인사정책 쇄신과 사기 진작 △교육여건 개선과 균형적 학교교육 발전 △존경받는 스승상 정립 등으로 삼았다.

그는 매해 경기도 교육계획에 교육지표와 주요시책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추진했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운동이 이른바 ‘3무3유 운동’이다.

이는 폭력과 체벌, 퇴학생이 없는 ‘3무’와 사랑, 대화, 꿈이 있는 ‘3유’를 추진하는 것으로 학교폭력 근절과 학생 비행 사전 예방을 통해 인성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에 따라 학교 폭력 예방 및 근절 전담 체제를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학생 선도 협의회, 학교 폭력 추방 위원회 등 대책 기구 활동을 강화했다. 또 학생 비행 사전 예방 활동 지도를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약물 오남용, 음주, 흡연 예방 지도 강화, 자살 및 가출 예방 지도 강화, 가정과의 연계 지도 및 유관기관과 협조 체제 구축 합동 지도를 강화했다.

학교폭력 예방ㆍ근절전담체제 지속 운영

인성교육 활성화ㆍ교육환경 개선 주력

특히 3유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학교ㆍ가정ㆍ사회와의 연계 지도를 강화했고 진로교육 및 상담 활동을 활성화해 ‘사랑의 종소리 방송’을 실시하기도 했다. 2001년 5월7일 제11대(민선 3대)교육감으로 부임한 이후로는 과거의 인성교육을 활성화하는 한편 21세기를 맞아 교육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임 기간에 경기교육 발전방향으로는 △인성과 창의성이 조화된 인재 육성 △단위학교 경영의 자율성 신장 △생동감 넘치는 교단문화 창조 △OECD 국가 수준의 교육여건 개선 및 교육복지 증진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균형적 발전 등이 있다.

성보경기자 boccu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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